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2세대들, 공부·자리잡느라 결혼시기 놓쳐
전문가들,“조건 너무 따지면 성사 어려워”충고
1.5~2세들의 결혼 문제가 한인들의 주요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혼기를 넘긴 자녀들 걱정에 커뮤니티 모임마다 하소연하는 부모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갖은 고생 끝에 어느 정도 생활이 안정되고 보니 과년한 자녀들이 결혼할 생각을 않는다는 푸념이다. 특히 아들보다는 딸을 둔 부모의 고민이 더욱 심각하다.
자녀들의 결혼이 늦어지는 것은 자라온 환경과 사고방식의 차이 때문. 한국
에서라면 노총각ㆍ노처녀 소리를 듣는 나이지만 미국에서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보니 1.5세, 2세 자녀들은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게 된다. 반듯한 품성은 물론 잘나가는 직장과 고액 연봉 등 모든 ‘조건’이 좋은데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중매를 권유하는 부모와 갈등까지 빚곤 한다.
더구나 시카고에서는 한인들이 LA나 뉴욕보다 많지 않아 결혼이 더욱 어렵다. 그나마 LA 등지에서는 학창 시절 한인끼리 자주 어울리기라도 하지만 이곳 시카고의 1.5세나 2세들은 고교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연애다운 연애를 한 번도 못해본 경우가 태반이다.
이처럼 싱글족이 커뮤니티의 고민거리가 되면서 ‘좋은 만남’을 주선하는 기관들이 주목받고 있다. 시카고에서 활동 중인 결혼 주선 기관은 지난 2003년 설립된 결혼정보센터(대표 메리안 박)와 올해 3월 발족한 결혼상담소(소장 박성현 목사). 이중 결혼정보센터는 지금까지 30여건의 초혼 및 12건의 재혼을 성사시킨 바 있으며 결혼상담소는 시카고지역 원로 목사들을 중심으로 교회를 통한 인연 맺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 소개 기관에 따르면 시카고에서는 한인남성보다 여성의 결혼 문제가 더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자가 여자보다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사회 통념상 조건을 맞추지 못해 결혼을 하지 못하는 한인 전문직 여성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남성의 경우 상대 여성의 조건을 크게 따지지 않아 비교적 쉽게 결혼이 성사되는 반면 여성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정보센터 메리안 박 대표는 처음 센터를 시작했을 당시엔 남성만 가입했지만 어느새 남녀비가 역전돼 지금은 여성이 훨씬 많다며 이는 일부 한인여성들이 전문직 남성만을 고집, 자영업은 고려 대상에 넣지도 않는 등 스스로 선택의 폭을 좁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센터에 등록된 470여명의 한인 남녀 중 30%를 차지하는 40~50대 재혼그룹을 제외한 300여명이 결혼 경험이 없는 미혼이다. 성별로는 남녀비가 30 대 70 정도로 나뉘며 연령대로는 여성의 경우 78년생에서 72년생까지 집중됐으나 남성은 78년생부터 60년생까지 고르게 분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카고지역 원로 목사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결혼상담소 역시 등록된 회원 중 여성이 3:2정도로 좀더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특이한 것은 한인 남성들이 부모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등록하는 반면 여성들은 상당수가 직접 센터에 연락하거나 방문해 등록한다는 것. 박 대표는 서른이 넘은 한인 여성들은 자기들이 급하니까 혼자 알아서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일부 1.5세들은 한국 문화를 많이 접해서 ‘쌍쌍파티’를 열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소개 기관에서는 결혼을 하고자 하는 한인 남녀들에 대해 눈높이를 낮추고 상대의 성품을 볼 것을 주문했다. 또 결혼 전까지 ‘모든 준비’를 마치려는 완벽주의를 버리고 결혼 후 단계별로 준비하라는 조언이다. 결혼상담소 박성현 목사는 결혼적령기가 지난 한인 남녀들을 보면 학교 공부, 취직에 바빠 때를 놓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기반이 잡힌 뒤 결혼하겠다는 생각도 좋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혼기라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결혼정보센터 메리안 박 대표 역시 이왕 결혼하는 것이니 보장된 길을 걷겠다는 생각에 뭐라 할 순 없지만 학벌, 종교, 환경, 외모, 직업 등으로 분류하자면 조건이 끝이 없다며 세상 모든 이가 다 똑똑하거나 부자일 수는 없는 만큼 기회가 있으면 너무 따지지 말고 결혼을 하라고 당부했다. 봉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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