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촬영에서 구도를 잡은 뒤, 심도를 결정하면 측광의 단계에 이른다. 측광이란 한 이미지를 기록할 때, 피사체의 밝기를 필름 또는 센서가 ‘과학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빛의 양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과학적이기 때문에 예술가인 사진 작가는 노출 언더 (underexposure) 또는 오버 (overexposure)를 임의로 함으로써 자신의 창작력을 나타낼 수 있다.
빛의 광도를 측정하는 광도계로는 입사식과 반사식이 있는데 입사식은 피사체 앞에다 광도계를 갖다대고 측광하도록 되어있다. 반사식은 멀리서도 피사체에서 반사되는 광량을 측광하도록 되어있는데, 모든 카메라에 내장된 광도계는 반사식이다. 입사식이 더 정확한 광량을 측정하기 때문에 스튜디오에서는 이 입사식을 쓴다. 경치 사진을 찍을 때에는 입사식을 가지고 멀리있는 풍경까지 갈 수가 없으므로 반사식을 쓴다. 때로는 빛이 평행하게 비치기 때문에 자신의 주위에서 입사광량을 측정해서 그대로 풍경에 적용하기도 한다.
카메라에 내장된 반사식 광도계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1) 다분할 측광 (Matrix metering or Segmented Metering):
Nikon이 자신들의 FA 모델에 처음으로 적용한 측광 방식인데, 그 후 각 메이커들이 앞다퉈 개량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화면을 다섯 구간으로 나눠서 각 구간이 측광을 하고 그것을 내장된 컴퓨터가 데이타 베이스와 비교해서 노출을 결정하는 측광 방식인데, 요즘은 더 미세한 구간으로 나눠서 측광한다. 어떻게 합산해서 최종 노출치를 결정하는지는 메이커들만 아는 비밀이다. 삼만장 내지 십만장의 사진들을 분석해서 만든 소프트웨어가 카메라에 내장되어있는 것이다. 이 측광 방식은 보통 85%의 상황에 정확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지금까지 많은 카메라를 써봤지만 중형 Pentax 645N 카메라의 다분할 측광이 제일 정확한 것 같았다. 많은 똑딱이 카메라도 이 방식을 채택한다.
(2) 평균 측광 (Average Metering):
평균 측광은 화면 전체를 한 구간으로 보고 그곳에서 통괄적인 광량을 측정해서 노출치를 결정하는데 가장 오래된 측광 방식이다. 때로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노출차가 2-stop, 3-stop 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contrast (대조)가 심할 경우엔 죽도 밥도 아닌 노출이 될 수 있다. 이의 해결책으로 Graduated Neutral Density (GND) 필터를 쓰는데, 화면의 밝은 부분(H: Highlight)과 어두운 부분의 (S: Shadow) 광량의 차이가 카메라 노출치의 한 stop이 되면, 이를 보정해주는 GND 1-stop 필터를 써서 화면이 모두 평균치에 이르게 해준다. 차이가 두 stop이면 GND 2-stop 필터를 써서 보정해준다.
일반 필터처럼 원형으로 되어서 렌즈 앞에 끼워서 쓸 수 있는 필터는 항상 가운데 부분에서 H 또는 S를 보정하게 되어서 용도가 한정되어있다. 또 이 원형 필터는 렌즈 구경에 맞는 필터를 써야하므로 구경이 다른 렌즈를 사용한다면 여러개의 필터를 가지고 다니거나, Step-up Ring을 추가로 가지고 다녀야 한다. 직사각형으로 된GND 필터는 H와 S 부분의 크기에 따라서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계선이 뚜렷한 것은 (Hard edge)은 망원 렌즈에, 점진적인 것은 (Soft edge) 광각 렌즈에 쓴다.
또 평균 측광으로는 중앙 중점 평균 측광 방법을 시도한 카메라들이 있는데, 노출 계산에 중앙 부분을 60%, 그 외의 부분을 40% 정도로 비중을 달리해서 측광하는 방식이다.
(3) Spot 측광
이 측광 방식은 제일 잘못이해되고 있는 방식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사진 구도에서 주제에다 이 측광 방식을 써서 그냥 눌러댄다. 이 방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눈을 훈련시켜야한다. 사진 교실에서 열 두사람에게 이 방식을 가르쳤으나 정확히 이해하고 응용하는 사람은 두 사람 정도였다.
광도계는 기계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대로 측광한다. 이 spot 광도계는 모든 사물의 밝기를 18%만 반사하는 짙은 회색으로 인지하게 만들어졌다. 흰색도 검은 색도 이 광도계는 짙은 회색인 줄 안다. 심지어 노란색도 회색인 줄 안다. 그러므로 이 광도계는 하나의 측광 표준치를 작가에게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 표준치에다 보정치를 더하거나 빼주는 것이 작가의 임무이다.
예를 들어서 하얀 종이를 두고 그위에 표준 회색 카드 (Gray Card)를 얹어서 먼저 이 회색 카드를 spot 측광해서 값을 읽은 후 (이를 테면, f=8 로 고정해서 t=1/60), 회색 카드를 치우고 뒤에 있는 흰색 카드를 측광하면 f=8에 t=1/250이 된다. 회색 카드로 읽은 값이 정확한 측광치이다. 흰색을 흰색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f=8 에 t=1/60으로 해서 촬영해야한다. f=8에 t=1/250으로 찍으면 노출 부족으로 흰색이 회색으로 나온다 (각자 실험해보기 바란다). 다시 말하면, 흰색과 회색은 2-stop의 노출 차이가 있다. 아주 흰색은 2.5 stop의 차이도 난다. 칼러 사진에는 초록색 카드를 쓰기도 한다.
입사광도계와 마찬가지로, 풍경 사진을 찍을 때에는 회색 카드를 먼 산까지 갖다놓고 측광할 수 없으므로 모든 색깔과 회색의 노출치 차이를 알아야한다. 일반적으로 빨강, 파랑, 초록은 회색과 같이 다룬다. 그러나 옅은 색이면 spot meter가 측광한 값에서 1-stop 오버를 (+1) 해준다. 짙은 색이면 1-stop under를 해준다 (-1). 노란 색은 spot 측광치에서 +1.5를 해준다. 예를 들어 일출의 모래 언덕을 찍을 때, 사용 필터에 관계없이spot 측광치에서 +1.5를 해준다.
이를 훈련하기 위해서는 페인트 상에 있는 색상 카드를 한장씩 구해다가 회색 카드와 함께 측광하면서 차이가 몇 stop인지 알아보면 된다. 촬영 때에는 그만큼 보정해준다.
디카 시대에 들어와서는 모니터를 보고 마음에 안들면 다시 보정해서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요즘은 많은 대학들이 한 학기의 이 spot metering 코스를 폐지했다.
어떤 강사는 자신의 손등을 표준으로 해서 회색과의 차이를 기억 해뒀다가 회색 카드가 없으면 손등으로 측광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회색과 다른 색과의 광량 차이를 눈으로 훈련해 두는 것 만큼 정확한 것은 없다.
한국 일보사가 신 사옥으로 이전하면, 이 측광법에 대한 강의를 할 기회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폴 손 객원기자> ktsf@paul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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