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외경제정책연구소는 한미자유무역협정 즉 FTA에 따른 예상 효과로 단기적으로 0.42%, 장기적으로 1.99%의 경제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는 서비스, 농산물, 공산품의 교역증대와 한국의 투명성 제고, 그리고 동북아 진출의 교두보로서의 역할 기대 등을 협정 타결의 효과로 꼽았다.
FTA가 추구하는 바는 협정당사자 국가 모두의 경제성장과 그로 인한 개인소득의 증가다. 한미무역협정 타결 이후 나온 양국의 평가는 이 기대효과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역사적으로도 다른 지역이나 국가들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양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으로 나타났기에 이러한 낙관적 기대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우선 기본적으로 어떻게 혜택이 오는가를 한국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대미국 수출에서 관세가 없어지면서 한국산 상품의 경쟁력이 올라가 수출이 늘어난다. 수출이 늘면 한국 기업의 수익이 커지고 기업수익이 높아지면 한국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난다. 반면 수입에서 관세가 줄면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상품의 가격이 낮아져 한국내 소비가 늘어난다.
혜택을 보면 모든 면에서 환영할 만한 협정이지만 단기적으로 어려운 숙제도 남겨준다. 한국내 산업 중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분야는 미국상품에 의해 시장을 잠식당하면서 그 분야의 고용이 줄고 시설투자가치가 없어지는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농업, 수산업과 일부 제조업에 나타날 현상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업과 단기적 손실을 도와주는 보완조치를 함으로써 정책전환에 따른 마찰적 고통을 분담해주면서 넘어가야할 부분이다.
그러나 FTA의 효과는 이러한 단기적 이해득실을 넘어서 장기적으로 경제구조를 한단계 높이는 더 큰 본질적 혜택이 있다. 자유경쟁의 원리와 공정한 게임의 법칙의 정착이다. 자본주의는 소비자에게 더 값싼 상품을 더 많이 공급해주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체제인데 이를 가능케하는 원리가 자유경쟁과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다.
그런데 자유경쟁의 원리는 주로 독재정치와 국가의 이익이라는 명분하에 제한된다. 독재정권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친정권적 우호세력이 필요한데 이 우호세력에게 특혜를 주기위한 방식으로 경쟁을 제한한다. 국가의 이익 논리는 한 국가내에 경쟁력이 없는 산업분야를 관세나 수입금지 등의 무역 규제라는 장치를 통해 보호해 주는 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제한된 경쟁은 결과적으로 전체소비자에게 비싼 상품을 사도록 만들어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데 FTA는 양국간의 협정에 의해 경쟁의 제한 요소를 대폭 제거시켜 소비자가 혜택을 보는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공정한 게임의 법칙은 주로 저작권 등의 지적 소유권과 인권 및 환경 분야에 관련된 사항이다. 서적, 특허권, 예술작품 등의 지적소유권은 복제가 쉽기에 후진국 입장에서 침범하기 쉬운 영역인데 이를 방치하면 창조활동의 보상을 없애 창의적 발전을 저해한다.
인권과 환경의 문제는 특히 신흥개발국에서 간과하거나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분야로서 열악한 고용조건과 환경오염의 방치로 이들을 존중하는 국가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방치하는 국가의 기업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만든다. FTA는 그 협정과정에서 이러한 의도적인 남용을 상대국이 방지해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받아들이게하는 역할을 한다.
FTA를 환영하는 이유는 바로 단기적으로 실질적 경제성장의 효과와 함께 장기적으로 자본주의를 더 효과적으로 만드는 자유경쟁의 원리와 공정한 게임의 법칙을 확고히 해 준다는 데 있다.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물질적 풍요에서 시작되지만 물질적 풍요가 공정한 사회의 기반을 희생한데서 발생했을 때 사회적 빈곤감과 인간의 가치관에 대한 회의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물질적 풍요는 공정한 사회여건과 연결되야만 진정한 발전이라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물질적 풍요의 기초인 자유경쟁의 원리와 사회적 가치의 기반인 공정한 게임의 법칙이 한단계 상승할 수 있는 계기가 FTA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좀더 성숙한 한미 양국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이번 협정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 하겠다.
최운화 커먼웰스 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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