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풍 ‘강강술래’할리웃 매스터 코랄이 우리말로 불러요
한류의 동심원이 넓어지고 있다. 한국 영화, 드라마에서 시작해 가요, 만화 등을 거친 미국내 한국문화의 물결이 이제는 순수 예술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월 이안 크라우즈 UCLA 음대 학장이 소월의 시 ‘초혼’을 가사로 작곡한 가곡이 연주되더니 이번에는 한인 여성이 민요에 현대적 요소를 가미해 만든 노래를 주류 합창단인 ‘할리웃 매스터 코럴’(Hollywood Master Chorale·지휘 글렌 칼로스)이 공연하게 돼 화제다.
현대기법 가미… 단원들에 한국정서 지도
<‘강강술래’의 작곡가 백낙금씨는 “한류가 대중 문화뿐 아니라 아카데믹한 면에서도 주류사회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천규 기자>>
주인공은 토랜스 거주 중견 작곡가 백낙금씨(48). 백씨의 곡 ‘강강술래’는 지난해 말 HMC가 실시한 합창음악 작곡 공모에서 뽑혀 오는 22일 오후 7시 윌셔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리는 ‘LA 작곡가 콘서트’에서 연주된다.
“본래 작년 봄 솔트레익 시티에서 열렸던 미 합창지휘자협회 컨벤션을 위해 작곡했어요. 당시 북가주 베이지역 한인 합창단인 ‘뉴콰이어’가 아일린 장씨의 지휘로 이 곡을 초연했고요.”
백씨에 따르면 ‘강강술래’는 약 9분 길이의 긴 곡. 백인 단원들이 대다수인 HMC는 이번 공연에서 이 노래를 고스란히 한국어로 부른다. “어헝 어헝 어라디야! 리투리 리투리 리투리 강강수월래야! 달 떠온다 동해동천 달 떠온다. 딸아 딸아 막내딸아 애기 잠자고 곱게 커라. 오동나무 밀장농에 갖은 장석을 걸어 주마. 강강수월래 강강수월래.”
이 곡을 어눌한 발음으로 노래할 단원들을 위해 백씨는 연습에 참가, 노래의 배경과 스며있는 정서를 설명해 주고 바람직한 표현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북소리 효과를 내기 위해 반주에 쓰이는 피아노의 현 사이에 종이를 얼기설기 끼워넣게 된다.
이 노래는 전설에 기초해 쓰여졌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왜구들을 무찌를 때 아낙네들을 동원, 바닷가 언덕에서 강강술래 놀이를 시킴으로써 우리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는 한편 적들이 우리 군사가 많은 것처럼 착각하게 하도록 해 승리를 거뒀다는 것이 그 줄거리. 가사엔 없지만 곡 전체에서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묻어난다. 4개 부분으로 구성된 노래는 보통 빠르기의 우리 장단인 중중모리에서 시작해 자진모리(빠르게), 진양조(느리게)를 휘돌아 간 뒤 아주 ‘업’된 분위기의 중중모리로 끝난다.
“아낙네들이 전쟁에 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 속에 강강 술래를 하러 산으로 올라가는 모습, 그후 역동적으로 원무를 추는 광경, 조선 군사들과 왜적들이 승자와 패자의 운명으로 갈리는 장면, 승리 후 기뻐하며 축제하는 모습 등을 표현했다”는 것이 백씨의 설명이다.
그는 “아이디어가 고갈돼 너무 힘든 상황에서 하나님께서 순간적으로 악상을 떠오르게 하셔서 썼다. 일반 합창단이 부르기에는 까다로운 곡인데 70여명 규모의 전문 합창단이 연주하게 돼 기쁘다”고 말한다. 이 곡에서는 민요의 장단에 현대적 기법을 가미하고 사람의 목소리로 기악적 효과를 내기 위해 반복을 많이 사용했다.
백씨는 현재 USC 유학생 사역을 하는 남편 신승호 목사가 한국서 담임 목회를 시작했던 1995년대 중반 이후 10여년간 활동을 접었지만 실은 베테런 작곡가. 연세대 학부와 대학원을 거쳐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을 졸업했으며, 창악회 콩쿠르 1위, 서울음악제 3년 연속 입상, 올림픽 기념공모 당선, 뉴욕 국제작곡 콩쿠르 1위, 벨기에 ARS MUSICA 현대 음악제 입상, 아시안 뮤직 페스티벌 입상 등 화려한 수상 및 작품발표 경력을 갖고 있다.
<22일 연주회에서 백씨의 곡 ‘강강술래’를 노래할 ‘할리웃 매스터 코럴’>
‘하나 되게…’란 곡으로 2005년 활동을 재개한 그는 유학생들을 위해 밥을 하고 김치를 담고 아이들 레슨을 하는 바쁜 시간을 쪼개 악상을 가다듬는다. 요즘은 자신이 레지던트 작곡가로 있는 남가주의 CALA 합창단과 뉴콰이어의 6월 연합 연주회에서 공연될 ‘야곱의 사다리’란 곡을 마무리하느라 고뇌 중이다.
음악을 좋아해 나운영 선생에게서 배우기도 했던 부친이 지어준 ‘비파를 즐긴다’는 뜻의 이름대로 작곡가의 길을 걷고 있는 백낙금씨. “한류가 너무 대중문화 일변도로 흐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그는 “아카데믹한 면에서도 우리 것을 널리 알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신비감 어린 한국 전통에 서양적 기법을 더하면 주류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할리웃 매스터 코럴 ‘LA 작곡가 연주회’
일 시: 4월22일 오후 7시
장 소: 윌셔연합감리교회 (4350 Wilshire Bl., LA)
입장료: 성인 22달러, 노인 학생 장애인 15달러, 12세 이하 8달러
문 의: (323)960-4349, www.HollywoodMasterChorale.org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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