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에 근 10년간 근무하면서 하버드 학생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그 학생들을 지도하고 교내 및 교외활동도 같이 하면서 그들의 어떤 점들이 그들로 하여금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올 수 있게 하였을까, 무엇이 그들을 다르게 만들었을까 하고 자세히 관찰해 보기도 했다. 바깥에서 보면 그들은 엄청 빛이 나 보이고 남들과 무언가가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보스턴에 직접 와서 보면 하버드 학생들이 참 많다. 확실한 것은 세상에는 그렇게 많은 수의 천재가 있을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모두 다 천재가 아니며 단지 그때까지의 인생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온 학생일 뿐이었다. 결국 이 말은 누구나가 열심히만 하면 세계 최고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너무도 소중한 결론이 나온다.
순전히 개인적인 판단이지만 진짜로 비상한 머리 덕택에 그 최고의 대학으로 올 수 있었던 학생들은 전체의 5% 정도 밖에 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나머지는 어떤 학생들인가. 한마디로 하면 그들은 그들의 인생을 남들의 인생과 다르게 만들어보려고 무지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남들과 구분되게끔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항상 도전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남들보다 잘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과 공을 들인다. 다른 사람과 똑같이 취급되어 지기를 거부하고 차별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쉬운 비유를 들면 모처럼 비싼 돈을 주고 멋진 옷을 사서 기분 좋게 입고 나서는데 바로 이웃에 사는 사람이 똑같은 옷을 입고 나오다가 서로 마주쳤을 때를 생각해 보자. 아마 속이 상해 그 옷을 환불하거나 아니면 이사를 갈 것이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나’라는 존재가 ‘남’과 구분되어지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유본능은 모든 동물들이 가지지만 이 차별성은 소유본능에 기초하면서도 오직 인간에게서만 찾아볼 수 있는 습성이다. 그래서 요즘 연예인들이나 비즈니스맨들의 ‘튀어야만 산다’라는 정신은 차별성의 극대화된 표현이라고 하겠다. 남들과 구분되어지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것이다.
남들보다 구분되어지고 싶다거나 잘나고 싶다는 마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 있다. 그것이 무의식중으로 얼마나 표출되어지냐는 그 사람의 성격에 다소 달려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의식적으로 얼마나 강하게 추구하느냐는 것은 그 사람의 의지에 더 많이 좌우된다. 의지라는 것은 말 그대로 그렇게 하고 싶다 해야 한다는 마음의 갈구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인간의 의지는 유전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에 의해서 지배를 받는 후천적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삶의 고난과 고통이 강한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경우를 많이 본다. 오늘은 가난하고 배고프지만 열심히 일해서 내일은 꼭 잘 살겠다는 이른 바 헝그리 정신은 엄청난 의지를 부여한다. 때때로 우리는 헝그리 정신으로 결국 성공에 이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얼마나 춥고 배고프고 서러웠으며 그래서 이를 악물고 열심히 살았다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하버드 학생들은 남들보다 더 잘 해야겠다는 성향이 강한 것 같다. 그런 의지 때문에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한다. 그래서 결국 남들보다 성공하는 비율이 더 높다. 그들은 미래는 생존경쟁의 시대이며 열심히 살지 않으면 그 경쟁에서 도태되어 불행해진다는 것을 잘 파악하고 있다. 아마 그들의 간절한 의지는 헝그리 정신만큼 강하다고 하겠다. 헝그리 정신은 꼭 지금 당장 춥고 배고파야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지금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나중에 배고프고 서러운 날이 분명히 찾아온다는 너무도 분명한 사실을 깊이 깨달을 때 그리고 그때 가서는 아무리 땅을 치고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절박감이 들 때에도 생긴다. 그런 강한 의지는 자신이 현재 처한 위치를 바로 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은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헝그리 정신은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 우리들이 한번 씩 듣는 가슴을 저미는 성공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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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권
(USC 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