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 변호사협회 주의사항 소개

시민권을 취득한 한인들이 가장 귀찮아 하는 일 중 하나가 배심원 소환이다. 자영업자, 봉급쟁이 구분없이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게 시간을 빼내기가 어려운 데다가 소환장을 받은 뒤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고액의 벌금까지 물게 된다. 또 일단 법원에 출두한 이후에도 배심원으로서의 역할과 의무에 익숙하지 않아 당황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상당수 한인들이 배심원 소환을 꺼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일리노이 변호사협회는 최근 배심원 소환과 관련된 주의 사항을 배포하고 관련 정보의 숙지를 당부했다.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배심원 소환시 ▲ 선정 절차 ▲ 재판 중 역할 ▲ 법정 용어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 배심원 선정 절차
배심원 소환장 수령시 숙지해야 할 사항은 첫째, 일단 배심원으로 선정되면 이와 관련된 고용주로부터의 압력이나 해고 위협으로부터 보호된다. 고용주는 부족한 업무량을 보충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조정하거나 야간 근무를 요구할 수 없다. 단, 소환장을 받았을 경우 피고용인은 고용주에게 사전 양해는 구해야 한다. 둘째, 정해진 복식 규정은 없으나 법원 및 공무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춰야 한다. 법정에서는 너무 덥거나 반대로 추울 수 있으므로 옷을 여러 겹으로 껴입는 것이 권장된다. 또 법원에서 하루종일 대기하는 동안 자판기에서 스낵을 사먹을 수 있을 정도로 돈을 준비해야 한다. 소지품에도 주의해야 한다. 일부 법원에서는 셀폰이나 카메라, 랩탑 컴퓨터 등을 소지한 채 법원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배심원에서 탈락됐다 해도 상심할 필요는 없다. 법원에서 배심원 후보들은 판사 및 검사, 변호사들의 질문에 대답한 뒤 판사에 의해 최종적으로 배심원으로 결정된다. 이때 검사 및 변호사는 배심원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기피 신청은 가능하므로 설사 자신이 배심원에서 탈락됐다 하더라도 결격 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한다.

■ 재판 중 배심원의 역할
형사 재판시 형사법에 대한 위반으로 기소된 피고는 일반적으로 ‘무죄’를 주장하게 된다. 이때 배심원은 모든 증거를 청취한 뒤 해당 인물이 ‘이성적으로 의심할 바 없는’ 유죄인지를 결정한다. 민간인이나 법인이 개인적 상해나 재산에 대한 침해, 혹은 계약상의 문제로 서로에게 소송을 거는 민사 재판의 경우 ‘거증책임’의 원칙에 따라 증거가 우세한 쪽에 승리가 돌아간다. 재판의 진행은 검사 및 변호사의 진술, 증언을 포함한 증거 자료 제출, 논쟁 종료, 별도의 방에서 배심원 심의, 평결 발표 순으로 이뤄진다. 일단 평결이 발표되면 판사는 배심원을 해산하게 된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배심원은 주의깊게 재판 내용을 청취해야 하며 특별한 경우 재판이 끝날 때까지 법원에 남아있도록 ‘격리’될 수도 있다. 이 때 법원은 배심원들에게 식사 및 숙소를 제공하고 때로는 필요한 물건을 대신 배심원의 집에서 가져다주기도 한다. 배심원은 증인들에게 질문하거나 사건 관련 개별적 조사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이러한 규정을 어기는 배심원이 있을 경우 해당 재판은 무효가 될 수도 있다. 또 배심원 심의가 종료될 때까지 사건에 대해 누구와도 상의할 수 없다. 여기엔 가족은 물론 변호사, 증인, 언론, 심지어 동료 배심원도 포함된다. 배심원 중 하나라도 늦거나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은 지연되므로 사유 발생시 법원 직원에 즉시 알려야 한다. 모든 재판은 서로 다르고 상황에 따라 며칠에서 수주, 수개월까지 진행되기도 한다. 판사는 배심원들에게 재판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예상을 고지하게 된다. 또 판사가 예전 판결문을 조회하거나 법률을 검토하는 등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지연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배심원으로서는 뭔가 ‘읽을거리’를 준비해가는 편이 좋다. 각 카운티에서는 배심원으로 소환된 시민들에게 매일 소정의 사례금을 제공하게 된다. 또 미취학 아동이 있을 경우 보육비와 함께 합리적인 선에서 교통비가 지불된다. 마지막으로, 배심원은 자신의 결정과 관련해 발생할 비난이나 보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법원은 재판 진행시, 또 필요하다면 재판 후에도 배심원을 보호한다. 만약 배심원이 신변이 위험하다고 볼만한 이유가 있을 경우 즉시 법원 직원이나 판사에게 연락해야 한다.

■ 배심원들에게 유용한 법원 용어
▲ Plaintiff(원고)- 소송을 건 당사자 ▲ Petit jury(petty jury, 소배심)- 대배심과 구별되기 위한 명칭으로서 12명(때로는 6명)으로 구성되는 일반적인 배심. 대배심은 16명으로 구성되며 피고가 법정에 서야 하는지를 결정한다. ▲ Expert witness(전문가 증인, 감정인)- 과학이나 기술, 전문적 분야에 관련된 재판에 소환되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 Rebuttal(반박, 반증)- 증인의 진술이 실제와 다를 때 제기하는 반론. ▲ Redirect examination(재직접 심문)- 재판 과정에서 수행되는 변호사에 의한 교차 심문. ▲ Deliberations(심의)- 모든 증거 자료가 제출된 뒤 배심원들이 특정한 방으로 모여 평결을 준비하는 시기. ▲ Burden of proof(거증책임)- 어떠한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필요성이나 책임. ▲ Polling the jury(배심원 투표)- 배심원들이 내려진 평결에 대해 동의하는지 여부를 개별적으로 질문받음에 따라 실시하는 단계. ▲ Sentencing(선고)- 판사는 법률 및 헌법에 따라 유죄 선고를 결정하게 된다. 선고에는 교도소 및 구치소, 벌금, 집행유예, 조건부 석방 등이 포함된다. 봉윤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