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의 마스터스 제전이라는 본사 주최 백상배 오픈골프에 참가 했다. 돌아보면 그동안 나는 해마다 백상배의 진행을 돕기 위해서 심부름(봉사)도 많이 했고, 취재도 열심히 했다. 근년에는 직접 참가해서 라운딩을 함께 했다. 올해는 봄을 시샘하는 추위에 강풍까지 불어 불리한 조건이었으나, 처음으로 함께 치는 훠섬(Four Some)이 너무 좋아, 게임을 즐겼다. 조크와 웃음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으니 말이다. 경관이 좋은 제네바 내셔널 팔머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나의 위치는, 성적보다 후원자를 위한 친선이 목표였기 때문에, 스코어나 룰에 집착하지는 안았다. 그러나 멀리간(Mulligan), 기미(Gimme)는 없었고, 14개 클럽 룰(14 Club Rule)도 지켰다. 볼도 OB가 나면 찾지 않았으니. 볼 찾는 시간 4분 규정을 어기지도 않았다. 어긴 룰이 있다면, 경기 도중 동료 선수에게 자문을 주기도 했고 받기도 했다는 점이다. 재미로 웃기기 위한 약간의 ‘사기성’ 코치는 있었다.
나의 골프 경력을 좀 이야기 하자면, 구력은 20년, 일년에 몇 번 정도 필드에 나가는 처지이기 때문에, 핸디도 없는 실력이다. 골프 대회에 나간 적은 딱 한 번 있다. 신문사 주최 큰 대회였는데, 사장을 비롯해 간부들과 한 조가 되어 게임을 했다. 그러지 않아도 나는 그날 실력에 비해 참 잘쳤다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심사 결과 내가 그랜드 챔피언이 되었다. 그런데,‘실격’이라는 것이다. 예상 밖의 결과에 나는 깜짝 놀랐다. 어느 직원이 나의 핸디를 제일 밑바닥인 30으로 기록 했고, 이날 나는 96을 쳐서, 네트 스코어 6언더 파로 1등을 차지했으나, 핸디 커트라인 -3에 걸려 실격이 된 것이다. 나는 비록 트로피는 받지 못했지만, 이날은 나의 골프역사에 가능성을 보여준 기념비적인 날로 기억한다. 야구로 다져진 나의 운동 신경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 날이기도 했다.
돈 버는데 천하의 귀재인 삼성 창립자 이병철 회장은“모든 것을 마음대로 다 할 수 있어도 골프하고 자식교육만큼은 마음대로 안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골프가 힘들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가 제일 쉽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른 운동은 선수들만 하지만, 골프는 운동의 둔재도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프에 얽힌 이병철씨의 이야기를 하나 더 소개하자. 생전에 이 회장은 1주일에 2-3번 딸들과 함께 골프를 즐겼다고 하는데, 핸디는 13쯤 되며 홀인원을 3번이나 했다. 그의 자서전인 ‘호암자전’에 보면 “안양 골프장 10번 홀에서 11번 홀로 넘어가는 왼쪽 길목에는 봄마다 찔레꽃이 활짝 핀다. 그 청초한 꽃에 눈길이 갈 때마다 옛날 농촌의 그 춘궁기(보리고개)를 생각하며 인자했던 어머니의 모습이 문득 떠오르곤 한다”고 그의 생활 속에 골프의 비중이 높았음을 말해 준다.
골프와 관련된 일화도 많고 조크도 많지만,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골프 솜씨를 10년 주기로 신랄하게 풍자한 호주의 파이낸셜 리뷰지와 뉴욕타임스의 기사가 압권이 아닌가 생각 한다. 김 위원장은 처음 라운딩 한 1994년 첫 홀에서 이글을 잡고, 이후 5개 홀에서 홀인원을 해 34언더파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독재와 미국을 다루는 솜씨 못지않게 실로 경의로운 골프 실력(!)이 쓴 웃음을 짓게 한다.
흔히 골프를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한다. 골프의 가장 귀중한 교훈은 고린도 전서의 말처럼 ‘마음을 비우는 것’이다. 힘을 빼고 치면 곧장 나갈 수 있는 볼을, 멀리 보내겠다고 힘을 잔뜩 주고 치면 볼은 영락없이 빗나가게 되어 있다. 골프는 또 행운과 불운이 교차되는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 자신이 정직한 심판 이다. 그만큼 노블하고 신사 운동이다. 그러나, 매너에 관한한 한국 사람들의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점이다. 앞으로 서로 격려하고 조심 할 일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백상배 골프대회는 미주 동포 사회의 가장 권위있는 골프 제전 이다. 오고가는 세월의 연륜에 참가자들의 면모도 변하고 있다. 그동안 단골손님이었던 올드 타이머의 모습은 많이 찾아 볼 수 없고, 그 자리를 젊은이들이 메워주고 있다. 세태의 변화를 말해 주듯 미국 방문길에 참가한 여행객도 있다.
위스칸신주의 차고 맑은 공기와 수풀, 그 호수 가에서 연년세세 펼쳐지는 그린필드의 약동을 오래오래 우리 이민사에 기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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