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칼럼
이윤우 법사<전 대불련 회장>
사치와 방종은 불행으로 가는 으뜸
인간은 태초에 광음천(光音天)이라는 별나라에서 그 종자가 지구촌으로 날아왔다고 불교에서는 밝히고 있다. 처음에는 빛과 소리 뿐이었는데 지상의 먹거리들을 취하고 나서부터 지금과 같은 육신의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고 하니 실락원이 생기게 된 이유를 먹이에서 찾고있다고 하겠다. 이것은 기독교에서 남녀사이의 음행으로 우리가 낙원에서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과 쌍벽을 이루어 괴로움으로 짜여진 사바 세계의 숙명이 식(食)과
색(色)으로 비롯되었음을 말하는 것이리라. 식과 색이 아니면 존재 자체가 불가능한 생명체의 숙명이 곧 인간 부패의 원인이 된다는 이중성은 한탄을 금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간이 부패한다는 것은 순결에 파탄이 났다는 말과 같다. 순결이 파탄되면 곧이어 불행해진다는 단순 진리를 까맣게 잊고 사는 어리석음 때문에 우리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치료는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하물며 먹거리와 남녀관계가 단단한 시스템(제도)으로 굳어져온 역사적 실체 앞에서 행복의 원천인 순결을 지켜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패배감을 삼키게 한다. 토지의 농경사회나 시장의 자본주의가 먹거리 확보의 탐욕임은 말할 것도 없고 명분을 거룩하게 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도 먹거리 경쟁의 한 축을 이루고 있음에 불과한 것이다.
남녀관계는 물론 가족주의로 질서를 잡아왔지만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또다시 핵가족시대로 분화되면서 문화라는 탈을 쓰기는 했지만, 오늘과 미래의 성문화는 순결을 지켜내는 것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가 순결을 운운하는 것은 정조나 순정이나 하는 조롱거리가 되는 구세대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우리의 행복에 관련된 가장 원천적으로 관련된 그러나 망각 속에 묻혀져 가는 어리석음을 거듭해서 일깨우기 위함이다.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도 결국 순결함에 회귀하는 것이며 깨달음으로 가는 길도 이것일 뿐이다. 깨달음이라는 결과와 수도라는 과정이 한결같이 순결함에 초점을 두고있다는 말이다. 정토(淨土)의 현전을 발원하는 염불도 이것! 순결일 따름이다. 순결을 파탄내어 불행으로 가는 출발점은 사치와 방종이 으뜸이다. 사치와 방종은 실정법으로 다스릴 수 없는 거짓의 죄악이기 떄문이다. 특히 불교에는 수행(修行)과 증오(證悟 깨달음)라는 것이 있어가지고 정신적인 사치와 방종을 (하는 줄도 모르고) 일삼는 환자들이 많다.
여기에 옛 선사들의 일화를 들어보자. 양기 선사가 찾아 온 백운(白雲)선사에게 물었다.
자네의 스승인 욱(석옥) 화상께서는 다리를 건너다가 미끄러져 넘어지자 깨달음을 얻었다지. 그리고는 놀라운 게송을 지었다는데 자네도 알고있는가 이에 백운이 자기 스승의 게송을 읊었다.
내게는 밝은 구슬 한 개가 있는데/ 오랜 세월동안 먼지에 쌓여 있었다네/ 오늘 비로소 먼지 닦이어 밝은 제 빛을 발하니/ 온갖 산하와 대지를 두루 비추네
이 게송을 듣자 양기선사는 박장대소하고는 등을 돌려 달아났다. 이 돌연한 반응에 백운 선사는 경악하여 입을 다물지 못하고 서 있었다. 양기 선사는 다시 돌아와 서있는 백운에게 큰소리를 내질렀다.
자네는 너무 뻣뻣해. 뭐가 그리 엄숙한가. 내가 웃는 것을 보고 자네도 그냥 따라서 좋아하면 안되겠나?
백운은 언하(言下)에 깨달았다.
또 다른 이야기. 의단 스님이 보원선사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뒤에 이르기를 일체의 언어는 비방에 불과하고 어떠한 침묵도 거짓 아님이 없다. 이후로는 말도 하지 않고 침묵하지도 않을 것이다.
엄숙함이나 침묵같은 것도 다 정신적인 사치며 일체의 언사는 정신적인 방종이라는 메시지일 터이다. 순결을 방해한다는 말이다. 나사렛의 예수도 힘있는 자들의 탐욕과 부패를 저주하며 빈자의 순결을 축복하지 않았던가.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의 것이요
최후의 심판에서도 순결의 정도로써 구제의 기준을 삼을 것이라고 말이다.
계절의 여왕답게 오월은 푸르름이 시작되는 찬란한 계절이다. 생명의 순결을 보는 듯 환희롭고 환희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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