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공대 조승희 충격이 아직도 언짢은데, 본국지를 통해 전해오는 한국재벌의 폭력사건은 역겨울 정도로 분노를 자아낸다. 경찰이 발표 한, 마치 조폭 드라마와 같은 ‘김승연 회장 보복 폭행’의 내용을 살펴보면 과연 한국이 법치국가인가? 국가 공권력이 이렇게 무시당해도 되는 건지 모골이 송연해 진다. 언론에 자세히 보도 됐으나, 참고로 간략 하게 경위부터 살펴보자.
지난 3월 8일, 아침 7시, 강남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북창동 한 클럽 종업원 5명과 한화 그룹 김승연 회장의 21살 먹은 아들과 사소한 시비가 벌어 졌다. 이 과정에서 클럽 종업원 한 명이 그 아들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때렸고, 서로 몸싸움을 벌이다, 김군이 계단에 굴러 떨어져 눈썹 부위가 11바늘 찢어 졌다. 이날 오후 뒤늦게 이 사실을 보고받은 김 회장은 가라오케에 나타나 아들을 때렸다고 하는 종업원 조씨를 찾아내어, 경호원과 함께 대기 중인 검은색 자동차에 납치, 이들을 청계산 인근 공사현장에 끌고 가서 무시무시한 폭행을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의 진술에 의하면 김 회장은 별 두 개 달린 모자에 가죽 장갑을 끼고 쇠파이프와 발로 수십 차래 때리고 찼다. 나머지 3명에게도 무릎을 꿇려 놓은 후 마구 때렸다. 이 때 아들이 아버지에게 나를 때린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하자, 김 회장과 경호원들은 북창동 클럽으로 이동했다. 그곳서 아들을 때렸다는 윤씨를 불러내어, 이번엔 아들이 직접 윤씨의 얼굴과 정강이를 때렸다. 몽둥이와 전기 충격기로 무장한 경호원들이 조폭처럼 도열해 있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작고한 부친 김종희씨와 함께 독실한 성공회 신자였다고 하는데, 용감한 부자는‘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철저하게 보복을 한 셈이다.
객관적 증거에 의한 사실 확인이 안 된 현재 상태에서,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매를 맞았다는 종업원들과 경찰 발표, 그리고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것은 바로 한 편의 조폭 영화다. 검정색 고급 승용차, 듣기만 해도 으스스 한 청계산 기슭 신축 공사장 건물은 린치장소로 적격이다. 가죽 장갑에 쇠파이프, 때릴 때는 꼭 무릎을 꿇게 하는 수법은 깡패들의 전유물이다. 힘 센 자에 대한 무력 함, 허술한 대응, 사건 달포가 지난 뒷북수사, 미적지근한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오르긴 했으나, “설마 대기업 회장이 폭력배를 동원해 폭력을 휘둘렀으리라 고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내사를 지시 했을 뿐이다”라고 말한 서울 경찰청의 형사과장의 후회성 말도 100% 변명만은 아닌 것 같다. KBS TV 보도에 의하면, 김 회장은 2년 전에도, 어느 고급 술집에서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종업원을 무릎 꿇리고 술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상처를 입힌 난동 폭행을 자행 했다니, 한국의 10대 재벌 회사인 한화 회장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선견지명의 리더십을 가진 회장, 고객 제일주의 회장, 사회 구성원의 행복을 목표로 하는 경영으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다른 재벌 그룹 총수의 위신까지 도매금에 깎아 내렸으니, 김승연 회장의 이번 실수는 사회적으로도 큰 해독을 끼쳤다.
전례 없이 위기를 맞은 한화 그룹은 글로벌 전략에 제동이 걸렸으며, 대외적인 이미지 타격과 함께 내부 직원들의 사기도 땅에 떨어졌다. 일부에서는 한화 불매운동의 움직임도 일고 있고, 경제개혁연대 같은 단체에서는 폭행 사건에 관여한 경호 직원, 한화 법무실 변호사 동원은 위법이라며 들고 일어났다. 또 성공회 대학 학생들은 김 회장의 이름을 본떠 교내에 ‘승연관’으로 명명된 건물이 창피하고 부끄럽다고 항의 집회를 할 계획이다.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이런 때 우리는 흔히 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상의 의무(noblesse oblige)를 언급하게 된다. 김 회장은 그릇된 자식 사랑을 한 것이 분명한데, 이번 일은 김 회장의 유별난 자식 사랑 때문이라는 동정론도 있다고 한다. 이 비뚤어진 사랑 앞에, 미국의 큰 부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이 그 면면이다. 그들은 인간적 욕망과 집착을 극복하고 인류애를 보여준 큰 인물이다. 힘들여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상속하지 않고 인류애를 위한 사업에 자선기금으로 쾌척한 영웅이다. 이름보다 뜻을 남긴 그들의 아름다운 기부에 세계는 찬사와 존경을 보내고 있다. 특히 빌 게이츠 부부는 에이즈, 말라리아 치료, 지구촌 보건 개선을 위해 거액을 쾌척, 인류의 불평등을 박애정신을 통해 시정하고 있다. 아, 그런데, 부끄럽다. 패륜적 수준의 한국의 재벌이여. 선진국 진입은 말뿐이니, 대오각성이 있을 지어다.
우선 경찰과 검찰은 구체적인 진실을 규명해 국민의 분노를 식히고, 정부는 차제에 몰상식하고 안하무인의 제왕적 재벌문화에 일대 메스를 가하기를 바란다. 해외 토픽이나 기네스북에나 날 이번 사건에 해외 동포들도 참담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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