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미경 검사 같이 자세한 입학 전형
장점은 물론 약점 표현에도 솔직해야
옛날 옛날 아주 옛날에 어느 나라에 꽃을 아주 좋아하는 왕이 있었는데 하루는 방을 부쳐서 꽃피우기 대회를 개최했다고 한다.
누구든지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은 왕에게로부터 씨를 받아가지고 피우되 심사는 왕이 직접 하시겠다는 것이었다.
모두들 서둘러 씨를 받아다가 화분에 심고 열심히 물도 주고 비료도 주며 제일 예쁜 꽃을 피게 하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어느덧 심사일이 돌아왔고 모두 왕궁 앞 큰 잔디밭에 자기들이 피운 꽃들을 들고 나와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왕은 처음에는 자못 흥분된 모습으로 아름답게 핀 꽃 사이사이를 이리저리 누비며 다녔지만 끝내 마음에 드는 꽃을 찾지 못한 듯 시름에 찬 얼굴이 되었다.
그러던 왕이 갑자기 한 구석에서 빈 화분을 들고 조용히 흐느끼는 어린 소녀를 보고는 흥분한 듯 달려가 영문을 물었다. 소녀는 말하기를 “아무리 열심히 물을 주고 비료를 주어도 잡초만 나오고 꽃은 싹도 안 나오더라”며 눈물을 쏟는 것이었다. 왕은 이 소리를 듣고 화색을 띄며 여기 꽃피우기 대회의 장원이 있다며 그 소녀의 손을 번쩍 치켜 올렸다. 우리 며느리로 삼아야겠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왜냐하면 왕이 나눠준 씨는 꽃커녕 싹도 낼 수도 없는 삶은 씨였기 때문에.
이 얘기는 만들어낸 얘기로서 처음 교회를 나가기 시작했을 때 어느 목사님한테서 들은 예화 중 하나였다. 정직하면 복을 받는다는 취지로 들려주신 얘기였지만 오늘 이 얘기가 특별히 생각난 것은, 뽑히기도 힘들지만 뽑기 또한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나라의 모든 처녀 중 한 명의 며느리 감으로 뽑히는 것도 힘들었겠지만 입장을 돌려 생각해볼 때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제일 좋은 며느리를 뽑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렵지 않았겠냐하는 말이다.
대학 시절 룸메이트의 아내가 우리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일하고 있어 가끔 하소연하는 말을 들었는데 대학에 합격하는 것보다 그 수많은 학생 중에서 적합한 학생을 뽑는 것도 만만치 않게 힘들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했다.
그것도 그 일만 전담을 하는 스태프들이 풀타임으로 매달려서 하는 데도 말이다. 주립대학도 이러니 초특급 사립대들은 어떨까 가히 짐작이 가는 바이다.
요즘 합격자 발표가 끝나고 2007년의 결과에 대한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하버드 대학의 경우 전 세계에서 2만3,000명이 응시를 했고 이중 80%가 합격 조건을 갖추었다고 간주되었으며 그중 절반, 즉 9,200명이 하버드를 성공적으로 졸업할 만한 학생으로 평가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합격통지를 받은 학생은 1,662명에 불과했으니 성공적일 수 있다고 평가된 학생 7,500명 이상이 고배를 마셨다는 얘기다.
여기서 입학 지원생 중 3,200명이 SAT에 만점을 받았고 고교를 수석 졸업한 학생이 3,000명이 있었다고 하니 학교 성적이나 SAT 시험 만점도 절대로 합격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전체 합격자의 평균성적이나 SAT 성적이 만점의 한참 미달이라는 것으로, 학교 성적이나 SAT 점수가 만점이 아니라고 반드시 절망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된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작업을 했기에 어떤 지망생은 만점인데도 불합격되었고 어떤 지망생은 만점에 못 미치는 데도 합격될 수 있었는가 하는 질문이다.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뽑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힘들다는 얘기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다.
우선 떠오르는 설명은 특혜생들이다. 어느 대학이고 운동을 잘 하는 학생이나 그 외의 어느 분야에서 뚜렷하게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은 성적이 다소 모자라도 뽑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또 동창생 중 학교 발전에 기여한 인사의 자녀이면 성공적으로 졸업할 만한 그룹 9,200명에 속하거나 합격 자격을 갖춘 1만8,000명 안에만 들어만 가도 우선적으로 특별 배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버클리의 입학사정관으로 일하던 전 룸메이트의 아내로부터 들은 얘기로는 그런 숫자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극소수이고 성적을 만점을 받고도 합격을 안 시키고 만점이 아니더라도 오히려 받아주는 이유는 초정밀 사정과정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사정관으로 일하던 버클리만 해도 어느 정도 자격 미달자를 분류한 후에 마지막 사정단계에 들어가서는 각 지망생의 폴더를 만들어서 세부조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각 학생에 대한 엑스트라 자료를 모을 만치 모아서 그 학생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열성과 실력보다는 보이기 효과를 노리고 준비된 사금적 요소들, 즉 실력 향상보다는 수험요령에 치중해서 받은 스테로이드적 성적이나 도를 지나친 부모의 극성 유무 등 대학에서의 자율적 경쟁에 견뎌내지 못하게 할 수 있는 유해적 요소들이 본색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하버드 대학의 합격생들 모임에 처음 갔을 때 깜짝 놀란 것은 마중 나온 사람이 우리들에 대해서 놀랄 만치 많이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지부의 합격생들의 환영식에 있는 사람들까지 그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을 때에는 본 대학의 입학 사정관들이야 얼마나 더 자세하게 조사했겠는가! 이렇게 세밀하게 사정을 받을 때에는 나의 약점에 대해서까지도 아주 솔직해지는 것이 오히려 생각 밖의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앞에 얘기한 한 소녀의 경우와도 같이.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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