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맹녕의 골프 사진이야기: 남아공 팬코트 링크스 골프장에서
남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에서 비행기로 1시간20분 거리에 위치한 조지(George)에는 세계적인 명코스 팬코트 링크스(Fancourt Links) 골프장이 있어 남아공을 방문하는 골퍼들을 흥분시킨다.
이곳 리조트 단지내에는 4개의 골프장이 있는데 이중 우리나라 최경주가 참석했던 2003년 프레지던트컵과 장정, 송아리가 참석해 준우승을 차지한 국가대항 여자 골프대회가 더 링크스(The Links Course)에서 개최되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다.
우리일행 8명이 티 타임을 배정받고 나니 키가 180센치는 족히 넘는 검은 얼굴을 한 남자 캐디들이 우리앞에 나타나 번쩍 캐디 백을 들고 앞장을 선다.
이 링크스 코스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배출한 세계적인 골프스타 게리 플레이어가 지난 2000년 자기고국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난이도가 높은 코스로서 파 72에 전장 6,800미터의 전장을 가지고있다.
이 코스를 돌아본 잭 니클라우스는 스코틀랜드 링크스 코스를 그대로 옮겨놓았다고 하면서 천국과 지옥을 오고 가면서 라운드하는 기분은 영화의 스릴과 서스펜스를 동시에 맛 볼수있는 곳 이라고 극찬을 하였다고 한다.
이 세계적인 명코스에서 라운드를 한다고 하니 왠지 가슴이 벅차오른다. 1번 티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진 코스를 내려다보니 아프리카 특유의 갈색 억새가 끝없이 펼쳐져있고 그 사이 사이로 녹색 페어웨이가 가름마처럼 깔려있다.
이 광활한 대지를 향해 힘차게 드라이버로 공을 타격하니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떨어져 사라져버린다. 우선 성공적인 티샷이어 안심이다.
키가 배구선수만한 우람한 체격에 검은 얼굴을 한 캐디 5명을 대동하고 숲사이를 걸으니 마치 군재직 시절 GP 수색 중대장이 다시 된 기분이다.
홀을 거듭할수록 골프는 어려워져 가져간 공의 절반이 없어져 버렸고 몇타를 치고 오는지 조차 계산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스코어가 엉망이다. 특히 공이 깊은 러프에 빠져 탈출하려고 아이언 샷을 하면 우리나라 금잔디와는 다르게 명주실 타래처럼 클럽을 휘감아서 탈출하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 코스는 OB 표시물은 물론 워터 헤저드 말뚝도 없고 거리를 나타내는 거리목도 없다. 인공 시설물을 극도로 배제하고 그저 아프리카의 자연환경 그대로를 유지하여 골프코스를 만든 것이다. 이런 연유로 전반 나인홀은 연못과 작은 구릉사이에 조성된 억새풀사이를 걸어가는 트랙킹 코스이다.
코스를 도는중 6번 파4 홀에서 친공이 심한 슬라이스가 나 공을 찿으러 숲속으로 들어가 풀을 헤집던 중 앞을 바라보니 큰 황새가 알을 품고 있어 혹시나 공격하지 않을까 두려워 그냥 물러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후반 나인 홀은 전반 나인홀과 대조적으로 페어웨이는 넓어지나 업다운이 심하고 상향 그린이 많아 경사도 심해진다. 그린도 언듀레이션이 2중 3중으로 되어있어 공략하기도 어렵고 퍼트하기가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여기에다 수시로 방향을 바꾸는 아프리카 특유의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강약을 파악할수 없어 클럽선택에 혼선을 주어 고전의 연속이었다.
코스 레이아웃은 세계적인 골프대회가 열릴만큼 난이도가 있어 쩔쩔맸지만 대신 주위의 경관은 골퍼들의 마음을 위로해줄 만큼 아름다웠다. 노랑 민들레 꽃과 연푸른 잠자리꽃이 코스를 연해 끝없이 피어있고 연못주위의 습지에는 찬란한 색깔을 한 각종 새들이 즐겁게 유영을 하다가 골퍼들이 접근하면 놀라 일제히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멋진 광경도 볼 수 있었다.
뭉게 구름이 두둥실 떠있는 하늘아래서 녹색의 숲을 지나 징검다리를 건너 오솔길을 걸어올라가는 기분은 골프라운드를 한다기 보다는 마치 하이킹을 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이 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홀은 16번 파 5홀로서 그린 옆과 뒤로 약 200평쯤 되는 대형 벙커가 포진 , 골퍼들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어 미스힛을 유발하게 만드는 홀로서 유명하다.
그리고 이 골프장에서 가장 어려운 홀은 17번홀 파3의 180야드인데 그린앞이 깊은 도랑이고 뒷면은 깊은 벙커가 기다리고있고 양쪽은 모두 러프지역 인데다가 그린은 3중 그린이어 파를 잡는다는 것은 골퍼들의 꿈이라고 할 정도로 어렵다.
18홀을 마치고 마지막 그린에서 우리의 골프백을 메워주고 공을 찾어주고 그린의 브레이크를 읽어주느라 수고한 캐디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처음 볼때는 험상궂은 얼굴을 하여 약간 두려웠으나 18홀을 도는 동안 친해지고 보니 너무나 친절하고 다정 다감한 캐디들이었다.
정말로 이 링크스 코스에서의 라운드는 지옥만을 오고갔지 천국은 한두번 밖에 갔다오지를 못한 최악의 라운드였다.
나는 이코스를 돌고나서 프로 골퍼들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번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난코스에서도 언더파를 기록하여야만 승자가 된다는 이 엄연한 사실에 그들의 장인정신과 기술에 대해 존경심까지 갖게 되었다.
한국과 일본과 같이 정원처럼 잘 가꾸어진 코스에 숙달된 우리 골퍼들은 이런 황량하고 삭막한 코스에 오면 당황하여 어찌 할 바를 모르게 된다. 그러나 평소에 착실하게 기본을 다진 골퍼들은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 코스를 돌아보고 세계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는 것과 나의 골프 실력은 별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좋은 기회였다. 기회가 허락된다면 다시 한번 이 코스를 방문해 다시 한번 도전하고 싶다.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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