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챔피언 필 미켈슨(왼쪽)이 시상식에서 잭 잔슨에게 그린재킷을 입혀주고 있다.
제 71회 매스터스
‘Zach Master’
우즈·구슨 등 3명에 2타차 승리…커리어 첫 메이저 우승
최경주 27위, 양용은 30위
타이거 우즈도, 필 미켈슨도 아니었다. 대회전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한 ‘평범한’ 선수가 올해 세계 골프 첫 메이저대회인 제71회 매스터스 토너먼트의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그것도 ‘골프황제’ 우즈의 추격을 완벽하게 따돌린 멋진 승리였다. 1998년 프로전향 후 4년간 미니투어와 2부리그 투어를 거쳐 지난 2004년 PGA투어에 데뷔했던 신예 잭 잔슨(31)이 그 영광의 주인공이었다.
8일 조지아주 어거스타의 어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파72·7,445야드)에서 벌어진 2007 매스터스 마지막 날 잔슨은 백9 승부의 고비에서 맹렬히 쫓아오는 ‘호랑이’ 타이거 우즈의 기세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놀랍고 인상적인 플레이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버디 6, 보기 3개로 3언더파 69타를 쳐 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한 잔슨은 우즈와 라티프 구슨, 로이 사바티니 등 3명을 2타차로 따돌렸다.
반면 선두에 1타차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한 우즈는 이븐파 72타로 제자리걸음에 그치며 2타 뒤진 공동 2위로 대회를 마감, 아직 메이저대회 역전우승이 없다는 징크스를 풀지 못했다. 또 디펜딩 챔피언 미켈슨은 이날 첫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범하며 일찌감치 우승경쟁에서 떨어져 나간 끝에 잔슨에 10타 뒤진 공동 24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밖에 최경주는 합계 12오버파 300타로 공동 27위, 양용은은 13오버파 301타로 공동 30위를 차지했다.
대회 마지막 날 모든 포커스는 우즈에 맞춰져 있었다. 3라운드 선두 스튜어트 애플비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마지막 챔피언조로 경기한 그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인 것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했다. 하지만 이날의 결과는 우즈가 ‘골프황제’일지 몰라도 ‘골프의 신’은 아님을 보여줬다. 바람이 상당히 가라앉아 첫 3라운드보다 평균 2~3타 좋은 스코어가 나온 이날 우즈는 무려 5명이 리드를 주고받는 대혼전이 펼쳐진 가운데 2번홀 버디로 한때 선두로 올라서기도 했으나 이후 그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하며 끝내 생애 5번째 그린재킷과 13번째 메이저 타이틀 찬스를 우승과 연결시키지 못했다.
13, 14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선두로 뛰쳐나간 잔슨에 4타차로 뒤지던 우즈는 13번홀(파5)에서 득의의 이글을 잡아 격차를 2타로 좁히며 역전우승의 희망을 불태웠으나 잔슨은 곧바로 파3 16번홀에서 버디로 응수, 리드를 3타로 벌렸고 그것으로 승부는 끝이었다. 우즈는 마지막 희망이었던 파5 15번홀에서 그린을 노린 세컨샷을 레이스 크릭에 빠뜨리는 등 남은 홀에서 모두 파에 그쳤고 잔슨은 17번홀 보기에도 불구, 2타차 간격을 두고 무사히 피니시라인을 끊었다.
한마디로 잔슨의 ‘쿨(Cool)’한 플레이가 눈부셨던 경기였다. 이 대회전까지 출전한 11번의 메이저대회에서 7번이나 컷 탈락했던 잔슨은 가장 엄청난 프레셔가 느껴진다는 마지막 날 어거스타 내셔널 백9에서 ‘황제‘ 우즈와 US오픈 2회우승자인 구슨 등 내로라하는 강자들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13번홀부터 4홀 동안 3개의 버디를 골라내며 단숨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특히 우승을 향해 뛰쳐나간 스퍼트가 인상적이었다. 3오버파로 공동선두에 있던 잔슨은 파5 13번홀에서 완벽한 드라이브샷이후 그린 앞까지 겨우 200야드가 남았지만 그린 앞을 가로막고 있는 레이스 크릭을 감안, 충분히 그린공략이 가능했음에도 불구, 레이업을 선택했고 결국 서드샷을 10피트 옆에 붙여 버디를 잡아내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이어 14번홀에서 버디를 보태 리드를 2타차로 벌린 잔슨은 4타 뒤져있던 우즈가 13번홀에서 이글을 잡고 공동 2위로 점프하자 파3 16번홀에서 완벽한 6번 아이언 티샷에 이어 12피트 버디펏을 홀컵에 떨구는 것으로 응수한 뒤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조용하고, 침착하게, 그리고 대회전 계획에 충실하게 경기에 임한 끝에 지난 2004년 벨사우스클래식에 이어 생애 2번째 PGA투어 승리를 따낸 그는 경기 후 CBS와의 인터뷰에서 “부활절인 오늘 예수님이 내 걸음걸음마다 함께 하신 것 같다”고 독실한 크리스천다운 소감을 밝혔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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