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가방을 던지고 리모컨을 먼저 찾는 딸. TV 앞에만 얼굴을 들이밀고 입을 헤벌리고 앉아 있는 아들. 한국 드라마 재미에 빠져 개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냄비가 타들어가도 모르는 아내. 소파에 들어 누워 야구를 보느라 샤워도 하지 않는 남편. 한인 가정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TV 없이는 못사는’ 광경들이다. 이렇게 ‘TV에 미쳐’ 있다 보면 가족 대화, 취미생활, 독서시간 상실은 물론 학업능력 저하 등 폐해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23일부터 1주일 동안은 미전역에서‘TV 끄기 네트웍’이 주관하는‘TV 끄기 주간’이다. 집안에서‘바보상자’가 배출하는 나쁜 점과 이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한다.
■‘TV 끄기 주간’계기로 본 폐해
어린이 연평균 1,000시간 시청
가족간 대화·독서시간 줄어
TV 치우기 등 중독끊기 나서야
■TV가 주는 해악
TV를 오래 보면 정신적 자극이 둔해진다. 전문가들은 TV를 시청하고 있는 동안 인간의 두뇌상태 변화를 실험한 결과를 증거로 든다. 처음 20~30분 동안은 판단력이 유지된다. 그러나 이후에는 정신적 자극에 무감각해지는 멍한 상태로 바뀐다. 화면을 통해 쏟아지는 ‘그림’의 움직임에서 아무런 느낌을 얻지 못하고 바보 같이 TV만 쳐다보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과 TV 시청 시간은 비례한다. 교육 통계 전국센터(NAEP) 자료에 따르면 하루 6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4학년 학생 중 같은 학년의 평균 독해력 수준을 가진 아이의 비율은 6%가 되지 않았다. 8학년들 중 8%, 12학년은 12%만이 평균 정도의 독해력을 가지고 있었다. TV만 보다 보니 책을 읽고 생각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된 것이다.
TV 시청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인 아이들 중 평균 이하의 독해력을 가진 아동 비율은 현저히 낮다. NAEP 자료에 따르면 TV에 시간을 많이 소모하지 않는 4학년 중 25% 정도가, 8학년 36%, 12학년 50%가 평균 이상의 독해력을 보였다.
TV 끄기 네트웍 자료에 따르면 미국 어린이들이 연간 학교수업에 사용하는 시간은 900시간. 그러나 TV 시청에는 1,000시간이나 허비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정부 때 연방교육장관을 지낸 리처드 라일리는 TV 끄기 운동 주간을 맞아 출판된 간행물에서 “너무 많은 아동들이 너무 적은 시간을 책 읽기에 사용하는 반면 정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TV 시청에는 장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며 미국 교육 경쟁력 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TV 끊는 연습
TV와 단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보사회에선 정보수집 능력이 곧 무기이고 재산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정보매체인 TV를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는 것. 하루아침에 TV를 끊는 것은 힘들다. 억지로 TV 안 보기를 시작하면 금연 시도처럼 금단현상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TV 끄기 네트웍에서 조언하는 8계명.
1. 식구들의 손길과 발길이 잘 닿지 않는 집안 한 구석으로 TV를 옮겨라.
2. TV를 치우거나 덮개로 씌워둔다. 무의식적으로 켜는 습관을 막을 수 있다
3. 식사시간에는 TV를 끈다. 또 거실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으며 TV를 보지 않는다.
4. 특정일을 TV 끄는 날로 지정해 실천한다.
5. 자녀가 칭찬 받을 일을 했을 때 ‘2시간 동안 만화 봐라’는 식으로 TV 시간을 상으로 주지 않는다.
6. 늘 켜져 있던 TV가 갑자기 꺼져 불안하면 라디오를 켜라. 정적의 불안증세가 사라지고 남들과 소통하고 싶은 욕구도 해결된다.
7. 케이블, 위성방송 가입을 취소한다. 시청비 절약으로 생긴 돈을 가지고 자녀들과 함께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다. 물론 구입한 책은 함께 읽는다.
8.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불평하면 꾸중하지 말고 함께 놀아준다. 쉽지 않지만 가족이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도는 산책, 가벼운 운동에서 시작해 놀거리를 만든다.
■모든 것은 부모 탓
전문가들은 TV를 끄는 것의 성공 여부는 부모에게 달렸다고 한다. 특히 아버지 몫이 크다. 가장답게 가족 구성원 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우리 식구 TV 안보기 선언문’을 만들어 자녀에게 의지를 보여주도록 조언되고 있다. TV 중독의 사슬을 끊지 않는 한 자신은 물론 가정의 행복과 보다 나은 앞날을 꿈꿀 수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통계
한 가정 평균 가족수: 2.55
소유한 TV 평균 대수: 2.73
TV 평균 시청시간: 4시간35분
청소년 TV 시청시간 연 증가율: 3%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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