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코리안 가든 페스티벌이 지난 14일 LA카운티 수목원에서 대성황을 이루고 막을 내렸다
이날 행사는 라디오 서울, 남가주 미술가협회, 미주 한국문인협회가 주관했지만 한인회를 비롯해서 많은 유관 단체들이 지원하면서 한인들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준 아주 훌륭한 행사였다
특히 행사 진행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훌륭했다. 한국 고전음악, 고전무용, 사물놀이, 한국 전통혼례식, 민속민화, 물레방아 정원, 난, 분재전시회 등등 한국의 얼이 물씬 풍기는 행사들은 우리 자라나는 2세들에게 좋은 교육이 되었고 이민 1세들에게는 고국의 향수에 젖어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자리였다.
이 행사를 준비한 것은 미국에서 우리의 고유 전통문화를 계승하면서 후세들에게 뿌리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기도 했지만 또 다른 이유는 미국 5대 수목원의 하나에 속하는 이곳 LA 카운티 수목원에 한국 전통정원을 조성하기 위한 모금운동과 함께 이 열기를 미국 전 한인사회에 알리고자 하는데도 있었다.
미국 곳곳에 100여 곳 이상의 일본정원이 산재하고 있는 현실에 비하면 미 이민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는 한인 사회에서 아직도 전통 한국정원 하나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미국에서 일본정원이라면 미국 사람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러나 그 일본정원이라는 것은 일본의 법륭사 조경을 본뜬 것인데 이 법륭사 조경은 옛 백제인 노자공이 설계하고 시공한 한국정원이다
한국 정원협회(Korean Garden Society) 회장으로 계신 송재순씨가 수년전 혼자 동분서주하면서 LA 수목원과 협의를 거처 한국 정원조성을 위한 2.75에이커 부지를 기증 받으면서 이 사업의 불씨를 심었지만 그동안 한인사회의 냉담한 반응으로 한때 물거품이 되고 말 처지에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최병효 LA 총영사가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사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 총영사는 미국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를 재건하는 일을 1순위의 대단히 중요한 사업으로 보고 한국 전통정원 조성에 정력을 쏟고 있다. LA 수목원장과 담판을 통해 2.75에이커 부지도 4.5에이커로 넓혔고 예산도 크게 올렸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LA 카운티 정부에서도 한국정원 조성 사업 추진 위원회를 구성하게 하였고 현재 한국정부에 예산 지원도 신청해 놓은 상태이다.
이밖에 미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우리 한인사회가 합심하여 동참하게 된다면 한국정원 조성 꿈이 이뤄질 전망이 매우 밝다고 하겠다.
그럼 왜 미국사회에서 한국의 전통문화 사업이 중요한가를 한번 생각해 보자.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각 나라는 고유의 국가 브랜드(Brand) 가치라는 것을 갖고 있다.
국가 브랜드 가치란 한 국민들이 다른 국가에 갖는 호감도를 말하는 것으로 이 호감도에 따라 그 나라 제품에 대한 호감도도 동시에 상승하게 된다.
일본 정부와 기업들은 어째서 각 지역의 대표적인 수목원에 일본정원을 조성하고 있는가. 그것은 일본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이렇게 높아진 문화적 호감 때문에 ‘Made in Japan’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도 이제 FTA를 체결했다고 가만히만 앉아 있다가는 수출보다 수입품에 질식하고 말 것이다. 한국 정부나 기업들은 이곳 우리 미주 한인들이 힘들게 조성하고자 하는 한국정원이 반드시 우리 한인들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고 ‘Made in Korea’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한국 상품수출과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런 노력에 힘을 보태 주어야 할 줄로 안다
이번 행사에서 LA 수목원장은 “미국에서 최초로 조성되는 한국정원이기 때문에 그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예산이나 규모에서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을 그대로 옮겨 놓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면서 FTA 성공으로 가는 길은 이곳 LA 뿐만 아니라 미국 대도시마다 한국의 전통 정원을 조성하는 사업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김병희 미주 한국분재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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