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산(竹山) 조봉암. 그는 3.1 운동 만세 사건에 관련되어 옥고를 치렀던 애국자요, 모스크바 코민테른에 참가한 후 2년간 공산당 전문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이론적 공산주의자요, 해방 후 남로당 박헌영에게 공산당의 잘못을 통렬히 꾸짖고 공산당을 떠난 소신 있는 인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그는 1948년 제헌국회의원으로 당선 후 대한민국 첫 정부에서 농림장관을 지내며 부재지주의 토지를 소작인들에게 분할상환식으로 분배하는 소위 ‘토지개혁’을 일구어낸 사람입니다.
그러한 그가 1956년 3대 대통령 선거에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200만표 이상을 얻어서 이승만 자유당 정권을 놀라게 했고, 그로 인해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아부하는 사람, 또는 돌격 전위대라고 할까 하는 사람들이 소위 ‘빨갱이’로 몰면서 서서히 그를 죽이기 위한 올가미를 조이고 있을 바로 그 때에 ‘W’라는 분이 내무부 차관이었습니다. 당시 내무부는 도지사, 시장, 군수 등 지방 행정 구역을 관할하고, 그 행정관료를 임용하고, 감독하기도 했고, 내무부 안에 치안국이 있어 모든 경찰들을 지휘하는 명령계통에 서 있어 막강한 권력의 중심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시기, 즉 조봉암이 빨갱이로 몰리고 있는 때에 이강학 치안국장이 W 내무부 차관에게 와서 “지금 빨갱이 혐의로 조봉암을 체포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 조봉암이가 북한의 스파이하고 접촉하려는지 강원도 춘천 북쪽 지역에 나타났다 합니다. 그래서 급히 체포조를 급파했습니다”라고 보고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W 차관 대답이 이랬다 합니다.
“여보시오, 이 국장, 조봉암을 체포하지 말고 멧돼지 몰듯이 소리만 요란하게 내면서 서서히 북쪽으로 몰아서 월북시켜 버리시오.” 이 말을 듣고 이강학 치안국장이 당시 경무대 경호실장 곽영주에게 “W 차관이 참 의심스러운 분입니다” 하면서 고자질(?)을 했고, 곽영주는 ‘옳다구나, 한 건 했구나’하면서 이승만 대통령에게 보고를 했다고 합니다. 아, 그런데 놀랍게도 이승만 대통령의 대답이 이랬습니다.
“아, 거 미스터 W, 아주 현명합니다.”
경무대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무언의 메시지가 하나 있었습니다. 장차관, 국회의원, 당의 무슨 위원장 등 이름을 거론할 때 그 직위를 붙이지 않고 미스터라고 하면, 즉 W 차관 하지 않고, 미스터 W 라고 부른다는 것은 그 사람 내가 신임하고 시랑하는 사람입니다 라는 뜻이다 이런 말입니다. 그 이후 내무부는 물론 경무대에서도 W 차관의 정치적 비중이 커졌고, 그 분은 승승장구 했다고 합니다.
그 이후 1960년에 실시될 소위 제 4대 대통령 선거를 위한 돌격 내각이 짜여질 때 이승만 대통령이 W 차관을 체신부 또는 교통부 장관에 임명하겠다고 P 비서를 시켜 W 차관을 경무대로 오라고 지시를 했더랍니다. 그런데 그만 막 수행비서 자리를 얻은 민 모라는 세상 모르고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비서가 전화를 받고, “여보시오. 경무대라니, 거 장난전화 좀 그만 합시다”하고 끊어 버렸고, 얼마 후 전화를 다시 받고는 욕지거리를 하면서 전화를 끊었답니다. 그 후 권력의 뒷이야기가 어찌 됐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민 모라는 신출내기 비서 때문에 ‘W’라는 분은 내무부 차관직을 내놓고, 장관도 못되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그러나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그 선거 내각이 소위 3.15 부정선거로 4.19가 일어났고, 내무부 장관 최인규는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장경근 장관만 일본으로 밀항했을 뿐, 나머지 홍진기 장관 등등은 옥고를 치렀고, 4.19 날 장관집에 데모대가 쳐들어와서 집기를 부수는 등 난리가 났을 때 W 차관은 아무런 해도 받지 않고 무사하고 평안했다 이런 말입니다.
내각 조직 발표 후 경무대의 P 비서로부터 체신부 이야기를 듣고 화를 냈던 W 씨. 4.19 이후 “허 정말 전화위복이로구먼”했다고 합니다. 그 W 씨의 자손을 보다가 몇 줄 써 보았습니다.
지난 번 ‘성경을 가슴에 안고’라는 저의 글을 읽고, 이 글에 등장한 M씨의 형님으로부터 해명하는 부연설명이 있어 알립니다. M씨의 할아버지가 남작을 자진해서 받은 것이 아니라 총독부에서 “일본 천황이 내린 작위를 오직 안 받은 분이 당신의 아버지인 바, 이제 돌아가신 마당에 당신이라도 꼭 받아야겠소”하는 강권에 의해서 받은 것이고, 대한성서공회에 돈 희사는 언더우드 박사가 대한민국 건국 전후에 찾아와서 간곡한 부탁이 있어 희사했는 바, 공교롭게 반민족 특위가 진행될 때라 마치 구명운동차 희사한 것처럼 보였다 라는 해명이 있었습니다.
이영묵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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