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이 미국의사 되기
“선생님, 유학생의 신분으로 미국에서 의사가 될 수 있습니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이자 또한 대답하기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대답은 “No and Yes”이다. 그러면 좀 우회적으로 대답을 하도록 해보자. 얼마 전 한국과 미국은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고도 실제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바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 협정으로 앞으로 미국과 한국의 물적 인적 교류는 이전에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증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 협정에서 빠진 부분 중의 하나는 의료부문이다. 만약 두 나라가 의료시장을 서로 개방해서 미국 의사가 한국에서 그리고 한국 의사가 미국에서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협정이 체결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번 한미 FTA 전에도 한국에서 의과대학을 나오고서 미국의사 면허를 따려는 사람들의 수는 지난 10년 동안 가파르게 증가하였다. 미국의료협회는 외국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들이라도 적절한 시험(USMLE)과 수련의(resident) 과정을 거쳐 미국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되면 미국에서도 진료활동을 허용한다. 때문에 한국 중국 인도를 포함한 많은 외국 의사들이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한국의 의료 수준은 중국과 인도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세계적으로 우수하며 유럽에 비해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국에서 매년 미국의사 면허를 받는 외국 의사들의 상당수가 유럽이나 인도 출신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언어장벽이다. 유럽이나 인도 의사들은 영어를 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데 비해 한국 의사들의 영어능력은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뛰어난 임상실력이 있음에도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다시 원래 질문으로 돌아가자. 잘라 말해 학생(F1), 교환(J1) 그리고 취업(H1)비자를 가진 상태에서 미국 의대를 입학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치 않다고 보면 맞다. 하지만 본인의 꿈이 미국에서 의사가 되고 싶다면 먼저 미국에 온 이유(유학)를 살려 학위를 먼저 따고 영주권을 취득한 다음 의대에 지원하는 길이 있다. “어느 세월에”라고 냉소하지 말고 먼저 자신이 결단이 얼마나 굳은지 돌아보기 바란다. 그게 진정 자신의 꿈이라면 조금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바로 위에서 말한 언어 때문이다. 요즈음 유학생들은 누구나 다 영어를 잘 한다. 하지만 생명이 오고가는 수술실에서, 목숨이 달려 있는 항암제를 환자들에게 처방함에 있어 그리고 피범벅이 되어 있는 응급실에서도 자신의 영어실력이 모자라지 않을 정도인지 냉철히 돌아보기 바란다. 그러므로 학위를 해서 영어실력과 미국식 사고/생활방식을 습득하는 것은 아주 현명한 방법이다. 두 번째는 시간을 가지고서 충분히 자신의 삶의 계획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의사들이 돈을 잘 번다니 나도 한번 하는 한탕주의 심리 그리고 한국에 있는 가족 친지 친구들에게 보이기 위해서라면 애초에 생각을 고쳐먹기 바란다. 백이면 백 다 중간에 그만 두거나 쫓겨난다. 세 번째는 시간적으로 봐서도 그런 식으로 돌아가더라도 크게 손해는 아니다. 사실 현재 미국 의학계를 이끌고 가는 그룹은 MD/PhD라고 불리는 의사/박사 복수학위를 가진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미국 의대는 MD(Medical Doctor) 프로그램과 MD/PhD(박사) 프로그램을 동시에 갖고 있다. 많은 경우 MD/PhD(박사) 프로그램은 소수 정예로 우수한 학생들만 뽑는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보통 2년 동안 초기 의대과정을 거친 후에 4~5년 동안 기초 의학연구로 빠져서 일단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후반기 의대과정으로 복귀해서 나머지 2년을 끝낸다. 그래서 의대를 졸업하는 데에 총 8~9년이 걸린다. 그래서 미국 의사가 되고 싶은 유학생이 만약 박사를 먼저 4~5년에 끝내고 영주권취득 1~2년 그 후 의대를 4년에 마치면 걸리는 시간은 얼추 비슷하다. 두 경우 다 이중학위를 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다행히 미국 이민국은 박사 소지자들에게 영주권을 빠르고 수월하게 주는 편이다.
며칠 전 미국에 유학생을 가장 많이 보낸 나라는 한국이며 그 숫자가 10만명에 이른다는 보도를 접했다. 놀랍게도 인구가 한국보다 이십 배가량 많은 중국이나 인도보다도 더 많은 수치다. 의사가 되어 불쌍하고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고귀하다. 분명한 것은 아무리 어려운 장벽이 있더라도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의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면 절대로 포기하지 말길 바란다.
www.MyIvyDream.com 213-381-3949
홍영권 (USC 의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