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예일·프린스턴·컬럼비아 … 직접 가보니…
‘꿈의 명문대’가 잡힐듯
바늘구멍보다 좁은 입학 문, 아시아계 역차별 의혹 등 용기를 잃게 하는 여러 가지 요소에도 불구하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향한 한인 학부모, 학생들의 열망은 식지 않는다. 특히 우등생은 ‘만들어지고’, 아이비리그 입학은 ‘기획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며 ‘개천에서 용’을 만들기 위한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해가 갈수록 인기를 끄는 것은 ‘아이비리그 탐방.’ 자녀들이 직접 캠퍼스 잔디밭을 밟으며 명문대 교풍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동기 부여를 받게 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 4월9~14일 5박6일 동안 한인 중고교생 40명이 말로만 듣던 프린스턴, 예일, 브라운, 하버드, MIT, 컬럼비아 대학들을 직접 방문해 캠퍼스를 살피고 LA 출신의 한인 재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가졌다. 본보가 후원하고 대학진학 컨설팅 펌 아이비리그 드림, 교육정보 제공기관 카디널-USA가 주관한 ‘2007 아이비리그 탐방’을 동행 취재했다. <김경원 기자 동행취재>
<하버드대 1학년 홍요한(18)군이 전하는 세계 최고 대학의 이모저모를 한인 학생들이 진지하게 듣고 있다>
“목표대학 상향 조정”
탐방생들 이구동성
선배들이 가이드 자청
“구체적 계획 세우고 무슨 일 있어도 꼭 실천 시간관리가 성패 좌우”
■가까이 다가온 아이비리그
“저의 관점이 바뀔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계획을 실천해야겠다는 다짐과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많이 노력해야 된다고 깨달았습니다. 여행 기회를 주신 부모님이 너무 고맙습니다.”(실비아 박·다우니 워렌 고교 11학년)
이와 비슷한 고백은 아이비리그 탐방을 다녀온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고 지역의 7~11학년 40명 학생들 대부분이 공유했다. 1,500달러란 적지 않은 비용 때문에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자신의 비상금 700달러까지 보태 탐방 길에 나섰다는 이주석(다이아몬드바 고교 9학년)군은 진학희망 학교를 하버드와 컬럼비아로 꼽았다. 이군은 “여행 전에는 UCLA가 입학희망 대학이었지만 캠퍼스를 둘러보고 재학생들을 만난 뒤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추상적으로만 들리고 멀리만 있던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구체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은 물론 손닿으면 잡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고, 특히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나도 입학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었다는 것이다.
<아이비리그 대학 탐방코스의 마지막 방문지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한인 학생들이 재학생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재학생들의 간증
동기 부여에는 이곳 서부지역에서 성장한 ‘동족’ 아이비리거들의 간증이 큰 몫을 차지했다. 첫 방문지인 프린스턴 대학에서는 한인 학생회(KASA·회장 줄리아 윤) 회원 5명이, 예일대에서 2명, 브라운과 하버드, MIT에서는 각각 1명의 재학생들이 바쁜 일과를 제쳐두고 학교 안내에 나섰다.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는 대학생이 고향 후배들이 상경할 때마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가이드’를 자청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할까.
한인 재학생들의 공통적 메시지는 ‘희망’과 이를 실천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 설정이었다. 특히 이들은 사전에 약속이나 한 것처럼 “실천 없는 계획은 무용지물이고, 계획을 실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타임 매니지먼트”라고 강조했다.
어바인 유니버시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지난해 하버드에 입학한 홍요한(18·사회학)군은 한 고향 후배가 입학 비결을 묻자 “실패하고 성공하는 것은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렸다”고 대답했다. 교과목들도 우선순위를 정해 공부하고, 특히 한번 세운 공부 계획은 하늘이 무너지는 경우에도 실행하며,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길 때는 휴식이나 수면시간을 줄여서라도 목표 달성에 주력하라는 조언이었다. 학생들이 부모, 카운슬러, 진학지도가 등으로부터 귀가 닳게 들어오던 최상위권 학생들의 공부법이 실제 경험자의 입을 통해 전달된 것.
홍군은 빽빽한 방과 후 활동 일정 때문에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서 점심을 먹고, 다음 클럽 활동이 시작되기 전까지 남은 짧은 시간 동안 숙제를 하던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들려주며 “스스로를 아주 바쁘게 해 다른 사안에 신경이 쏠리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라”고 강조했다.
청소년들이 ‘여자, 남자친구’ 때문에 산만해지기 쉬운 사실을 지적하는 조언도 있었다. 홍군은 “고등학교 때 만난 이성친구가 인생의 평생 동반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느냐”고 반문한 뒤 “인간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없다”며 “불확실한 것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미래를 건설하는 기초 닦기에 전념하라”고 말했다.
이어 홍군은 “한국의 편한 삶을 포기하고 자녀를 위해 미국행을 선택한 부모님이 언어장벽, 신분 하락 때문에 매일 겪는 서러움과 어려움을 생각하라”며 “우리가 열심히 공부해 좋은 학교를 가야하는 이유는 우리 스스로가 얻는 만족감에 앞서 부모에 대한 자식 된 도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해 후배들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5박6일의 빡빡한 일정에도 한인 학생들은 지치지 않았다.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 앞 계단에 앉아서 천진난만함을 발산하는 한인 여고생들>
“아이비리거=미래 지도자”
“공부만 잘해선 갈 수 없어‘꾸준한 봉사활동’증명하고 논리적, 튀는 에세이도 도움”
■어떤 학생들이 입학하나
아이비리그는 공부만 잘해서는 갈 수 없는 곳이다. ‘서울대 법대 합격선 542~544점’식의 대입 전형에만 익숙한 한인 1세 부모들이 잘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특정 사안에 ‘열정’을 보인 증거가 있어야한다. 한인 아이비리거들에 따르면 방과 후 활동은 한 우물만 파는 이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일관성 없이 이것저것 하는 것보다 특정 활동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의 입학경쟁력이 훨씬 높다고 한다.
또 방과 후 활동의 목적은 ‘봉사’가 돼야 한다. 지역 봉사활동을 할 때 형편이 곤란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고, 미래의 지도자를 길러내는 아이비리그에 입학해 공부할 때 지적 수양을 쌓는 것은 물론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따뜻한 마음’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대학 운영 철학과 지원 학생의 자질이 일맥상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되는 학생은 솔직하고 논리적이면서도 ‘튀는 글’로 승부해 볼 수 있다. 어렸을 때의 가정 분위기, 부모의 교육관 및 초중고교 시절 특별한 일화 등을 구술체로 풀어 나가면된다. 글에 대한 설득력을 실어주려면 대학에 지원하도록 영향력을 미친 과정을 반드시 담아야 한다.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인 이정석씨는 “수천 명의 원서를 읽다보니 그렇고 그런 내용의 에세이는 염두에 두지 않는 사정관의 정서를 고려할 때 자기만의 생각, 자기만의 경험이 적힌 글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예일대를 방문한 40명의 한인 중고등학생들. 말로만 듣던 아이비리그 대학 캠퍼스 투어 이후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다들 말했다>
■아이비리그 대학들
원래 미국 북동쪽 지역에 소재한 8개 사립대학들로 구성된 경기 연맹을 뜻하는 아이비리그는 특출한 학업 능력,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같이 힘든 입학, 그리고 세계를 움직이는 엘리트 집단과 동일한 단어로 그 의미가 진화했다. 건물들이 담쟁이덩굴(아이비)에 둘러싸인 아이비리그 소속 대학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컬럼비아, 브라운, 코넬, 다트머스, 유펜이다.
▲프린스턴: 미국 독립전쟁이 시작되기도 전인 1746년 ‘칼리지 오브 뉴저지’로 설립된 후 순수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의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학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프린스턴의 전체적인 수업 체계도 학부생들을 중심으로 짜여 있다. 학교 측의 지원과 배려는 ‘최고 수준’이다. 학교는 재학생들이 학기마다 커리큘럼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다. 한 학기 또는 1년을 외국에 가서 공부할 수 있다. 또 방학 때는 외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원하는 나라에 갈 수도 있다. 비용은 물론 학교가 지원한다.
▲예일대: 코네티컷주 소도시 뉴헤이븐에 있으며 1701년 설립됐다. 봉사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미래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이란 자부심이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들 뇌리에 각인돼 있다. 조지 부시 대통령과 그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 등 수많은 미국 정·재계 지도자들이 예일대 출신이다. 예일대에서 공부하는 방법은 세 가지. 첫째는 강의를 듣고, 둘째는 교수와의 면담, 그리고 친구와 대화하는 것이다.
▲브라운대: 1764년 ‘칼리지 오브 로드아일랜드’란 이름으로 설립됐다가 지역 유지였던 잔 브라운, 니콜라스 브라운에 의해 업그레이드됐다. 진보적 성향이 강한 학교로 아이비리그 대학들 중 첫 흑인 여성이 총장이 탄생했다. 서니힐스 고교를 졸업한 앤소니 최(18)군은 브라운의 독특한 문화로 개인적 성공 대신 협력을 강조하는 것을 들었다. 다른 아이비리그에 다니는 학생들은 무한경쟁의 분위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하지만, 브라운대에는 불필요한 경쟁적 환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버드: 1636년 설립. 재학생과 졸업생 모두 세계를 움직이는, 세계 최고의 대학이란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 미국사회의 빈부 격차가 심화되면서 저소득층 자녀 가운데 뛰어난 학생들을 수용하는 방안에 적극적이다. 동문들끼리 밀어주고 당겨주는 풍토가 강하다. 2006 회계연도 기부금은 그 전년보다 16.7% 증가한 292억달러. 연간 예산은 1만1,000명에 달하는 개인 기부자들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고 매년 예산의 3분의1에 가까운 9억3,000만달러가 동문 및 외부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매서추세츠 공대(MIT): 모든 일에 숫자가 공용어다. “오늘 2-102에서 5.111이 있다”는 식의 말을 학생들이 쓴다. 해석하면 “2번 건물의 1층 2호실에서 기초과학 강의가 있다”는 뜻이다. 학교 건물에 명칭이 별도로 붙여진 곳도 있지만 대부분 일련번호를 붙여 부르고, 수업 이름도 클래스 명칭 대신 숫자를 붙이며 나온 현상이다. 테크놀로지를 공부하는 학교다운 전통.
MIT에서는 연구 중심, 문화교류 중심 등 기숙사의 성격만 정해 주면 학생들이 자기가 마음에 맞는 기숙사를 찾아간다. 학생들이 룸메이트도 정할 수 있다. 바이올로지 전공 이사벨 장(19)양은 “다른 곳에 눈을 돌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강의와 연구에 전념한다”고 말했다.
▲컬럼비아: 미국 탄생 전의 역사를 말해 주는 ‘미국의 명품’이라고 불린다. 영국 식민지 시대 때 뉴욕 지방의 유지들에 의해 설립돼 ‘킹스 칼리지’로 출발했으나 독립 후인 1774년 컬럼비아 칼리지로 교명이 바뀌었다. 대학 캠퍼스는 맨해턴의 브로드웨이를 따라 113가에서 125가까지 이어지는 고전적인 모닝사이드 캠퍼스와 맨해턴 168가에서 시작되는 워싱턴하이츠에 위치한 의과대학센터로 나눠져 있다.
<글·사진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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