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정 칼럼 / 칼럼니스트
한나라당에게 그렇다는 말이다. 4.25 재보선 투개표가 끝나고 승패는 갈렸다. 한나라당의 참패다. 그 동안 여론몰이에 앞장섰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풀 죽은 모습이 새삼스럽다. 그런가 하면 대전(서을) 유권자들로부터 60.1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심대평 국민중심당 공동대표(이하 대표)는 잔여 임기 1년여 남은 국회의원 당선자 이상으로 당당하다.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 “이, 박”이 ‘올-인’한 한나라당과 싸워 이긴 싸움이고, ‘충청도의 자존심을 걸고’ 쟁취한 승리이다. 심 대표는 충분히 당당할 만하다. 충청권-대전,충남, 충북- 맹주자리도 노리게 되었다.
심 대표는 26일 MBC 라디오에 출연, 열린우리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자신을 범 여권 연대후보로 지원했다는데 대해서 한 마디로 말 끝을 맺는다. 유권자들과 ”스스로 홀로 서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범여권 통합이라는 논리”에 대해서도 국민은 “정치적 책임은 외면한 채 새로운 정치적 이익을 탐하는 이합집산”이라 생각한다고 반박하며 국민을 내세운다. 충청권의 중심을 잡겠다는 심 대표의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눈에 가시이든 먹을 것 없는 ‘계륵’이든 각 정파는 당장 심 대표의 자리를 챙겨야 할 처지이다. 한 마디로 올 대선의 “충청 변수의 핵”이 뜬 것으로 보아 무방할 것이다. 1997년, 2002년 두 번의 격전에서도 충청권에서 이긴 김대중,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더욱 그렇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또 있다. 전남 무안, 신안 표심의 움직임이다. 54.4%의 투표율이 눈길을 끈다. 천하의 입들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홍업”의 출마를 반대, 비판하였건만, 김홍업 후보는 유권자의 54.4%를 끌어 모았고, 49.64%의 지지를 얻어 당선되었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더 함께 하겠다는 “호남의 소망”으로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이제까지 우리가 보아 온 “호남의 힘”이었고, 영남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던 ‘광주의 자랑’일 지도 모른다. 당선자 김씨는 “민주 평화 세력이 다시 하나될 것”을 제안하며, ”민주 세력의 통합”을 외친다. 민주, 평화, 통일 세력의 통합. 그것은 12.19 대선을 바라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화두였다. 바로 반 한나라당 세력의 결집이다. 어쩌면 호남-충청을 묶는 제2의 DJP 행태를 이끌어 낼 밑그림을 그리자는 몸짓일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힘이 실린다면 금상첨화. 범여권이 원하는 최상의 그림일 것이다.
한나라당의 재보선 불패 신화를 무너뜨리는 민심의 변덕. 한나라당은 ‘한밭’을 잃고, 무소속에게 지고나니 낙담천만일 것이다. 큰소리 치는 꼴을 못 보는 표심을 잘 못 읽은 탓이다. 화풀이 할 여당이 없고, 씹고 씹을 “짱”이 뒤로 물러나 있고 보면 민초들의 화풀이 화살은 어디를 겨냥할 것인가. 한나라당은 그것을 간과한 것이다. 민심을 가볍게 보고, 홀대한 업보다. 바로 교만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말한다. ”선거라는 게 질 수도 이길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며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 아쉬워 한다. 박 전 대표의 대전에 대한 욕심은 각별했다. 그렇기에 ”대전요?” 그 말에 담긴 애정을 기억하는 표심들이 등 돌렸음을 크게 아쉬워할 것이다. 그러나 어찌 몽땅 잃기만 했을까.
패전의 충격은 이명박 전 시장의 말에서도 짙게 묻어난다.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저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하고 국민의 뜻에 따라 앞으로 당을 쇄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joins.com 참조). 이번 주말로 예정되었던 경선 캠프의 여의도 이전을 연기하고, 당분간 경선 관련 활동을 자제한다고 말할 정도다. 명암이 엇갈리며, 그렇게 4.25 재보선은 끝났다.
선거 결과의 충격으로 충청권이 잠을 깨고, 호남권이 눈을 떴다. 대선을 앞두고 각 정파 사이의 합종연횡이 어떻게 나타날 지 모르나 여야권의 흐름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 지금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양새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한나라당 대선 예비주자들까지도 “심대평 변수”를 보며, 처음부터 판을 다시 짜야하는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살아있는 기준이 있다면 국민이 바라는 차기 대통령의 모델이다(한국일보 4/23 참조).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경제 대통령”이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을 원한다. 예컨대 국민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주자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35.8%로 으뜸이다(박 전 대표 25.8%).
그러나 지금까지 보아온 저 수치들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모두가 민심을 하늘같이 받들고 새 출발할 일이다. 샌프란시스코 동포 사회의 친구인 심대평 당선자에게 축하의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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