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그런 바람 머무는 할리웃 숲속의 밤
캘리포니아 여름의 가장 큰 묘미는 뜨거운 태양빛에 달아올랐던 대지가 빠르게 식어가는 해질 무렵, 달짝지근한 바람을 맞으면서 어둠과 나란히 취하는 휴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야외극장을 찾는 이유도 그런 한가로움을 이따금 누려보고 싶은 마음 때문. 열린 공간에서 만나는 예술과 문화 이벤트는 왠지 좀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가주는 그런 야외극장이 유난히 많이 모여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5월만 되면 각종 야외행사가 시작되는데, 그 중에서도 할리웃에 위치한 존 앤슨 포드 디어터의 야외 원형극장은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공간으로 꼽힌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진 1,241석은 원래 연극 공연을 위해 건설되었기 때문에 어느 각도, 어느 위치에서도 좌석이 무대로부터 96피트 이상 떨어지지 않게 디자인 되었고, 사이프러스와 샤퍼랠 나무가 무대 주변을 에워싸고 있어서 유난히 아늑한 분위기를 조성해준다.
또한 프로그램 자체도 재즈, 월드 뮤직, 댄스, 클래식, 연극, 영화, 그리고 패밀리 쇼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만하다.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앤젤리노들의 눈과 귀와 마음을 열어줄 100여개의 다양한 공연 중에서 특히 기대되는 프로그램을 알아본다.
예술의 향기는 고단한 삶을 감싸고…
열린 공간서 펼쳐지는 각양각색 라이브 무대
연인끼리… 온가족이… 자유로운 휴식 얻어
발레·오페라·영화제
재즈·탱고·콘서트 등
장르 망라 100여개 공연
10월까지 앤젤리노 유혹
안 트리오 (Ahn Trio·6월1일 오후 8시30분)
켄지 번치(Kenji Bunch)의 ‘댄스밴드’, 폴 치하라(Paul Chihara)의 ‘오키즈’, 칙 코레아(Chick Corea)의 ‘어덴덤’, 마이클 니먼(Michael Nyman)의 영화 ‘피아노’ 삽입곡, 록그룹 도어스(Doors)의 ‘라이더스 온 더 스톰’ 등을 피아노, 첼로, 그리고 바이얼린 각각의 독특한 특색을 살려 연주할 예정. 퍼커션 연주에 크리스 가르시아가 특별 출연한다.
패션 언더 더 스타스
(Passion Under the Stars·6월2일 오후 8시30분)
유럽과 러시아에서 인정받은 보컬과 피아노 듀오 아르만과 애나(Arman & Anna)의 LA 데뷔 무대다. 유명 오페라 아리아 및 이탈리안 세레나데, 브로드웨이 뮤직, 그리고 베토벤에서 라흐마니노프까지 전통적인 피아노곡 등 다양한 클래식 음악과 모던 뮤지컬 및 댄스를 접목한 최근 트렌드에 어울리는 공연이 될 것.
리프라이즈! 베스트 오브 브로드웨이
(Reprise! Best of Broadway·6월16일 오후 8시)
어빙 버린, 거슈윈, 레너드 번스틴, 스티븐 손드하임 등의 뮤지컬을 리바이블하여 공연해온 리프라이즈! 극단의 라이브 무대. 포드 앰피 디어터에서 3년째 여름마다 열리는 브로드웨이 뮤직 잔치다.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숙한 곡들을 선정하여 화려한 의상, 안무, 조명 등과 함께 선보이기 때문에 가족 단위로 가볍게 즐기기에 적합하다.
‘인스파이어드 바이 아메리카’
(Inspired by America·6월22일 오후 8시30분)
사이프러스 현악 사중주의 연주와 함께 ‘아메리칸 소울’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 제이콥 니들맨의 이야기 낭독, 그리고 에미상 수상 감독 마이클 슈워츠의 필름 몽타주를 통한 연속 이미지를 함께 감상하는 멀티미디어 이벤트.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와 장면을 미국적으로 표출한다는 전제 속에서 9.11 사건 이후 세계 속의 미국, 그리고 미국 내에서의 미국인을 재조명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과연 무엇이 미국적인 것이고, 어떤 것이 미국인적인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 필름 페스티벌
(LA Film Festival·6월23~24일, 28~30일 5일간)
LA 국제영화제 출품작들을 야외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웨스트우드 극장들에서 주로 스크리닝을 갖는 LA 영화제의 장편, 단편, 다큐멘터리, 뮤직 비디오 등 175편 중에서 선정된 일부가 포드 앰피 디어터를 통해 공개되는 것. LA 국제 영화제는 8만~1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하는 대형 이벤트로서 올해로 13회를 맞는다.
조운 아마트레이딩 (Joan Armatrading)
영국 출신 가수,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인 아마트레이딩의 2007년 미국 투어인 ‘인투 더 블루스’(Into the Blues) 공연. 1970-80년대, 로큰롤과 팝 뮤직을 소울에 접목시켜 가슴 저린 아쿠스틱 사운드를 구사했던 아마트레이딩의 때론 부드럽고, 때론 열정적인 음악 세계가 2000년대 R&B풍의 소울로 변화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현대무용 ‘언어딩 슬립핑 비스츠’
(Unearthing Sleeping Beasts·7월6일 오후 8시30분)
3개의 다른 색채를 가진 현대 무용단이 차례로 개성있는 공연을 펼친다. LA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의 ‘패션 플레이즈’(Passion Plays), 오니 댄스의 ‘스플렌더 오브 그레텔’(The Splendor of Gretel), 그리고 레지스 앤드 본스 댄스 프로젝트의 ‘디파처스 프롬 커먼’(Departures From Common)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현대무용의 새로운 면모와 무브먼트의 재구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무용 ‘언어딩 슬립핑 비스츠’
(Unearthing Sleeping Beasts·7월6일 오후 8시30분)
3개의 다른 색채를 가진 현대 무용단이 차례로 개성있는 공연을 펼친다. LA 컨템퍼러리 댄스 컴퍼니의 ‘패션 플레이즈’(Passion Plays), 오니 댄스의 ‘스플렌더 오브 그레텔’(The Splendor of Gretel), 그리고 레지스 앤드 본스 댄스 프로젝트의 ‘디파처스 프롬 커먼’(Departures From Common)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현대무용의 새로운 면모와 무브먼트의 재구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싱어롱 심포니 ‘베토벤스 위그’
(Sing-Along Symphonies ‘Beethoven’s Wig’·7월28일 오전 10시)
어린이들을 위한 유명 클래식 감상시간. 아이들이 친숙할 만한 곡들을 선정하여 만화영화와 함께 보면서 따라 부를 수 있다. 어른은 5달러, 어린이는 무료. 반드시 미리 예약해야 한다.
연극 대본 낭독회 (Playreading)
유명한 예술인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고, 화려한 조명과 음향이 준비된 것도 아니지만, 조용한 분위기나 이색적인 경험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권하고 싶은 이벤트다. 티켓 가격이 1인당 5달러여서 저렴하고, 객석이 비교적 한가하기 때문에 중고교생 자녀를 둔 가정에서 한번쯤 구경할 만하다.
6월30일에 마이클 존 가세즈의 ‘커스텀스’, 7월14일에 개브리엘라 로페즈 디 데니스의 ‘후프 걸즈’, 7월21일에 어거스토 페더리코 아마도르의 ‘스틸본’, 그리고 8월18일과 25일에도 낭독회가 열릴 예정. 오후 1시.
발레 ‘카르멘’(Carmen·8월17일 오후 8시)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을 토대로 한 발레 공연. 샌타바바라의 발레단 스테이트 스트릿 발레에서 정열적인 음악에 맞게 원색적인 의상과 움직임으로 집시 카르멘의 운명을 펼쳐 보인다.
피에스타 아르헨티나, 탱고의 어제와 오늘
(Fiesta Argentina, Tangos of Yesterday and Today·8월18일 오후 8시)
아르헨티나의 가수 길레르모 갤비, 로스앤젤레스 탱고 퀄테트, 그리고 오테로 댄스 컴퍼니가 클래식 탱고부터 최신 유행하는 일렉트로니카 탱고까지 탱고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한 때 탱고 공연 붐이 일어난 이래, 여름마다 야외극장들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무대다.
아시아의 소리와 댄스
(Sounds and Dance of Asia·8월25일 오후 10시)
한국과 중국 댄스팀의 공연에 이어 신나는 타이코 드럼 공연이 펼쳐진다. 이정임 코리안 댄스 아카데미, 리틀 댄스 월드 오브 차이니즈,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타이코 센터에서 출연한다. 아이들에게 한국 무용과 음악을 접하게 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성인은 5달러, 어린이는 무료. 미리 좌석을 예약해야 한다.
포커스피시 플라잉 서커스
(FOCUSFish Flying Circus GUSH·9월21, 22일 오후 8시)
공중회전, 불 댄스, 스틸트 저글링, 공굴리기 등 다양한 소품을 이용한 재주와 기술이 넘쳐나는 서커스다. 유명 서커스의 다양함이나 호화스러운 구경거리에 비교하면 다소 평범하지만, 웍샵 스타일 공연으로 저렴한 가격에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이디 재즈 금관악기 공연
(Lady Jazz Kickin’ Brass·9월28일 오후 7시)
여성 멤버로만 구성된 브래스 재즈 밴드의 연주회. 재즈 연주자들 중 여성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인식에서 시작된 레이디 재즈 모임에서 매년 갖는 공연으로, 재즈계에서 꽤 알려진 음악인들이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올해는 색서폰 연주자 캐롤 채이킨이 디렉터를 맡았다.
<사이프러스 현악 사중주>
<탱고>
주소: 2580 E. Cahuenga Blvd., Hollywood, CA 90068
기간: 5월부터 10월까지
문의 및 이벤트 스케줄: (323)461-3673, www.fordamphitheatre.org
<고은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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