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문제를 숨기기 보다 알리고 도움받아야
한인가정 대상 연구도 시급
무고한 젊은이 32명의 생명이 한 순간에 사라진 버지니아 텍 총기난사사건과 관련해 한인 커뮤니티의 가정 교육 현실에 대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카고지역의 한인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인가정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시카고대학 최윤선 사회복지학 교수는“이번 사건은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미국의 제도적인 문제와 조승희군 개인의 정신질환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으므로 한인 커뮤니티에 책임이 있다거나 인종문제로 심화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한인가정에 대화가 부족하다거나 자녀에게 정신적인 문제나 뭔가 이상이 있을 때 이를 외부에 밝히고 적절한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이 적다는 점은 다함께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와서 학교에서 놀림을 당했을 때,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자신감을 잃지 않고 모든 면에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에 주눅이 들고 의기소침해 하며 점점 어둡고 반항적인 성격으로 변모할 수도 있다. 일단 정신적으로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은 부모의 지도아래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일반적인 이민가정의 경우에는 자녀들이 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끊임없는 관심과 대화를 통해 자녀에게 힘이 돼줘야 한다는 것이 최 교수의 생각이다.“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번에 연구를 위해 한인 가정을 인터뷰 하면서 느꼈던 점은, 저녁 9시나 10시 이전에는 가정에 들어오는 부모들을 보기가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한인들이 열심히 일해서 경제적으로 성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 간에 대화할 시간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최 교수의 경우 직접 부모와 학생을 인터뷰했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얻었는데, 그 학생이 다니던 교회를 통해 그의 정신적 고통의 크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놀랐던 경험도 있다고 한다. 부모들과 대화가 잘 안통하고 문화적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괴로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녀가 공부를 잘해야지만 최고라는 한인 학부모들의 편견도 자녀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큰 요인으로 지목됐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한다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며 전국 데이터를 봐도 아시안 학생들이 행복지수나 정신적인 만족도가 타인종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한인 부모들이 미국에 와서 많은 고생을 하며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는 것에 인생의 목표를 두지만 그런 후원을 통해 모두가 1등을 하고 명문대에 갈 수는 없다는 사실도 모두가 유념해야할 부분이다.
결국 부모와 자녀 간에 이런 문제에 봉착했을 경우에는 이를 감추다가 안으로 더 곪아 터지게 하는 것보다는 전문가들에게 솔직히 밝히고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최윤선 교수는“조승희군의 경우 정신질환이 있었는데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심해진 것 같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정신질환에 대한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모들이 자녀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느끼거나 부모와 자녀간에 도저히 대화가 안 될 경우에는 이런 자리에 와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인 가정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 결과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한인 가정에서 연구에 많은 협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정에 문제가 있을수록 이런 연구 활동에 동참해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최윤선 교수의 연구팀은 한인 가정에 대한 설문 조사 작업을 벌이고 있고 설문 조사자도 모집하고 있다.(문의: 773-36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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