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스테이트 LA 김효선 박사 ‘야심 찬 계획’
대학 기숙사 생활하며 기술 익혀 취업 알선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물론 성장할수록 더 많은 걱정거리가 생긴다. 자녀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고 사회에 나가게 되는 것이 두렵고 걱정된다. 장애인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인 학부모들도 예외는 아니다. 매번 깊은 산속에서 “한 고개 한 고개”를 넘는 심정 속에서 가슴을 졸인다고 한다.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의 김효선 박사(사진)는 이런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것이 소망이다. 장애아들이 기숙사에 거주하면서 고등교육의 기회와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전문교육기관을 만들어보려고 10년 전부터 애쓰고 있다. 20만달러의 ‘시드 머니’만 있으면 실현될 수 있는 그의 계획을 정리한다.
일반학생과 함께 배우는 2년제‘통합교육’
20만달러 들여 세우면 정부서 운영비 지원
장애아 부모 부담 덜어 “한인들 지원 기대”
■장애인센터
김효선 박사가 세운 계획은 칼스테이트 LA 캠퍼스 내에 장애인센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장애학생과 일반학생을 격리하지 않는 ‘고등교육 기관에서의 통합교육’이 개념이다. 장애인들이 학교 내 기숙사에서 일반학생들과 함께 살면서 일상생활의 이모저모를 배우고, 특히 학과 공부와 직업 교육을 동시에 받게 하자는 것이다. 현존하는 특수교육 기관의 모자라는 점을 보완하고 합친 하이브리드 모델인 셈이다.
프로그램은 3가지 큰 요소로 구성돼 있다. 장애학생들은 대학교 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도움 없이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운다. 식기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고, 집안 청소를 스스로 하며, 혼자서 돈 관리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배운다. 두 번째 구성요소는 칼스테이트 LA 내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등록해 학과 공부를 하는 것이다. 마지막은 캘리포니아 주정부 재활국의 협조 하에 직장을 찾고, 직업 현장에서 직접 일하며 혼자서 급여를 벌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2년 수료 프로그램의 첫 번째 해에 장애학생들은 대학 내 기숙사에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거주하며 학과 공부와 직장 인턴십을 시도한다. 프로그램 마지막 해에는 일반 학생들과 함께 기숙사를 공유하면서 컴퓨터 작동 등을 배우는 등 본격적인 통합교육을 받게 된다.
김 박사는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수하는 학생들이 교사 또는 간호사 보조원, 자영업자로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학생 선정은 행동장애가 적은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우선 첫 번째 해 정원은 15~20명선이다. 그 다음해에는 40명 정도로 늘릴 계획이다.
■교육 효과
장애학생이 일반학생들이 섞여 통합교육을 받을 때 교육적 효과는 크다고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일반 학생들이 장애학생에게 사회생활에 지장이 될 수 있는 행동을 보일 때 ‘안된다’는 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게 하면 장애학생의 행동이 훨씬 나아진다는 것이다. 통합교육을 받지 않고 장애학생들만 격리시켜 교육시킬 때보다 효과 발생 기간도 단축된다고 한다.
김 박사에 따르면 태프트 커뮤니티 칼리지는 지난 15년 동안 통합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졸업생의 85% 정도가 학교 졸업 후 직업을 가지고 독립적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UCLA에도 이런 프로그램이 생겼다.
하지만 현존하는 특수교육 프로그램은 기숙사 시설이 없는 단점이 있다. 특히 UCLA 프로그램 경우에는 학비가 연 2만달러 정도나 돼 경제적 여유가 없는 가정에서는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 김 박사는 원래 학비가 저렴한 칼스테이트 LA에 프로그램이 생기면 부모들이 큰 경제적 부담 없이 장애자녀 교육을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꼬 트는 20만달러
소아마비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김 박사는 어려서부터 “어른이 되면 나는 나처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한다. 이민 1세, 장애인, 여성이란 핸디캡을 모두 극복하고 한인 2세들도 되기 힘든 주요 대학 교수직에 오른 김 박사는 어릴 때 꿈을 더 승화시킬 수 있는 장애인센터 마련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애썼다.
장애자를 돕는 정부기관은 “프로그램이 시행될 때만 운영지원을 할 수 있다는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장애자센터를 설립할 수 없지만, 일단 기관이 생겨난 다음에는 매년 운영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재활국 산하 기관에서는 김 박사가 생각해낸 장애인센터가 우선 문이라도 먼저 열게 되면 매년 100만달러의 운영금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정부기관으로부터 이런 확답을 받아낸 김 박사는 학교 측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사실만 확인했다. 쪼들리는 대학 예산이 이유였다.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인식한 세태와 아직은 허약하기만 한 미국의 복지현실이 드러난 단적 사례인 것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센터를 시작하는데 당장 들어가야 하는 비용은 20만달러다. 일단 센터가 문을 열기만 하면 정부 지원금 조달이 시작돼 장애학생들도 대학에서 교육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장애아동들도 교육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거의 진전이 없는 계획 진행과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시선, 무관심 같은 암초에 직면했지만 김 박사는 좌절하지 않는다. 뜻 있는 한인이 나서 줄 것이란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김 박사는 “뜻 있는 한인들이 아직도 많이 있다”며 장애학생들을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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