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전, ‘우리 마당 남의 잔치’ 불가피
<체전사태 속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제14회 전미주한인체육대회(6월29일-7월1일) 준비 및 진행 등 전반적 주도권이 SF체육회에서 재미대한체육회로 ‘일단’ 이관됐다. 체전사태와 관련 베이지역을 방문한 장정현 재미대한체육회장은 16일 밤 오클랜드 삼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미주체전은 “재미대한체육회가 주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장 회장은 예산확보 조직운영 등에 대한 복안을 설명하며 “누가 주관하든 미주체전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게 돼 (SF한인) 여러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협조를 부탁했다.
◈‘장정현 구상’ 왜 나왔나= 기존 조직위 지도부가 물러난 뒤 신임 조직위 지도부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게다가 체전이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현실적 제약 등을 감안해 내린 ‘비상한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장 회장은 특히 정상화추진위가 추대한 새 조직위원장 인준안이 15일 SF체육회 임시총회에서 통과돼 법적 분쟁의 소지를 제거하고 새출발하기를 바랐으나 이것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재미체육회 직접주관 카드를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장정현 구상’의 효과는= 장 회장은 16일 밤 회견에서 “각 지역 체육회에서 조금씩 사재를 털어” “각 지역 체육회장님들이 도움을 주기로 약속해” 등 표현을 빌어 난제 중 난제인 예산확보문제를 돌파해나갈 것임을 비쳤다. 그는 또 상주조직 설치 등 실행력있는 준비 및 진행기구 설치문제와 관련해서는 “체전에 대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경기협회장 협력하에 경기운영에 대한 협력 얻어야 한다. 별도의 기구는 불협화음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돼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결국 예산은 재미체육회 지도부와 각지회가 분담하고, 상주 준비조직 없이 꾸려가겠다는 것이다. 상주조직(SF체육회->체전조직위)이 있고 2년 가까운 시간적 여유에도 불구하고 신뢰상실과 능력부재로 체전준비가 총제적 부실에 빠진 점을 감안할 때, 외지인들의 원격준비가 어느정도 효험을 발휘할지는 비관적이다.
◈체전정상화추진위= 빅3종목(축구 야구 농구) 협회장 등 실제로 경기단체를 이끌어가는 체육인들(가칭 정상화추진위)이 중심이 돼 새 조직위원장-준비위원장을 추대하고 SF 내 새 주경기장 후보지를 물색하는 등 갓 시동이 걸린 체전정상화 움직임은 ‘장정현 구상’ 돌출로 물거품이 됐다. 정상화추진위로서는 한편 허탈하면서도 지극히 열악한 상황에서 코앞에 닥친 미주체전을 준비하고 진행해야 하는 등 버거운 짐을 벗었다는 점에서는 후련하다고도 할 수 있다. 정상화추진위는 그동안 차질없는 체전준비와 성공적인 체전개최를 위해 퇴진조직위를 비판하며 대안을 모색해온 것일 뿐 체전개최권이나 조직위 또는 체육회 주도권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상화추진위 핵심들은 재미체육회가 하기로 한 이상 더이상 (체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공연히 체전주도권 싸움으로 비쳐질 우려가 있다”며 “체전은 그들(재미체육회)이 한다니까 놔두고 이제는 SF체육회가 제 자리에서 제 구실을 하도록 체육회정상화쪽으로 우리의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SF체육회=체전개최권의 향방과는 별개로 체육회정상화 또한 시급한 과제다. 상설조직과 인력을 갖춘 주요종목 경기단체는 맥을 못쓰고 도무지 담당업무도 불투명하고 누구누구인지언제 어떻게 이사가 됐는지도 애매한 인사들이 표결권을 무기로 체육회 엉망운영의 ‘충직한 반려자’ 역할을 해왔던 점을 차제에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회장의 무원칙한 독선운영을 막고 표결용 거수기 이사 난립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입직 이사의 숫자를 당연직(경기단체장) 이사의 1/3 이하로 한다든지 등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래야 체육회가 회장 등 몇몇의 친목회 비슷하게 전락하지 않고 ‘체육인의 체육인에 의한 체육인을 위한’ 체육회로 거듭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SF한인회 및 한인사회= 정상화추진위 추대 조직위에 상황실을 제공하는 등 적극협조의 첫걸음을 뗀 SF한인회(회장 이석찬) 등 다른 단체들도 원점회귀할 수밖에 없게 됐다. 퇴진조직위를 불신해 지난 2년 가까이 후원의 손길을 거의 접었던 한인사회가 ‘진통끝에 정상화’ 대신 ‘우리 마당 남의 잔치’가 돼버린 이제와서 체전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 또한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북가주 기자협회 성명서
‘북가주 기자협회 김대부 회장 및 전직 기자협회장 일동’은 16일 “작금의 체육회 사태를 보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지난 4월26일 체전조직위가 본보의 비판적 보도에 대응해 발표한 ‘성명서 및 공개질의서’와 유사하게 체전의 의의 등을 설명하고 “(윌리엄) 김 회장의 지도력에 대다수 동포들이 불신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비공식 채널을 통해 김 회장을 포함한 지도부의 2선퇴진을 종용하게 되”었다고 기자협회의 역할을 공개했다. 성명서는 또 “본 북가주 기자협회는 북가주 동포들의 자존심이 걸린 미주체전의 성공적인 운영과 준비를 위해 한인단체들의 사심없는 참여와 동포들의 후원을 호소”하면서 ▷”이미 퇴진한 체전조직위를 흠집내기 위해 인신공격성 기사와 추측보도를 서슴지 않는 H일보는 더이상 체전운영에 부정적인 기사 게재를 중지할 것 ▷가칭 정상화추진위를 즉각 해체하고 각계 한인단체장 및 전현직 체육회 관계자를 포함하는 범 동포적 차원의 조직위를 구성하여 얼마 남지 않은 체전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 ▷SF총영사관은 본 체전이 체육회만의 행사가 아닌 만큼 동포화합 차원에서 행정 예산 등 지원을 적극 시행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문을 덧붙였다.
* 한국일보는 지난 14일 기자협회(회장 김대부, 교차로 편집국장)의 박성보 총무(교차로 기자)에게 한국일보의 기자협회 탈퇴를 통보한 바 있다.
<정태수 박승범 기자>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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