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 강요보다 부모 생각 정립이 우선
필자가 다녔었던 대학원에서 유대계 학생들이 전체 재학생의 숫자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 놀란 적이 있다. 그러나 더욱 놀란 것은 이들 학생들의 입을 통해서 들은 대학원 교육에 대한 가치관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들로부터 대학원은 당연히 가는 곳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서 교육의 기본은 대학 졸업이 아니라 대학원 졸업이라고 오래 전부터 여기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직을 하던 장사를 하던 일단 대학원은 마치고 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이미 오래 전에 정리가 되어 있었다는 한 유대계 학생의 이야기가 아직도 필자의 귓전에 머무르고 있었다.
필자가 학생들을 상대로 IQ 테스트나 감별적성검사 등을 할 때마다 절감하는 일이지만 우리 한국계 학생들의 명석한 두뇌에 늘 감탄하고는 한다. 그러나 수많은 한국계 학생들이 유수의 명문대학으로 진학을 한 다음에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매우 극소수만이 대학원으로 진학하여 두뇌의 우수성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이것이 어쩌면 이들 유대계 학생들과 같은 대학원 교육의 가치관이 어린 시절부터 정립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에 교육의 가치관을 심어주는 것은 학교가 아니라 부모의 역할이다. 그러나 부모가 대학원을 가 본 적이 없는데도 자녀들에게 대학원 교육의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한국에서 부모가 시골에서 농사를 지어면서도 자녀들을 서울의 대학에 보내는 것을 보면 부모의 대학원 교육과 자녀에게 대학원 교육의 가치를 심어주는 것은 서로 다르다고 보아야 하겠다.
자녀를 대학원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생각이 먼저 정리되어야 하겠다. 유대계 부모들처럼, 한국에서 자녀 대학 보내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부모들처럼 미국에서도 어린 시절부터 “우리 아이들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이다” 이렇게 부모의 생각을 확고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부모의 대학원 교육을 보는 관점에 변화가 오게 되고, 부모 스스로도 관심이 생겨나게 된다.
자녀의 대학원 문제로 문의해 오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들은 대부분 자녀들의 대학원 교육을 초, 중등학교부터 일찍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자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바로 유대계 학생들처럼 대학원 교육에 대해 별다른 의문을 지니고 있지 않음을 발견하고는 한다. 그래서 대학 1학년 학생은 이미 대학원 진학으로 대학 교육의 방향이 정해져 있고, 또 3, 4학년은 대학원 진학이 거의 준비가 되어 있거나 결정이 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자녀들이 대학에만 가면 성인이니까 대학원은 다 알아서 할 것 같으나 실상 그 가치관이 일찍 정립되어 있지 않고, 또 방법을 모르면 대학 3, 4학년에 가서 허둥대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 이때는 미리 준비를 해온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매우 불리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부모가 좀 더 멀리 내다보면서 조언자나 코치가 되어 주려면 대학에 들어갈 무렵에는 전공이나 관심분야 파악하기, 교수 추천서 확보, 자기 소개서 작성, 관심분야 학술연구, 학술지 논문발표, GRE, MCAT 등 시험에 대비한 학과목의 선별적 선택, 그리고 인턴에 관한 정보 등을 입수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자녀의 생각을 물어보고 의논하고 진행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아주고 용기를 심어주고 함께 힘들어하고 기뻐해주는 지원자가 되어주어야 하겠다.
또한 대학원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하는 일과 사회 기여도에 대해서도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일찍 부모가 대학원 교육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그 가치관을 심어줄 때 자녀들은 대학원을 통한 전문 직업인의 교육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3, 4학년 되어서 “의대가라” “법대가라” 하는 강요보다는 일찍부터 관심을 가져주는 부모들이 자녀들을 대학원에 진학하도록 도우며 그런 자녀들이 장차 우리 사회의 지도층을 형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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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손 <임상심리학박사·PsychSpecialist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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