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연방하원에 상정돼 있는 수많은 결의안 중 우리 조국의 역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안이 하나 있다. 바로 ‘하원결의안 121’이 바로 그것이다.
‘하원결의안 121’은 지난 1월31일 가주 출신 마이크 혼다(민주당) 의원의 발의로 상정되어 현재 79명의 하원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상태다.
‘하원결의안 121’의 골자는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각지에서 20만명의 여성들을 성노예로 강제 동원한 사실과 관련해 미 연방하원이 결의안을 채택해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일본 정부측에 공식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첫째, 일본 정부는 명확하고도 공식적인 태도로 종군위안부가 존재했으며 일본 정부가 개입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함과 동시에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 둘째, 일본 총리가 직접 총리의 자격으로 공식 사과할 것. 셋째, 일본 정부가 종군위안부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왜곡하려고 하는 주장들에 대해 분명하고도 공개적인 태도로 반박할 것. 넷째, 국제사회의 권고에 따라 종군위안부에 대한 사실을 현재와 미래의 세대들에게 교육시킬 것.
지난해에도 거의 같은 내용의 ‘하원결의안 759’가 외교위원회를 통과하는 성과를 냈지만, 결국 결의안 채택을 반대하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로비에 부딪혀 하원 본회의에 상정도 못되고 부결된 바 있다.
지난 1월 마이크 혼다 의원과 다른 6명이 주축이 돼 ‘하원결의안 121’을 재상정했을 때만 해도 미 정계의 무관심과 일본 정부의 막강한 로비에 밀려 통과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종군위안부가 강제 동원되었다는 증거가 없으며, 연방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일본 정부는 사과할 의지가 없다는 일본 총리 아베의 최근 발언 이후 일본 정부에 대한 미국내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종군위안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미국 국민들에게 점차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하원결의안 121’의 통과 가능성이 상대적이긴 하지만 기대를 해도 좋을 만큼 높아졌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종군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지난 과거사를 재조명하자는 것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나치정권하에서 자행했던 범죄행위들에 대한 죄 값을 치르고 주변 국가들과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했던 유럽의 예와는 달리 힘의 균형이 부재했던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당시 저질렀던 수많은 만행에 대한 정리가 대부분 과거 속에 묻혀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일본의 비양심적이고 비도덕적인 태도를 바로 잡지 않고서는 현재에도 미래에도 동아시아 국가들과 일본간에 동등하고 평화로운 외교관계가 이루어지기 힘들다.
종군위안부 결의안에 강제력은 없다. 또 벌써 일곱번째 통과를 추진하는 만큼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으려는 과정 속에서 얻는 결과물, 즉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과 공통의 목표를 위해 함께 일한다는 참여의식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60년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생존해 있는 종군위안부 피해자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분들만이라도 살아서 일본정부의 공식 사과를 받게 해드리는 것이 우리 후세들에게 남겨진 숙제가 아닐까.
일본 교과서속의 역사왜곡, 과거 범죄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뻔뻔한 태도, 독도문제 등 일본과 관련하여 산재한 문제가 한 둘이 아닐진대 불행하게도 대한민국 정부는 어느 하나도 제대로 대처하거나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머나먼 이국에 사는 한인들이 ‘하원결의안 121’의 채택과 같은 쾌거를 이루어낸다면 이는 실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스스로 움직이지 않고서는 절대 우리의 뜻을 관철시킬 수 없는 곳이 미 정계이다. 하물며 ‘하원결의안 121’ 채택을 저지하고자 하는 일본 정부의 로비가 판을 치는 하원은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한인들이 종군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하여 자기 지역구 하원의원에게 보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이승호 변호사 결의안지지 가주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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