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텍 참사 발생으로 인한 충격파가 커지며 워싱턴 지역 한인 학부모들이 ‘바람직한 자녀 교육 방향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본보는 긴급 좌담회를 마련, 이번 사건의 파장과 바람직한 교육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또 자녀 교육을 이민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 한인 학부모들이 과연 자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자녀의 고민과 갈등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나를 되짚어 볼 때라고 강조했다.
32명의 젊은이들이 무자비한 총기 폭력에 의해 희생된 것에 대해서는 깊은 애도와 함께 미 주류사회의 슬픔과 아픔에 동참해야 할 것도 주문했다.
< 진행:정영희 기자>
◆이번 사건의 발생 원인과 한인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은?
문일룡 교육위원-이번 사건은 청소년기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분노조절이 제대로 안됐을 때 얼마나 극단적으로 표출되는가가 극명하게 드러난 케이스다. 더구나 1.5-2세 한인 학생들이 독특한 환경조건에서 초래되는 스트레스가 분명있다. 그러나 이런 스트레스를 좌절, 실망, 분노로 풀기보다는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에스더 박 총무-버지니아 텍 사건을 보면서 남매를 둔 부모 입장에서도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 이 사건은 단순히 자녀 교육의 문제가 아닌 우울증, 자폐증 등 정신질환의 ♠봇?대한 경각심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사고를 낸 학생이 가족, 친구, 선배 등과 자신의 감정을 교류하지 못하고 완전 고립된 ‘외톨이’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자녀가 어릴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이인자 박사-건강한 정신을 가진 타인종 사람들은 이번 문제가 ‘코리안’의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고, 단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던 학생이 저지른 비극’으로 인식한다. 강의실에서 비명에 간 희생자들이 너무 안됐지만 총격을 벌인 가해자 역시 엄밀히 말하면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조군은 아마 사건 전까지 불안과 고독, 아픔, 고립 속에 외롭게 살았을 것이다. 우리 부모들이 자녀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 ‘내 자녀는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 자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가 필요하다.
◆이번 사건을 초중고 자녀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문-훼어팩스 카운티 교육청에서는 이번 사건을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었던 한 학생이 저지른 문제로 인식하고 911사태 이후 강조된 학내 안전에 재점검의 계기로 삼고 있다. 잭 데일 교육감은 소셜 워커와 상담교사, 카운슬러 등의 리스트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자녀가 학교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돼 부당한 일을 겪게 되면 학교당국에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부모가 먼저 자녀에게 말을 하고 준비시켜야 한다. 이번 비극은 어느 사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사건임을 차분하고 다정한 어조로 자녀에게 설명하고 자녀의 의견은 어떤지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
이-한인 학부모들은 사건을 접하며 미국인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자녀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 가지를 걱정하는 것 같다. 한인 학생들 역시 이번 사건을 접하며 심리적 불안감을 느낄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에 대한 이해와 관심, 열린 대화로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우울증 등 한인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 실태는?
박-한인 청소년들이 겪는 스트레스 등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상당히 심각하다. 봉사센터에서는 다음주부터 이번 사건을 겪으며 심리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긴급 위기 관리 상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한국문화 자체가 자기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하고 성격 결함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런 충격적인 상황에서 심리, 정서, 정신, 신체적으로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으로 설명해야 한다.
이-미주에서 성장하는 한인 1.5세-2세들이 겪는 갈등은 부모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이다. 가장 가까운 부모들이 자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문제 있을때 부모 형제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마약이나 컴퓨터 등에 너무 빠지지 않도록 건강한 성장 유도도 중요하다.
◆학부모 또는 한인사회 전체가 한인 청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해야 할 노력은?
문-학교, 학부모,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합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초중고를 지나 대학으로 접어들며 자기 정체성의 혼란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 우리 자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먼저 부모님이 이 땅의 ‘영원한 이방인’이 아닌 ‘주인의식’을 갖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모의 태도에 따라 자녀들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박-이번 사건은 현대사회의 병폐인 ‘사회 이탈 현상’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은 물론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우리 자녀를 키운다는 의식’을 갖고 우리아이들이 더 간강하고 아름답게, 더 건강한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이-우리 한인 부모들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자녀를 위해 이민왔다고 하면서도 자녀에 대해 너무 모른다. 성적만 강조할 게 아니라 자녀를 위한 시간을 내야 한다. 자녀를 위해 영어가 좀 부족하더라도 학교에도 찾아가고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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