어린 자녀들의 실수는 자연스런 일
덮어주는 관대함이 실수 재발 방지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어주신 WMC 기도학교의 김정복 목사님한테서 들은 얘기인데, 어떤 고등학생이 어떻게 하다가 친구를 따라서 교회수양회에 갔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교회에서는 도무지 무엇들을 하나 궁금했었던 차에 친구가 가자고 해서 쫓아갔지만 가서 보니 아니, 금식 수양회가 아닌가! 처음 하루는 어떻게 참았지만 이틀째 되니까 한참 나이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더란다.
그래서 밤에 몰래 남들이 잠이 든 후에 수양관 부엌에 숨어 들어가서. 불도 안 키고 도둑고양이처럼 여기 저기 뒤지다가 무엇인가 있어서 “야, 이제 살았다!” 하며 신나게 먹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 갑자기 문이 열리며 불이 켜져서 문 쪽을 보니 막 들어오신 강사 목사님과 눈이 마주친 것이다. 아무리 그냥 쫓아 온 신분이라고 해도 범행현장에서 잡혔으니 “아뿔싸!” 하며 앞이 깜깜해지더란다. 그래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데 불이 다시 꺼지고 그 목사님이 날쌔게 다가와서 하시는 말이, “뭐야? 맛있는 것이면 나도 좀 같이 먹자고!”라고 하시며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더라는 것이다.
이것은 도무지 황당한 일인 것이, 아니, 목사님이, 그것도 그 금식수양회의 설교를 하시며 본이 되셔야 할 목사님이 음식도둑을 나무라기는커녕 오히려 숟가락을 들고 같이 뺏어 먹다니! 이 학생은 나머지 남은 하루 동안 그 목사님에게 겸연쩍은 마음 반,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크게 당한 것 같은 마음 반으로 씨름을 했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고맙고 또 어떻게 보면 큰 위선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양회에서 내려와서도 한참 고민을 하다가 결국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그 목사님은 위선자가 아니고 율법을 용서로 완성시키신 예수님의 귀한 일꾼이라는 것이라고. 그래서 그 진리에 심취해서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어떤 목사님들의 모임에서 자기가 어떤 계기로 목사가 되었나하는 간증의 자리에서 자기와 누룽지를 같이 퍼먹었던 그 목사님의 얘기를 나누었고 그것을 김정복 목사님이 우리에게도 전해 주신 것이다.
기독교를 다른 종교와 구별시키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이 용서의 힘인 것이다. 감옥에서 사역을 하다 보면 한 가지 눈에 띄는 것이 바깥에서는 그렇게 집요하게 토요일마다 문을 두드리는 여호와의 증인이나 몰몬교도도 감옥 안에는 그러게 많이 채플린을 파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나 올바른 삶을 살기에 도무지 죄를 짓지 않는 것일까 하고 알아보았더니 그분들의 일반적인 반응은, “자기네들이 잘못해서 잡혀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을 무엇이 답답하다고 찾아가 보는 것이냐?”라고 하는 것이었다.
용서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시작한 것은 이유가 있는데 실은 몇 주 전 옛날 부목으로 섬기던 교회의 집사님의 부탁으로 집사님의 아드님의 결혼식을 집례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사고를 냈었기 때문이다. 담임목회가 아니라 어쩌다 한번 집례를 했을까 경험이 많지 않은데 그쪽 사정도 딱한 것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교회는 나갔었지만 미국생활에 적응을 하고 사회생활을 할 때 한국 사람들이나 미국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1.5세가 마음을 둘만한 교회가 정말로 찾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교회를 떠나게 되었는데 마침 결혼을 하려다 보니까 그냥 예식장에서 하기에는 그렇고, 그렇다고 연로하신 부모가 출석하시는 교회에서 하기도 그렇고 해서 그동안 부목으로 부모님을 픽업하느라 많이 들렀던 나를 기억하고 부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주로 영어로 식을 진행하되 가끔 한국말로 간단한 설명을 가미해 가면서 진행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고의 경위에 대해서 이말 저말 하는 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고 아주 단도적 입장으로 얘기를 하자면 식순 중 아주 중요한 순서의 하나인 신랑신부의 서약을 빠뜨렸던 것이다. 예물 교환하기 전에 신랑이 무엇인가 얘기를 하려고 하는 눈치였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천추의 한으로 일단 발동이 걸리면 못 말리는 성격 때문에 그냥 불도저식으로 밀고 나갔던 것이다.
식이 끝나고 나서 신랑신부가 다 퇴장을 하고 난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다가 그제야 “아차!”하고 생각이 났던 것이다. 아, 이를 어쩌랴, 당황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죄송한 마음으로 온몸의 기운이 한숨에 다 빠져 나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지만 이미 너무 늦었던 것이다.
물론 신랑신부 그리고 부모님 집사님들은 피로연의 자리에서라도 서약하는 순서를 해보자고 제안하는 나를 극구 괜찮다고 말리면서 위로를 해 주셨지만 그것이 어찌 위로가 될까! 그런데 그때 그 자리에 만약 그 누가 있어가지고 이런 미안하고 송구스러운 마음에다가 “아니 그런 황당한 실수를 어떻게 했느냐, 어떻게 하는 일이 맨 날 그런 식이냐?”고 나무랐다면 나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것도 한두 번도 아니고 집에 다 오도록 계속 나무랐다면 그것은 아마 불에 기름을 붓는 것보다도 더 어리석은 일이였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한창 자신감이 부족한 10대의 자녀를 키우시는 학부모님들 중에 이런 실수를 범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가장 어색하고 실수를 하기 쉬운 그 나이의 자녀들이 실수를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그럴 때마다 사사건건 일일이 나무라기를 염려하지 않으시는 것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큰 벽을 만드는 일이요 점점 더 심한 실수의 구덩이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때를 놓치지 않고 오히려 기회로 포착해서 위에서 얘기했던 금식수양회의 목사님과 같이 온전한 용서와 포용을 보여줄 수 있다면 그 용서로 인해 천하보다도 귀한 영혼을 얻을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용서의 힘, 그 힘은 막강하고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 힘은 필자도 경험했고 또 그 용서의 힘이 바로 나의 자녀 교육과 사역의 가장 큰 ‘비밀’ 병기이기 때문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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