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양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베스트 프렌드인 엄마 김선화(왼쪽)씨와 보스턴 여행 중 찍은 사진.
큐레이터의 꿈·열정 인정
하버드·예일대‘러브콜’
바늘구멍보다 입학문이 좁다는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대학 등 명문사립대 3곳에서 동시에 입학 허가를 얻어낸 한인 여학생이 주변의 부러움을 톡톡히 사고 있다.
오렌지카운티 소노라 고등학교 12학년 김민지(17)양. 만점에서 20점 모자라는 SAT점수, 4.79의 GPA와 열정이 엿보이는 예체능 활동을 내세우며 이들 대학 입성에 성공했다.
9학년부터 박물관 자원봉사 시작
게티 뮤지엄 등서 다양한 인턴십
만점에 가까운 SAT에 GPA 4.79성적
테니스팀 캡틴·오케스트라 활동도
부모“입시 치중”명문고서 전학시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것은 물론 시샘까지 하는 민지양의 대입 성공사례를 소개한다.
■아이비리그 대학들의 러브콜
요즘 김양은 대학교수들까지 나선 대학들의 ‘러브콜’에 시달리며 진학할 학교를 선택 중이다. 하버드 대학의 한 입학사정관은 이메일 보내 “Harvard wants you!”라며 적극적인 대시를 했다. 이것도 모자라 민지양이 태어나기도 전인 1976년 하버드를 졸업한 첼리스트 요-요 마의 이름까지 들먹여 1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입학한 그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김양을 치켜세운다.
예일대는 한 술 더 떠서 현역 교수까지 내세웠다. 입학경쟁력을 높이려고 김양이 원서와 함께 접수시킨 포트폴리오를 리뷰했던 예일대 교수는 이메일을 통해 “이번 가을학기 예술대학에서 꼭 한번 가르칠 수 있기를 소원한다”며 ‘민지 데려오기 작전’에 합세했다.
■‘작은 성공’의 비결
고민 끝에 예일대 진학을 결심한 민지양은 미술사를 전공한 뒤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는 게 꿈이다. 세계 최대 박물관 중의 하나인 루브르의 큐레이터가 구체적인 목표다.
‘아이비리그 대학=부와 명예’라는 공식에 익숙한 학부모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부분이다. ‘아이비리그 가면서 돈 많이 버는 의사, 변호사 대신 돈도 안 되는 직업에 무슨 관심’이라는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진로결정이기 때문이다.
당당한 민지양은 어려서부터 종이만 집어 들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미술에 대한 기초를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한 것은 6학년 때부터다. 성장하면서 방과 후 활동의 초점이 자연스레 미술 분야에 맞춰졌다.
9학년 때 라하브라 아동박물관에서의 자원봉사를 시작으로 LA지역의 유명한 박물관과 갤러리를 두루 거치며 인턴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폴 게티 뮤지엄’에서 11학년 때부터 해온 인턴십이라고 한다. 전시된 매스터피스들을 통해 얻은 감동, 특히 일반인들이 접하기 힘든 고대 미술품 복구작업을 지켜보며 느낀 짜릿한 전율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했다.
공부와 미술 이외에 운동과 음악도 열심히 했다. 11학년 때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린 ‘나이키 테니스 캠프’에 참가했고, 학교 테니스 팀의 ‘캡틴’을 맡았으며, 오렌지카운티 주니어 오케스트라 등에서 플룻 주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는 분주한 활동 속에서도 학교 공부는 항상 최상위권이었다. “기자 아저씨만 보라”고 슬쩍 내보인 9~12학년 성적표는 전부 ‘A’ 또는 ‘A+’로 도배돼 있었다.
공부, 방과 후 활동을 통해서만 민지양의 인생의 체계가 형성된 것만은 아니다. 오렌지카운티에 거주하다보니 게티 뮤지엄까지의 통근 거리가 길어 어머니 김선화씨의 고충이 컸다. 이를 덜어주려고 오렌지카운티와 LA중간 지점까지만 ‘라이드’를 받았다. 나머지 절반은 버스를 탔고, 이때 경험은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민지양은 “버스를 이용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사귀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의 헌신
민지양이 현재 결과를 얻는 데는 ‘전인교육’의 철학을 가진 부모의 역할이 컸다. 아버지 김재권씨와 어머니 선화씨는 민지양이 트로이 고등학교에서 9학년을 절반쯤 마칠 때 소노라 고등학교로 전학을 시켰다.
트로이 고등학교는 아이비리그 진학을 목표로 특별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학교다. 한국적으로 표현하자면‘특목고’같은 곳이라고 할까. 이런 학교에서‘평범한’고등학교로 전학시킨 것이다. 자녀를‘때려서라도 공부시키는 미국식 특목고’에 넣어야 한다고 믿는 학부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점이다.
김양의 어머니는 학생 본분이 공부라지만 학교 교육이 너무 입시에만 집중됐고, 이로 인해 딸이 스트레스를 받아 밝았던 성격까지 변해가는 것을 보다 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교육은 학과 공부만이 전부가 아니고, 여러 사안을 즐기고 배우며 균형 잡힌 지식과 인격을 쌓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김씨는 “다른 부모들이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잃어버린 딸을 다시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딸 양육 비결을 묻자 어머니 김씨는“밥만 열심히 해주었다”고 쑥스럽게 대답했다. 어머니 김씨에 따르면 자신이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은 옆에서 숙제를 하거나 부엌일을 거들며 음식 조리법도 배우며 모녀가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됐다고 한다.
민지양은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가 누구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엄마”라고 말했다. “항상 용기를 북돋우어주는 엄마가 있어서 좋은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는 민지양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어머니 김씨를 꼭 껴안았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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