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타성 기르려면 규칙생활 해야
시계추 같은 공부습관은 최고 방법
입시지옥이 한참이었던 1960년대 후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녔기 때문에 한창 자라야 할 사춘기에 약한 체질로 고생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마침 이창갑 선생님 같이 의욕에 찬 분이 새로 교장 선생님으로 부임해 오셔서 크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분은 새로 부임해 오신 후 시도하신 연중행사로 매년 전교생을 대상으로 경복궁에서 미술경시대회를 개최하셨을 뿐 아니라 또 매년 봄 아니면 가을에 전교생이 10km를 달리는 달리기 대회도 시작하셨다. 그래서 미국으로 조기유학 오기 전에 두 번 10km를 달려볼 기회가 있었는데 워낙 허약해져 있었던 관계로 말이 달리기지 뛰다 걷다 하면서 겨우 코스를 마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미국에 온지 삼년이 되는 가을 그 때 다니던 보딩스쿨에서 하루를 수업을 전폐하고 전교생이 10K 달리기 대회에 참여하게 한 적이 있었다. 그 전에 한국에서 이미 두 번 시달림을 받았기 때문에 우선 가슴이 덜컹했었지만 미국에 온 후로 매일 축구, 테니스, 수영, 스키 등으로 몸을 단련하고 있었고 또 주말에는 여기저기의 산으로도 등산을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에 컨디션이 최고조였었기에 과연 내 건강이 얼마나 좋아 졌나 시험을 해보고 싶은 의욕도 솟아나는 것을 느꼈었다. 그래서 드디어 대회의 그 날에는 나름대로 정성을 다해 준비를 하고 달리기시합에 임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운동을 많이 하고 컨디션이 좋았다고 해도 10킬로나 되는 거리를 갑자기 뛰는 것이었기 때문에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단 뛰기를 시작하니까 처음에는 긴장도 되고 해서 다리도 스텝도 사뿐사뿐 꽤 순조롭게 출발을 했지만 1킬로, 2킬로 지나게 되면서 점점 다리근육에 통증을 느끼게 되고 옆구리도 결려 오면서 어깨가 천근같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한번 숨 쉬는데 다섯 발자국은 내딛을 수 있던 것이 언젠가부터 넷, 셋, 그러더니 결국 둘 하나로 줄고 온 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아직도 반환점도 안 왔는데 이래서 되겠나 했지만 또 미국 아이들에게 지기 싫은 마음에 이를 악물고 계속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그러기를 얼마간 갑자기 시원함을 느끼고 통증도 없어지고 제 페이스를 되찾게 되었었다. 그리고 반환점을 돌아서자 이제는 리듬이 붙기 시작해서 내리막길은 물론, 조금 가파른 길도 발자국 폭을 조금씩 조정해 가면서 페이스를 맞추어 가면서 뛰는 요령도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기를 한참하다 보니 어느덧 결승지점이 보이기 시작했고 피니시 라인을 아주 가뿐한 기분으로 골인하게 되었는데 드디어 완주를 해냈다고 말할 수 없는 성취감에 도취되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이제 완주를 했으니까 서야 되는데 도무지 발과 팔이 말을 안 듣고 제 마음대로 계속해서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겨우 한 20미터는 족히 더 뛰고 나서야 겨우 설 수가 있었는데 그냥 쉰다고 잔디밭에 누었더니 그 때까지 멀쩡하던 것이 잔디밭에 쓰러지면서 동작을 완전히 멈추고 나니까 갑자기 하늘이 노래지고 식은땀까지 나면서 “아니, 이러다 내가 죽는 것이나 아닌가?”하는 위기감마저 느껴졌던 것이다.
옆에서 동료가 일으켜 주며 숨을 크게 쉬라고 해서 겨우 안정을 되찾았지만 그 때 왜 장거리 주자들이 골라인을 지나고 나서도 한참은 더 뛰는 것인지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뛰고 있을 때는 내가 뛰는 것이 아니라 다리근육의 타성이 나를 계속 뛰게 하는 것이 되고 이때 갑자기 멈추려고 하면 다리 근육이 계속 페이스를 유지해서 뛰려는 타성이 갑자기 제어를 당하게 되니까 계속 뛰는 것보다는 오히려 쉬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 것이었다. 이 같은 원리는 달리기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도 해당이 되고 또 공부하는 데에도 해당이 되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에 버클리에는 나중에 신문지상에도 소개된 우수한 연구생들이 여럿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 AT &T에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극한 환경에서도 자력을 잃지 않고 무게도 극소화한 자석을 발명해 화제가 되었던 진성호씨도 있었고 GM과 합작해서 가장 강하고 가볍고 싸게 대량생산이 가능한 철강을 개발해 낸 구자영씨도 있었으며 또 2006년에 교육부와 한국 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국가석학 10명 중 한명으로 뽑힌 임지순 교수도 있었었다.
그 세분은 업적은 비슷했었어도 성격이 아주 대조적이었는데 진성호씨가 오직 연구실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노력형’이었다면 구자영씨는 다방면으로 재주를 가진 ‘천재형’이었고 임지순 박사는 지나가는 것을 보고 시계도 마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습관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신혼의 대학원생이었던 임지순씨는 주말에 놀러가거나 동년배들의 노는 장소에도 결코 누구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히 참여했었고 그렇다고 얘기를 해보았을 때 그렇게 번뜩이는 ‘천재성’은 느끼지 못했지만 신혼이었던 부인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녀가 남편에 대해서 가장 놀랐던 것은 매일 같이 또 매주 같이 생활이 시계추처럼 규칙적이라는 것이었다. 매일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서 늘 취침하는 시간까지, 분초가 변함없이 매일 시계추 같이 똑같이 반복되는 스케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적인 생활은 공부하는 모멘텀(=타성)을 형성시켜 주고 공부하는 것을 보다 쉽게 해주며 또 효율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로마서 5장3~4절에 보면 “…고통은 인내를 낳고, 인내는 시련을 이겨내는 끈기를 낳고, 그러한 끈기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라고 말씀해 주고 있다 (공동번역). 임지순 교수와 같은 규칙성이 내 것이 될 때까지 꾸준히 인내하고 이겨내면 어느덧 내가 애써 공부하려고 안 해도 습관으로 공부를 하게하고 이런 좋은 공부의 습관은 그냥 공부만 파는 노력형의 학생도 이기지 못했고 또 재치가 번뜩이는 천재들도 이기지 못했던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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