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미국의 무역적자가 총 8,567억달러로 2006년 미 국내총생산(GDP)의 6.5%에 이르렀다. 무역적자의 규모뿐만 아니라 GDP 비율로도 최대치이다(2005년 무역적자는 7,915억달러로 GDP의 6.3%였다). 이런 속도로 매년 미국의 대외부채가 쌓인다면 25년 내로 미국의 총 대외부채액은 미 국내총생산액과 맞먹을 것이다. 사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그 ‘경제적’ 의미가 무엇인가는 선진국 중 전례가 없다는 점 외에는 불분명하다.
다만 경제적으로 확실한 점은 달러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이다. 물론 무역 적자의 증가나 감소인 변화폭과 적자의 절대규모에 따라 달러의 변동에 변화가 있겠지만 달러 가치는 하락 추세를 보인다. 아울러 해외자본의 미국 내 유입 성향이 달러 가치에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점진적 변동은 경제적으로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1982년 이래 지금까지 1990년 말 두 분기를 제외하고는 미국의 무역수지(분기별)는 지속적 적자를 보여 왔다. 또한 1992년부터는 적자의 증가 폭이 상당히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달러 강세가 큰 폭의 미국 무역적자 시기와 일치하여 왔다. 그러나 일정기간 후에는 미국 무역적자 폭과 달러 가치 간에는 부(-)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 메커니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줄지 않고 계속 증가되는 데에 따른 우려가 늘고 있다. 나아가서 달러화 가치의 급락 가능성은 없는가 이다. 구체적으로 미국 내 해외자본 유입이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 경제의 경기후퇴 여파 우려이다.
현 국제 금융제도를 ‘브레튼 우드 2’라 하여 주로 중국 등 아시아 국가 중앙은행들이 상당량의 달러를 보유하여 어느 정도 자국 통화의 대 달러 환율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국제 유동성 수요 이상의 과도한 달러 보유로 자국통화의 환율안정을 꾀하고 있다. 이는 마치 지난 2차 대전 후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여 고정 환율제도를 시도했던 브레튼 우드제도를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를 계속하는데 따른 부담이 크다. 즉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가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는 달러 보유에 따른 자본 손실이 크다는 뜻이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가능하게 하는 해외자본의 미국 유입은 앞에서 시사한대로 국제 거래 유동성 필요에 따른 달러수요와 투자자산 구성에서 달러자산 편입으로 다양화 효과를 노리는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해외자본 투자에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현 FED 의장인 벤 버냉키도 2005년에 미국이외 범세계적 초과저축 자금(global excess of savings over investment)의 존재를 지적하였다.
미국 내 해외자본의 투자가 최근 버블 우려를 낳고 있는 미국 부동산 시장에도 많이 몰려 있어 미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은 해외자본의 유입을 감소시킬 것이다. 나아가 부동산 시장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더욱 사태를 꼬이게 할 것이다.
또한 주택시장은 미국 경제에 있어서 주택투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 지출을 부양시켜 왔다. 그런데 이 경우 달러화가 급락한다면 미국 경제가 겪는 경기후퇴 효과는 최소한 단기적으로 클 것이다. 미국이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순수출 증가를 위해서는 대규모의 자원이 수출 가능부문에 이전되어야 하는데 미국 무역적자 규모는 이 과정이 평소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을 시사한다.
물론 FED가 이자율 인하로 경기 후퇴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달러가치 하락 때 FED가 이자율을 인하시켜 인플레이션 위험을 야기시키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근시안(myopic) 성향을 보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국제 금융자금은 악명이 높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의 대외 부채액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실질 수익률 프리미엄이 미미한 달러 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는 지속되기 어렵다.
물론 미국이 2001년 아르헨티나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장래 달러 가치의 하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투자자 근시안에 의존하여 지탱하는 현 상태의 미국 경제를 지켜보는 것이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정요진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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