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상)
백남원 목사 주도
단도박 운동 활발
#사례1) 밀브레이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는 여느 이들처럼 가족 또는 친구들과 간혹 라스베가스나 리노로 놀러 갔을 때 재미 삼아 슬럿머신을 해봤을 뿐, 결코 ‘도박중독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최근 한도액이 2만 달러인 크레딧 카드를 발급 받게 된 A씨는 거주지역 인근의 한 도박장을 찾았다가 순식간에 2만 달러를 날리게 됐으며, 이후 크레딧 카드사는 A씨에게 4만 달러짜리 카드를 발급해 줬다. 본전 생각과 도박 특유의 유혹에 빠지기 시작한 A씨는 다른 카드사에서 발급해준 크레딧 카드까지 총동원해 이후 계속 도박장을 찾게 됐고, 단 두 달 만에 카드 빚이 20만 달러에 이르게 됐다. 이로 인해 평범한 회사원이자 가장이었던 A씨는 자신의 집을 팔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사례2) 샌프란시스코의 노인아파트에 거주하며 정부보조금인 웰페어로 생활하고 있는 노인 B씨는 무료 관광에다 30달러짜리 도박용 카드까지 지급해준다는 주변인들의 말에 솔깃해 무료한 일상도 달랠 겸 친구들과 함께 리노로 향하는 관광버스에 올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B씨는 리노의 카지노를 자주 찾게 됐으며 종국에는 한 달치 웰페어까지 모두 날려 곤경에 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다. 다행히 자녀들의 도움으로 위기는 모면했지만, 이후로도 웰페어를 도박장에 뿌리는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되고 있다.
흔히 ‘도박중독’이라고 하면, 자신과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카지노가 대중화 돼 있는 미국의 경우 ‘도박중독’은 날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북가주에 거주하는 한인들의 경우 가족 단위나 친구들끼리 라스베가스나 리노로 놀러 가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 최근 북가주의 각 시들이 세수를 늘리기 위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카지노 사업을 허가, 우후죽순처럼 카지노들이 생겨나고 있어 굳이 멀리까지 안 가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도박장을 찾을 수 있게 돼, 한인사회에도 도박으로 인한 병폐가 심각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오락과 친목,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놀이로 시작한 도박이라 할지라도 계속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독에 빠지게 된다.
북가주 유일의 한인대상 단도박 모임을 이끌고 있는 백남원 목사(북가주 농아교회)는 “특히 한인들의 경우 문화적 특성상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기 꺼려하고, 언어적 문제로 주류사회 단도박 모임에 참가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한인 대상 단도박 모임이 반드시 필요한 실정”이라며 “도박은 중독성이 강해 혼자만의 의지 보다는 단도박 모임에 장기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치유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도박중독은 속성상 드러나지 않는 정서적 질병이다. 이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재정적인 문제는 물론, 부부간의 문제, 직장 문제, 법적인 문제 등 많은 문제들에 지속적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현재 매주 일요일 마운틴뷰 새누리침례교회에서 열리고 있는 단도박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S씨와 K씨는 한때 도박중독으로 소중한 재산과 사랑하는 가족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경험한 이들이다. 이들은 현재도 꾸준히 도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고 있지만 “단도박 모임을 통해 큰 힘을 얻고 어려움을 이겨내고 있다”면서 “단도박 모임을 일찍이 알고 참석했더라면 30년 넘도록 도박중독으로 인해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들을 어렵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라 심경을 털어놨다.
단도박 모임의 회원이 되기 위한 요건은 오직 도박을 끊겠다는 본인의 열망만 있으면 되며, 성별, 직업, 종교 등과는 무관할 뿐 아니라 가입비나 가입절차, 회비 등도 필요 없다.
백남원 목사는 “얼굴이 공개되는 것이 두렵고 어려운 분들은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도 상담이 가능하다”며 “한인사회도 이제 도박질병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지속적인 계몽과 상담을 통한 치유에 관심을 기울여 나갈 때”라 덧붙였다.
●단도박 정기모임
▷일시: 매주 일요일 오후 4시
▷장소: 마운틴뷰 새누리침례교회 부속건물(1250 W. Middlefield Rd. Mountain View)
▷연락처: 백남원 목사 전화 (510) 673-8584, 이메일: peternamwon@yahoo.com
<도박중독의 위험신호들>
▷도박에 빠져 책임감을 상실한다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관심이 없어진다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거나 소홀히 한다 ▷도박으로 귀가시간이 늦어지고 밤샘이 잦아진다 ▷과도한 술, 약물, 수면 등으로 현실을 도피하려 한다 ▷도박할 시간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짓말을 자주 한다 ▷절제하기를 맹세하지만 돈을 따든 잃든 그만 두지 못한다. ▷전에는 잃었지만 이번만은 많이 딸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진다 ▷도박을 끊으려는 생각이 없고 도박 없는 삶은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급한 도박 빚만 갚아주면 다시는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도 또 도박을 한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의지로 도박을 끊을 수 있다고 장담하면서도 계속적으로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일으킨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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