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못하고 저버린 설흔 둘 젊은 영령들과 한분의 교수님. 하늘 나라, 총없고 미움없는 나라에서 영생복락 누리기 를 빈다. 학교에 있으리라 믿었던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딸, 형제, 자매를 흉탄에 잃고, 애통해하는 유가족들과 피를 토하는 설움을 나눈다. 진심으로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4월 16일을 가슴에 새기며 애도의 뜻을드린다.
맑게 갠 하늘에 웬 날 벼락인가. 어미 애비 된 우리 말고 이제와 누구를 탓하고 원망할 것인가. 하지만 우울증으로 도움이 필요했던 아들을, 제자를 왜 못본 척 했을까. 그것만은 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우리가 여기서 주저앉고, 기운을 잃어서는 안된다. 몇가지 문제점을 분명히 하고 당당한 “한국계 미국인”이요,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인(Korean) “으로서 가슴 펴고 우뚝 서야 한다.
먼저, 이번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참사는 범인의 국적이나 인종을 물어야 할 사안이 아니다. 정신병 질환에 시달리던 23세 학생이 총기 구입, 소유, 보관, 휴대가 자유로운 버지니아주 “총기 문화”의 그릇된 그늘에 홀려 저지른 개인적인 범행이다. 조 군은 미국법이 정한 영주권자이다. 8세에 이민 온 그의 국적이 아직도 한국이라고 해서 한국의 책임을 묻고 나설 사안은 결코 아니라 생각한다. 어쩌면 이미 쟁점으로 표출된 미국 주 정부 총기정책이나 사건 당일 경찰 당국과 대학 당국의 늑장 대처로 인한 대량 참사 책임여부를 오히려 그들에게 물어야 할 것이 아닌지.
한국 정부 당국자나 주요 언론도 제 자리를 지켜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대학교 내 총기 난동 참사이다. 불행히도 대량 참사일 뿐, 한.미 양국의 정부가 관여된 사건이 아니다. 범인 조승희가 우리의 자식이기에 부모로서 그 누구보다 더욱 더 부끄럽고 죄스럽다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는 이번 총기 난동 사건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국제적 이미지가 크게 타격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나? “한.미 FTA타결로 조성된 양국간 우호협력 분위기에 금이 갈 수 있는 대형 악재” 라는 주장이 있음은 사건의 내용을 더욱 더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얼굴이 깎인 것 만은 사실일 것이다. 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서로 인사 나눌 때 조금은 서먹할 것이다. 온 몸으로 감내해야 할 자식들의 불행이다. 그 정도는 각오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미국에서 살아가야 하는 우리들이다. 술 마시기나 밤을 좋아 하는, 커가면서 몽니 사나워지는 우리 아이들이 문제다. 우울증이나 정신병 질환에 시달리는 또 다른 아들.딸들이 문제다.
그렇기에 첫째, 우리 모두는 그 어느 때 보다 더 당당(Stand-Up)해야 한다. 누가 물어도 “그래, 나는 한국인 (Korean)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병신스럽게 “중국인”이나 “일본인” 이라고 대답하려는 당신이라면 당신과 당신 자녀들은 더욱 더 세찬 공격을 당할 것이다. 세계 1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다. 함께 사는 많은 다른 인종들이 우리를 부러워하고 질투한다.
밤잠을 설치며 이룩한 우리들의 풍요로운 생할 터전을 이웃들은 더더욱 배 아파 한다. 이번 조 군의 국적이 한국임이 밝혀지자 모든 언론이 악을 쓴다. ”학살” 이다“ “범인은 한국인”이다, 온통 난리다. 평소 잘 지내던 이웃들도 이를 간다. 18일 아침이다. 마주친 이웃이 웃으며 말을 걸어온다. 신문 1면에 난 범인 조 군의 사진과 기사를 읽은 모양이다. “하이 김, 유진(아들 이름 ) 사진이 신문에 났더라.” 분명 시비를 건다.
“그래, 유진이는 미남이지(Ya, He is a good-looking boy)….”
농담으로 받아넘겨야 하는 나의 속이 쓰리다. 그러나 그렇게 대하는 내 얼굴에 침 밷고 나설 이웃은 또 아니다. 그도 웃으며, “그거 어떻게 된거야” 하며 말을 잇는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그는 미첬다(He is crazy). 조승희 군의 책임이다.” 걸어오는 시비를 농담으로 받아넘기며, 기세로 압도하자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그것이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다. 무사히 어려움을 모면했고, 웃으며 헤어젔다.
둘째, 우리는 함께 서(Stand together) 힘을 모아야 한다. 싸우고 흩어지면 망한다. 한핏줄 동포이기에 힘을 모으고, 동양계 미국인이기에 이웃 중국계, 필립핀계, 베트남계 그리고 일본계 미국인들과 손을 잡고 함께 주류 사회에서 우리들의 몫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
청천벽력, 참으로 잔인한 4월을 산다. 이민 100년의 역사를 되짚어 보며, 우리들이 살고 있는 오늘의 자리에서 자녀들의 문제, 이웃들과의 문제를 새롭게 살펴보아야 할 시련의 2007년 4월을 오랫동안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더 유가족들과 슬픔을 나누며, 머리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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