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손의 사진 강의 #16
동시에 눈 앞에 나타난 두 미녀 모두가 자신의 첫눈을 반하게 했다면, 눈동자가 어떻게 움직일까? 아마도 왼쪽 오른쪽으로 번갈아 가며 보다가 결정을 못하고 혼동에 빠질 것이다. 사진에서도 주제와 부제가 서로 강하게 작용하면 (competing effect), 보는 사람은 작가의 참 뜻을 파악하기 힘들게 된다. 그 순간에 작가가 자신의 작품 의도를 설명한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는 있어도, 작가의 설명 없이도 그 뜻이 전달되어야 하는 게 사진 예술이다.
사진 컨테스트에도 출품작은 모든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아야 하는데,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 설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사 위원 간에도 심사 중에는 서로 출품작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하지 않는다. 다른 심사 위원의 의견이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진 작품은 설명이 필요없는 시각 예술이다.
어떤 사람이 나뭇가지에 앉은 파랑새가 주제인 사진에, 나뭇가지를 너무 포함시켜서 파랑새가 부제에 압도된 (suppressed) 사진을 찍어서 보여준 적이 있었다. 많은 가지 속에서 새를 찾아야하는 보물찾기 사진이었다. 이 경우 작가는 심리 상태가 매우 복잡한 사람이거나, 욕심이 많은 것을 간접적으로 엿볼 수가 있다.
대부분의 명작 사진은 순간적으로 눈길을 끈다. 그러므로 간단명료해야할 필요가 있다. 행사 사진에 어떻게 그 행사에 관한 이야기를 사진에 담을 것인지는 먼저 생각이 정리되어야 한다. 옛날, 직장생활 때 효과적인 듣기, 쓰기, 말하기 및 발표하기 (Effective listening, writing, speaking and presentation) 과정을 일년동안 거치면서 이 때 배웠던 지식이 사진 작품 활동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사진을 꼭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배운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쉬운 일이다. 남에게서 배우기도 하지만, 남을 가르치면서도 배운다. 남의 생각을 배우고 남의 마음을 읽는 것도 배우면서 성장한다. 화법에서도 말을 돌려돌려 한다면, 주제 전달도 못할 뿐더러, 듣는 사람의 관심을 놓친다.
사진 작품 활동 중의 한가지는 산 호세에 있는 한 미국 교회에서 전속 사진 작가로 활동하는 일이다. 그 교회가 나의 조그만 갤러리로 되어있다. 때로는 영상 예배에도 쓰이는데 주제가 간단 명료하기 때문이란다. 많은 사람들 속에 눈치채지 못하게 스며들어가 주제되는 사람을 찝어서 화면에 담는다. 그러므로 그들은 의식하지 못한다. 그야말로 candid 사진이다. 최종 작품에서는 불필요한 부분을 짤라냄으로써 (cropping) 간단 명료한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국어 시간에 문단에서의 중심 주제를 찾듯이 사진에서도 표현할 중심 주제를 제일 먼저 정해야한다 (Find clear center of interest). 보는 사람은 다른 설명이 필요없는 천마디를 대변하는 한장의 사진을 대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다음에 주제를 돋보이게 할 부제가 있으면 조심해서 포함시킨다. 세로로 화면을 채우는 것이 좋다면, 불필요한 화면을 (negative space) 줄이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된다.
광각 렌즈를 쓸 때엔, 불필요한 요소들이 화면에 포함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특히 밝은 부분은 보는 사람의 눈길을 주제로 부터 빼앗아 가기에 충분하다. 또한 반복되는 요소들이나 다이내믹한 대각선, 대조되는 색깔 등으로 대담한 구도를 짤 필요도 생긴다. 구도가 짜였으면, 피사계 심도를 고려해야한다.
때로는 배운 법칙들을 깨고 독자적인 작품을 만들 필요가 생긴다. 사람의 머릿부분을 다 포함시키지 않는다든지, 멋있는 구름을 강조하기 위해서 수평선을 아주 낮게 잡는다든지 하는 일이다. 이 과정은 기초 구도를 다 배운 후에 실습하기를 권한다.
<폴 손 객원기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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