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아무리 많이 가고, 검사 많이 받으면 뭐해…
처방받은 약을 의사의 지시대로 꼭꼭 복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약이라면 절대 먹지 않거나, 너무 지나치게 먹거나, 또 아낀다고 약을 맘대로 잘라 먹거나 복용량을 줄여 먹는 사람들도 있다. 약은 그야말로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독’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 이라도 정확한 복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효과를 제대로 보기도 어렵다.
특히 약에도‘궁합’이란 것이 있다. 이를테면, 한약을 먹을 때는 알콜이나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 등은 피해야 한다는 상식이 있듯이 양약을 먹을 때도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음식에 따라 약의 효과를 높여주거나 떨어뜨리기도 하고 오히려 약 성분과 반응해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시대로 안 먹고 많이 먹고, 줄여 먹고…
복용법 제대로 안 지키는 경우 너무 많아
양약 먹을 때도 신경쓸 ‘음식 궁합’ 있어
우유·주스 함께 마시지말고 술 커피 금지
#우유나 주스는 되도록 피한다
약의 쓴 맛 때문에 콜라나 주스, 또는 우유와 함께 먹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우유나 주스 등은 약효 흡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체온과 비슷한 온도로 한 컵 정도의 미지근한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좋고, 물을 많이 마셔야 체내에서 잘 녹고 위장에도 부담을 덜 주게 된다.
또한 소화제나 변비약, 아스피린 등을 복용할 때는 우유, 치즈, 요거트 등 유제품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소화제나 감기약의 경우 우유 속 칼슘이 약의 흡수를 막을 수 있다. 변비약의 경우 위산에는 분해되지 않고 대장에서만 작용할 수 있게 특수 코팅 처리가 돼있는데, 우유를 물대용으로 마시면서 복용하면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산을 중화시켜 약의 코팅처리된 막을 손상시켜 약 성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또한 위장에서 녹으면 위경련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도 우유와 먹을 때 효과가 반감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약을 복용할 때는 최소 2시간 이상의 차이를 둔 후 유제품을 섭취할 것을 권하고 있다.
오렌지주스 같은 신맛이 나는 산성음료는 항생제 흡수를 방해할 수도 있다. 또한 고혈압 치료제인 펠로디핀과 같은 혈압약은 자몽주스나 오렌지주스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에 의해 혈중농도가 오히려 높아져 오히려 혈압이 너무 떨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항우울제 사낙스, 콧물감기나 앨러지 증상에 사용되는 항히스타민제 테페나딘, 면역억제제 등은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간 대사를 방해해 혈압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또한 스타틴 계열의 콜레스테롤 강하제, 면역 억제제 등도 자몽주스와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 위험이 있으므로 피한다. 콜라 등 탄산음료는 약이 장에 이르기 전에 미리 녹일 수 있으므로 함께 먹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철분제나 칼슘제는 오히려 오렌지주스와 함께 먹으면 흡수에 더 좋다.
#술과 커피
약을 복용할 때 이 두 가지는 절대 금물이다. 수면제, 진통제, 기침약 등은 카페인이나 알콜 성분과 상극 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칼슘제의 경우 커피 등 카페인을 피해야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
또한 약을 먹을 때 술과 함께 먹으면 간에 큰 무리가 가기 때문에 꼭 피해야 한다. 수면제를 술과 함께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다. 또한 당뇨병 치료제를 먹는 환자의 경우 술을 마시면 안면홍조, 두통, 복통이나 메스꺼움, 구토 등 증상이 나나날 수도 있다.
고혈압 약 역시 맥주와 함께 먹으면 혈압을 높여 뇌졸중이나 심장질환이 생길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무조건 피해야 한다.
또한 기침 감기약에 들어 있는 에페드린 성분은 알콜과 만나면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기침 감기약 복용 때는 술자리를 피해야 한다.
약은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과 함께
소화제나 아스피린에 우유는 안 어울려
콜라 등 탄산음료, 약 빨리 녹이는 부작용
천식 치료중 등푸른생선은 안 먹는게 좋아
#녹황색 채소가 좋다지만
항혈액응고제를 복용하는 경우 간, 양배추, 시금치, 녹차, 브로콜리 등 비타민 K가 많이 들어있는 식품은 제한해야 한다. 비타민 K가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 우유, 밀겨울 식품 등은 비타민K 함유량이 적기는 하지만 소량 함유한 식품도 여러가지 먹게 되면 비타민K가 축적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K가 체내에 과다 축적되면 비타민 과다증으로 인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시금치의 칼슘 성분은 혈중 칼슘 농도를 높이기 때문에 결석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칼슘이 든 약품을 복용 중이라면 시금치 섭취에 유의한다.
#마늘과 인삼 역시 주의해야
항혈액응고제인 쿠마딘을 인삼이나 마늘, 생강 은행 등과 함께 복용하면 부작용이 있다는 워싱턴대학 연구가 보고된 바 있다. 마늘이나 마늘 보충제의 경우 혈액을 희석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쿠마딘이나 와르피린 같은 항혈액응고제와는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인삼은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피임약이나 호르몬 대체요법 시 인삼 섭취는 주의해야 한다. 에스트로겐을 필요 이상으로 섭취하면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녹차
항혈액응고제 외에도 비타민제나 빈혈 치료제를 복용할 때는 녹차, 홍차 등 차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차에 들어있는 타닌성분이 약의 고유성분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 또한 차(tea)는 대부분 약과 상호작용하는 성분을 가지고 있어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담당의사에게 생길 수 있는 상호작용에 대해 꼭 문의한다.
#등푸른 생선
천식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는 경우 고등어 같은 등푸른 생선을 피해야 한다. 고등어는 앨러지를 일으키는 히스타민 물질이 함유돼 있어 천식이나 앨러지 질환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
<약은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효과가 좋은 약도 정확한 복용법을 지키지 않으면 효과를 제대로 보기 어렵다>
#기타
고혈압 치료제 또는 항우울제 복용시에는 바나나, 맥주, 와인, 간, 청어, 요거트, 육류, 치즈 등은 피해야 한다. 이들 음식에는 티라민 성분이 함유돼 있어 고혈압 약이나 항우울제에 들어 있는 파르길린 성분과 섞이면 혈압을 갑자기 올려 뇌졸중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글루코사민의 원료는 조개껍데기라 염분이 섞여 있을 수 있어 고혈압환자의 경우 소금함량에 주의한다. 되도록 ‘로우-솔트’(low salt) 라 표시된 글루코사민을 구입하도록 한다.
<약 복용 시간>
약 복용의 가장 중요한 점은 복용시간을 잘 지키는 일이다. 약물 특성에 따라 복용 간격은 달라진다. 대부분의 약은 식후 30분에 먹도록 권장되는데 식후 20~30분 정도면 음식물이 소화기관에 남아있어 위점막을 보호할 수 있어 위장장애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위장장애가 강하게 나타나는 해열진통제는 식후 바로, 심지어 식사 중에 복용하는 경우도 있다.
▲소화제는 식후 30분에 먹으면 된다.
▲철분제제, 항진균제 등은 식사 직후에 복용한다.
▲강심제, 제산제 등은 식사 전후 2시간에 먹는다. 음식물과의 상호작용을 최소화하고 약효가 빨리 나타나는 효과가 있기 때문.
▲칼슘제는 흡수가 잘 안 되고 위장장애가 있을 수 있으므로 식사 직후 위산이 많이 분비됐을 때 복용한다.
▲고혈압약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는 아침에, 고지혈증 약은 초저녁에, 천식약과 위궤양약, 변비약은 취침 전에 먹으면 약효를 최대로 볼 수 있다.
▲위장관운동조절제, 궤양치료제, 식욕촉진제, 혈당강하제 등은 식사 30분 전에, 수면제, 항히스타민제, 근이완제 등은 취침 30분전에 먹는 게 좋다.
비타민제 먹을때 녹차는 피해야
항혈액응고제 복용시 녹황색 채소나 마늘·인삼 먹으면 부작용 가능성
<약 복용시 주의사항>
▲혈압은 주로 아침에 높아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아침 식후 30분에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런데 고혈압의 경우 약을 복용하면 운동, 흡연, 음주 등은 마음껏 해도 된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약을 복용하면 고혈압의 증상 완화를 위해 적절하게 체중을 유지하고, 유산소운동을 하고, 담배를 끊고, 술은 적당량만 마시고 싱겁게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등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성 질환자의 경우 병명이 같다고 해서 자신이 먹던 약을 나눠주기도 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위이다.
▲유통기간이 지난 약은 과감히 버린다.
▲약은 복용 후 일정한 시간을 두고 약효가 발휘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이 약을 먹을 경우 몸에 부담만 주게 된다. 여러가지 약을 먹는 경우 담당 주치의와 올바른 복용법과 피해야할 음식은 없는지에 대해 꼭 상의한다.
▲습관성으로 복용하는 두통약의 경우 지나치게 복용하면 부작용위험이나 의존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약에도 궁합이 있다. 약을 먹을 때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효과를 올라가거나 떨어지기도 하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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