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루니 동점·역전골로 AC밀란에 3-2 짜릿한 재역전승
다음주 원정 2차전서 비겨도 결승진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U·잉글랜드)가 AC밀란(이탈리아)을 상대로 시종 숨 막히는 대접전 끝에 종료직전 터진 웨인 루니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고 ‘트레블(3관왕)’의 희망을 이어갔다.
24일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벌어진 2006-07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맨U는 AC밀란의 브라질 출신 수퍼스타 카카에게 연속골을 얻어맞고 결승행과 ‘트레블’ 꿈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안방패배를 당하는 듯 했으나 후반 간판 스트라이커 루니가 동점골에 이어 종료직전 환상적인 논스탑 피니시로 극적인 재역전 결승골을 터뜨려 짜릿한 3-2 승리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맨U는 이날 비록 승리에도 불구, 안방에서 2골이나 내준 것이 큰 부담이 돼 아직 결승행을 낙관하기 어렵다. 다음달 2일 적지인 밀라노 산시로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2차전에서 0-1이나 1-2로 진다면 승패와 골득실이 같을 경우 원정골을 비교하는 타이브레이커에 발목을 잡히는 것. 맨U로서는 2차전에서 최소한 비겨야하며 만약 질 경우 최소한 3골을 넣고 1골 이내로 져야만 결승에 오를 수 있다. 만약 3-2로 져 원정골까지 같아진다면 승부차기를 통해 승부를 가리게 된다.
맨U는 경기시작 5분만에 부상에서 돌아온 AC밀란의 브라질출신 골키퍼 지다의 자책성 골로 기선을 제압했다. 오른쪽에서 긱스가 올린 코너킥을 호날두가 강력하게 헤딩한 볼이 지다의 어깨에 맞고 골문쪽으로 굴절되자 지다가 다시 다이빙하며 손끝으로 볼을 걷어내려 했으나 그대로 골 안으로 빨려 들어간 것. 이 골은 당초 지다의 자책골로 발표됐다가 호날두의 골로 정정됐다.
초반 맨U의 공세에 다소 밀리던 AC밀란은 16분 처음으로 맨U 문전을 위협하며 반격의 발판을 마련한 뒤 22분 주전들의 줄 부상으로 구멍이 뚫린 맨U의 수비라인을 단숨에 허물며 동점골을 뽑아냈다. 중앙에서 볼을 잡은 클라렌스 시도르프는 전광석화처럼 중앙으로 돌진해 들어간 카카에게 자를 잰 듯한 칼날패스를 찔러줬고 카카는 맨U 수비 2병을 순간적으로 제치고 왼발 슛을 예리하게 꺾어 차 반대쪽 그물을 출렁였다.
맨U의 수비불안은 두 번째 골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37분 카카를 막으려던 가브리엘 에인세와 파트리스 에브라가 충돌, 노마크 찬스를 헌납했고 카카는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가볍게 오른발 슛으로 경기를 2-1로 뒤집었다. 이날 두 골을 더한 카카는 이번 대회 11경기에서 9골로 득점 선두를 달렸다.
경기에 지고 있을 뿐 아니라 피 같은 원정골을 둘이나 먹은 맨U는 후반 초반 캐릭이 코너킥에서 이어진 결정적인 찬스를 살리지 못한데다 카카를 앞세운 AC밀란의 예리한 플레이에 좀처럼 반격기회를 잡지 못해 홈팬들을 불안감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맨U에게 패배의 어두운 그늘이 짙게 드리우던 분위기는 14분 정교한 패스워크로 중앙돌파를 하는 과정에서 폴 스콜스의 찍어 찬 패스를 받은 루니가 동점골을 터뜨리자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이후 맨U는 파상공세로 AC밀란 문전을 두들겼으나 19분 대런 플레처의 결정적인 슈팅과 38분 호날두의 예리한 오른발 슛이 지다의 선방과 옆 그물에 걸리는 가하면 3차례 상대 문전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도 모두 불발되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결국 이대로 2-2로 비기는 가 싶었던 후반 인저리타임, 올드 트래포드를 열광속으로 몰아넣은 결승골이 터졌다. 중앙에서 볼을 잡은 긱스를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뛰어 들어가는 루니 쪽으로 볼을 찔러줬고 루니는 그 볼을 지체없이 오른발로 때려 지다와 오른쪽 골포스트 사이를 꿰뚫었다. 혈전 90분을 멋지게 마무리 지은 명품 골이었다.
<종료직전 극적인 재역전 결승골을 터뜨린 맨U의 웨인 루니(오른쪽 위)가 대런 플레처와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왼쪽은 폴 스콜스
>
<골키퍼 지다의 손끝을 스치며 들어가는 호날두의 선취골 >
<카카의 전광석화 동점골 >
<카카의 노마크 역전골 >
<희망을 되살린 루니의 동점골 >
<승부를 결정지은 루니의 결승골 >
<김동우 기자>
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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