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 엇갈린다. 동북아 공동체를 만들자.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자극되어서였나. 온통 번영과 평화의 청사진 투성이었다. 불과 두 주 전의 일이다. 분위기가 일변했다. 아베 일본 총리의 미국 방문을 맞아 쏟아지는 뉴스는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이다.
평화를 노래하는 것 같더니 어느 틈에 긴장국면이다. 이게 동북아의 정세다. 수면 위와 바닥의 흐름이 다르다. 유유한 흐름, 그 아래에서는 급류가 소용돌이친다고 할까.
결국은 ‘유교 동맹체’가 탄생할 것이다. 2년 전 한 미래학자가 제시한 동북아 기상도다. 중국, 일본, 한국이 유교 문화권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이 유교전통의 동북아가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에 이어 또 하나의 거대 경제블럭으로 태어난다는 전망이었다.
문명사적으로 접근했다. 말하자면 20세기까지가 상업세력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테크노크라트의 시대라는 것이다. 이 테크노크라트 시대의 주역은 그 문명의 특성상 유교권이 된다는 거다. 그러면서 10여년 후 유교 동맹체 대두를 필연으로 본 것이다.
상당히 전향적이다. 그렇다고 만사 오케이로 본 건 아니다. 날로 팽배하고 있는 중화민족주의에 주목하면서 유교 동맹체 형성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
“이 지역에 팽배한 민족주의 문제도 극복될 수 있다.” 현실론자의 대답이다. 서구국가들이 해결한 이 문제를 동아시아국가들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교 동맹체는 단지 꿈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중국, 일본, 한국, 거기다가 베트남까지 합쳐 동아시아의 인구는 16억 정도를 헤아린다. 그 중 중국 인구는 13억이다. 이 같은 불균형 인구 구성비가 바로 문제라는 것이다.
이 지역의 지정학적 특성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동아시아만 따로 놓고 볼 때 이 지역은 다극체제를 경험한 적이 없었다. 유럽과 다른 점으로, 파워는 항상 한 쪽으로 쏠려 있었다. 이 전통이 오히려 유교동맹체 형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가정이지만 유교동맹체가 형성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과거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과의 동맹체를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전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전체 GDP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이 종주국이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말이 동맹이지 인구가 줄고 있는 한국과 일본은 위성국가로 전락하거나, 거대 중국에 흡수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동북아 공동체 전망을 흐리게 하는 요인은 이밖에 또 없을까. 있다. 북한이다.
유교 동맹체 대두를 필연으로 본 미래학자의 전망은 남북한 통일을 그 전제로 해 내려졌었다. 머지않은(그 당시 판단으로는) 한반도 통일을 동북아 단일블럭화 작업의 시발점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북한의 핵무장으로 그러나 상황은 달라져가고 있다.
날로 심화되고 있는 중국 내의 모순 역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교역(trade)은 자유의 확산을 가져온다. 닉슨 이후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중국정책의 기본 아이디어다.
중국과 교역을 확대하라. 그 것만이 중국이 지닌 공산체제의 마성(魔性)을 제거하는 길이다. 서방의 자본유입과 함께 중국 민주화는 필연인 것으로 봤었다. 그 믿음이 그런데 점차 흔들리고 있다.
분명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 단물은 그런데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다. 2억 내지 3억으로 집계되는 계층에게만. 그 계층은 체제옹호 세력이다. 여전히 권력과 부를 독점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과 유착관계에 있는 계층이다.
이들을 중국의 중산층으로 보면 오산이란 얘기다.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하는 당의 총애를 받는 계층이다. 모든 혜택은 공산당과 이들에게만 주어진다. 나머지 10억을 헤아리는 다수의 중국의 인민은 여전히 착취와 압제의 대상일 뿐이고. 일부 관측통들의 뒤늦은 진단이다.
이들이 중국의 민주화를 열망하고 있을까. 답은 ‘노’다. 민주주의는 다수에 의한 통치체제다. 이 소수의 특권계층이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민주주의를 도입한다. 이 역시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건 단순히 통상의 확대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가치관의 공유도 포함된다. 이 가치관이란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한국, 일본 등에게 아직은 이질적 존재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인가. 현실론자의 답은 이렇다. “동아시아에서 국가 간의 연합이 형성된다면 작은 국가들의 연합일 것이다. 중국에 대항하는 동맹체 성격의 국가연합으로, 같은 공산국이지만 베트남까지 동조할 가능성도 있다.”
어쩐지 북한 핵문제의 해결은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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