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테크놀러지의 눈부신 진화와 정보처리의 혁명은 지식의 패턴과 우리의 상황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맥루한의 논리를 따라 우리의 신체가 전자적으로 확장됨으로써 우리는 온라인(on-line)과 온사이트(on-site) 상의 자아의 분열을 경험하며 인터넷은 메시지의 효율적인 도구가 되고 있다.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디지털로 대변되는 현대사회의 기본논리는 무엇이며 이는 우리의 인식체계에 어떤 영향과 변화를 가져오는가?
디지털 시대에는 모든 것이 코드화(coded) 된다. 우리 사회에서도 언제부턴가 ‘코드’(code)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의 의미는 매우 다양하다. 원래 코드의 어원은 ‘책’(book/ 참조 codex)을 의미하며 대략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법전(a group of laws) 어떤 사회에서 받아 들어지는 규칙이나 관례, 신호나 상징체계 등을 의미한다.
종합해보면, 코드는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합의한 규칙에 의해서 이해되고 규제되는 기호들이 조직화된 체계이다 (A code is the systems into which a sign is organized). 예를 들면 테니스, 축구 경기의 규칙, 사거리 신호등 체계는 코드화(coded) 되어 있다. 코드는 사회적 기능이나 의사 소통적인 기능 (social or communicative function)을 수행한다. 이 점에서 코드는 인간행위와 커뮤니케이션의 심층적 이해를 위해서 중요한 개념의 하나로 간주된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해는 결국 그들이 사용하는 의미체계와 수단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코드화는 이항코드(binary code)이다. 여기서 단위의 계열체는 두 가지로 한정된다(Yes/No, On/Off, +/-). 디지털로 대변되는 현대 문명의 산물인 컴퓨터도 결국 이항코드를 통해서 작동한다. 디지털이라는 개념의 사전적 정의는 원래 손가락, 발가락을 의미하며 0을 포함한 1에서 9까지의 숫자를 의미한다. 쉽게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은 인류가 손가락을 계산의 기본단위로 사용하였을 것이며 차후에 이 단어는 0과 1을 의미하는 이진법적 개념으로 확대되었으며, 컴퓨터의 기본 연산이 바로 이 이진법을 기본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컴퓨터의 어원적 개념 compute (count ->calculate) 역시 <계산하다>에서 파생된 점을 고려하면 쉽게 그 연관성을 이해할 수 있다. 인류가 단순하게 손가락을 사용하여 점차 정교하게 발전시킨 계산법은 이제 컴퓨터와 관련되어 오늘날 단순한 숫자를 넘어 전자매체와의 결합으로 엄청나게 확장 발전되고 있다. 결국 신호를 디지털화 한다는 것은 신호를 0과 1로 잘게 쪼개서 샘플링 함으로써 다음의 신호를 완벽하게 복제, 무한 재생산함을 의미한다.
문제는 디지털코드가 명확히 이분법적으로 구별되는 단위로 이루어짐으로써 우리의 언어체계도 점점 더 극명한 이항대립적 성격을 띄어간다는 것이다. 많은 기호학자, 철학자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이항체계에 의해 대립되는 대립 항은 사회적, 집단적 갈등이나 논쟁을 첨예하게 대립된 범주로 구조화시킨다. 결국 이 세상은 극단적으로 우리 편/적 (Us/Them), 좋은 사람/나쁜 사람 (Good guy/Bad guy) 등으로 구분지어진다. 또한 정보의 파편화(fragmentation), 과도화(information overload)는 통합적 사고능력을 저하시킨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극단적 대립이 이러한 현상을 잘 반영하여 준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다양성의 수렴이라는 민주적인 토론은 실종되고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인신공격만이 난무한다.
다소 거칠게 단순화시키자면 디지털은 0과 1을 기본으로 하는 명확하게 분리되는 단위들로 구성되어있는 세계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은 디지털적 요소보다는 연속적인 척도 상에서 기능하는 아날로그(analogue)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자연은 일반적으로 아날로그적(연속체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으며, 예를 들면 우리가 언어적으로 범주화시켜 구분하는 밤과 낮은 실제로는 단절되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연속되는 현상이지만 우리는 편의상 또는 무의식적으로 밤과 낮을 분리된 개념으로 이해한다. 따라서 실제적 자연현상에 대한 직접적 경험과 이해보다는 디지털 논리에 따라 우리는 간접적으로 이 세상을 체험한다. 가상과 현실이 혼합되는 포스트모던의 세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융해되어 간다.
자연과 사물의 본질에 관한 우리의 인식과 인터넷의 가상 세계에는 상당한 인식론적인 단절(epistemological break)이 존재한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간 언어의 범주화, 명료성, 명확성이 요구되는 디지털화된 현대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일 것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사회적 담론(discourse)의 가벼움, 진지함이 결여된 언어적 유희, 아날로그적인 미학과 정서적인 측면이 결여된 문화적 천박성, 언어적 폭력성, 전후문맥이 끊어지는 모순된 행위들과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 편의성의 지나친 추구, 이 모든 것들이 디지털로 대변되는 이 시대의 부작용이다.
이미 우리는 우리의 상태를 극적으로 변화시키는 새로운 정보혁명의 시대에 들어섰다. 과연 앞으로의 사회는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막연한 미래에 대한 장미빛 청사진 보다는 현실의 냉정한 비판적 시각이 미래에 대한 현명한 대비책이 될 것이다. 과연, 무한정 확장된 상상력과 무의식의 창조적인 접근이 가능한 사이버 공간은 삶의 주인으로서 우리에게 진정한 인간성의 해방을 실현시켜줄 것인가 아니면 영화 매트릭스의 등장 인물들처럼 철저한 통제를 받으며 통제받는 것 조차 의식하지 못하는 기계적 노예로 전락할 것인가?
조지 오웰은 그의 반이상향(dystopia)적인 소설 ‘1984년’에서 인간의 언어, 역사 그리고 성(sex) 철저히 통제되고 억압되는 암울한 사회를 묘사했다. 더불어 이런 사회에서 테크놀러지는 어떻게 인간의 획일화와 집단적인 히스테리에 기여하는지를 극명하고 섬뜩하게 보여주고 있다.
‘빅 브라더는 너를 지켜 보고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
전쟁은 평화(WAR IS PEACE), 자유는 예속(FREEDOM IS SLAVERY), 무지는 힘(IGNORANCE IS STRENGTH) 이것이 개인의 삶이 철저히 무시되고 통제당하는 악몽 같은 사회의 슬로건이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이미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는 코드화 되어 도처의 빅 브라더에 의해 감시되고 위협받고 있다. 이미 주사위와 공은 던져졌다. 우리의 미래는 지옥에서 천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그려질 수 있다. 우리는 이분법적 디지털 논리에 의해서 작동되는 폐쇄적이고 인간의 냄새가 사라진 차가운 사이버 공간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직접 부대끼며 진정한 인간성을 느낄 수 있는 삶의 공간에 머물 것인가?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그 선택권이 있다고 믿고 싶다.
jdlcom@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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