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뭣일까? 말 만의 건강이 아니고, 은총이 충만하고 평화와 사랑이 넘치는, 몸과 마음이 하나되는 삶이길 바란다. 물론 누군가 나서서 지금 당장 잘 먹고 잘 사는 것, 얼짱이 되고 몸짱되어 ‘나 보라는 듯’ 어깨춤 추는 것이라 해도 할 말은 없다. 굶기를 밥 먹듯 해야 했던 60년대 이전의 ‘보릿고개’를 생각한다면, 몸뚱이 하나가 다인 양 설치며, 조금쯤 ‘썩은 냄새’가 풍긴다 해도 못 본 척 고개 돌릴 수도 있다. 그 때는 이웃을 굶겼던 가난이 그렇게 서러웠다.
그렇다고 꼭 웰빙만이 다 인가? 그 뒤에 오는 것이 있을텐데도 천년 만년 살 듯 몸 만을 위한 웰빙타령에 빠질 것인가. 뭣인가 조금쯤 모자라 어리석고, 십자가 아래에 앉으면 용서를 빌어야 할 만큼 그렇게 ‘죄’가 있다고 가슴을 치며 고개 숙이는 하루는 없는가. 이웃을 보살피는 그래서 누구보다 “사람 냄새”가 나고, 정다웁기까지 한 그런 삶을 꾸미는 당신의 하루가 있어야 한다.
오다 가다 듣게 된 우스개 소리다. 요즈음에는 선남, 선녀들도 천당 문 앞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단다. 서울의 ‘얼짱’, ‘몸짱’ 때문이란다. 얼굴과 몸을 어찌나 뜯어고쳤던지 하늘나라에 보관된 ‘원판 사진’만으로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본인 확인”하는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는 말이다.
연옥과 지옥은 아예 “내부수리 중” 싸인이 걸려 있단다. 그것도 서울의 “불가마 찜질방” 때문이란다. 왠만한 열에는 끄떡도 않고 어 시원하다”고 흥얼거린다니….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런가 하면 자기를 잊고 이웃과 함께 하는 참으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삶도 있다. 어느 날 ‘부자 아빠’가 되어 있는 자기를 본다. 80년대 인권 변호사로 이름을 날렸던 박원순 변호사 이야기다. 선배 조영래 변호사 병문안을 간다. “박 변호사, 돈 그만 벌고 이젠 눈을 좀 돌려 봐”. 무심코 푹 빠졌던 돈 이야기를 듣는다. 날벼락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에게 묻는다. “나에게 돈은 무엇인가?” 붙들고 뼈를 깎는다. ”탐욕은 탐욕을 낳고, 그 탐욕은 다시 더 큰 탐욕을 향해 질주하는 것”임을 알게 된다. 변호사로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91년이다. 박 변호사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탐욕이라는 이름의 열차’에서 뛰어 내린다. ”내 것”이라는 소유욕으로부터 벗어난다. 그리고 더욱 더 풍요로운 “가난한 아빠”의 길을 걷는다. ”그 부질없는 탐욕의 열차를 다시 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깊이 안도하고 감사”한다며,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죽을 때 함께 가져갈 수 없는 건 재산으로 치지 않는다”는 티베트 벗님들의 말을 들려 준다. 우리라고 그것을 몰랐을까?
2005년 3월, ‘민주평통’ 샌프란시스코지역 협의회 월례회 자리에서 우리는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를 만난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그의 열정어린 호소는 자리를 함께 했던 우리들의 가슴을 울린다. ”(한반도) 통일은 됩니다. 제 눈에는 통일이 오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박원순 변호사와의 만남은 이어지고, 그 해 5월 우리는 “북가주 아름다운재단”의 설립을 보게 된다. 이웃을 위한 ”나눔”으로 보다 풍요로운 삶을 일구어 보겠다는 불 같은 열정과 일 욕심이 일구어 낸 쾌거다. 어쩌면 ‘함께 가져갈 재산’을 마련할 수 있는 일터일런지도 모른다. 눈 여겨 볼 “나눔의 길”이다. 한국 아름다운재단은 최근 “아름다운 이별학교”를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힘들고 어려웁겠지만 삶의 마지막 순간을 맞으며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물론 자신의 삶을 제대로 정리하고, 함부로 입에 올리기 힘든 죽음이나 유언이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이별 연습’, ‘죽음 연습’을 하는 것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내가 떠날 뒷자리를 챙기고, 내 힘으로 ‘죽을 때 함께 가져갈 수 있는 재산’을 마련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알고 보면, ‘웰 다잉’이란 삶의 마무리를 보다 밝고, 아름답고, 품위있게 한다는 것이리라. 그렇다고 지금 당장 웰빙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것은 바로 웰다잉(Well Dying)이라면, 입맛 없는 소리라고 입을 삐쭉거릴 것이다. 그러나 작년 3월, 한국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노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건강하게 잘 사는 것 뿐만 아니라 편안히 잘 죽는 것”이다. 100세 이상인 961명 중 796명을 직접 만나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의 가장 큰 소망은 “편안히 빨리 죽는것: 23.8%, 자손 잘 되기: 21.8%, 건강회복: 16.8%”였다(조선 06.11.5 참조). 그렇다면 결코 못 본 척 할 일도, 뒤로 미룰 일도 아니다.
그렇다.우리들도 언제인가는 “아름다운 이별학교”도 꾸며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 모든 것을 위하여 “떠날 자기”를 먼저 찾아야 한다. 평생 함께 했던 몸과 헤어질 “나”를 찾아 보다 밝고, 아름답고, 품위있게 가꿔야 할 것이다. ”선(禪)”도 좋지만, 더 좋은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말이다. 나눔으로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믿음으로 “하느님 사랑의 길”을 걷는다면, 우리가 비록 혼자 빈 손으로 떠나야 하는 길이라 말들 하지만 불안하거나 두렵지는 않을 것이다. 거기에 “은총 속의 삶”, 웰빙과 웰다잉이 하나 되어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참된 삶이 펼쳐질 것이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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