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신미양요(1871년)와 강화도조약(1879년)이래 조선의 강제 개국을 ‘제1의 개국’ 이라고 하고, 1960년대 박정희가 주도한 수출입국과 한강의 기적을 ‘제2의 개국’이라고 한다면, 서방 선진 7개국(G7)진입에 도전 하는 이번 한미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제3의 개국’이라고 할 만큼 엄청난 사건이라고 야단 이다. 그러나, 또 한쪽에서는 이는 한일합방에 이은 망국적 협정이며, ‘제2의 국치일’이라고 불복종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큰일을 이루기는 했으나, 앞으로 반대 시위, 국회 비준을 비롯해 갈 길이 험난할 것 같아 걱정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바라보는 동포들의 심정은 시집온 딸의 심정이다. 아니 어쩌면 한미 대결의 올림픽을 관전하는 기분이다. 사실은 미국을 응원 해야겠지만, 심정적으로는 한국을 응원하는 것처럼. 그러나, 해외동포들의 입장은 시집온 딸처럼 친정도 잘되고 시집도 잘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중간자적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회담의 성사가 양국이 함께 득을 가져올 수 있는 윈-윈 게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사실 FTA는 WTO(세계무역기구)와 함께 각국의 자유로운 무역활동을 위한 세계무역기구이다. 다만 WTO가 다자간의 협정이라면, FTA는 양국 간의 협정 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한국과 미국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시작한 것이다.
미국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이래 이번 한국과의 FTA가 가장 큰 협정임에는 틀림없으나, 일반에게는 이라크전쟁 보다 관심 밖의 일이며, 신문도 그리 큰 비중으로 다루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한국은 위에서 언급 했듯이 ‘제3의 개국’ ‘제2의 개항’이라고 할 만큼 큰 뉴스로 보도되고 있다. 오늘은 이런 각도에서 한미무역자유화를 조명해 보려고 한다.
FTA는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를 줄이거나 철폐해서 무역을 자유화 하자는 제도이다. 한국은 무역 의존도가 높은 통상국가 이다. 한국 국민총생산(GDP)의 70%가 국제무역에서 나오고 있고, 경제성장의 98%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이다. 이 기회에 한국이 통상국가라는 점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한국은 수출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다. 한국에서 무엇이 나오는가? 남북이 갈리어 그나마 조금있는 지하자원도 남한 것이 아니다. 석유도 안 나온다. 이렇게 생산 자원이 부족하니까, 물건을 만들어 팔아야 생존이 가능하다. 작년 말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240개 국가에 8천4백종류의 상품을 수출했다. 한 해 동안 외국에 물건을 판 금액(수출)이 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무역 11대 국가에 랭크 된 엄청난 쾌거다. 내가 이민 오던 해인 73년 수출 실적 50억 달러에 비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다. 국가별 수출 3천억 달러를 달성한 나라는 10나라 밖에 안 된다. 1900년대에 미국(1988년), 독일(1988년), 일본(1991년), 2000년대 들어와서 프랑스(2002), 중국(2002), 영국(2003년), 그리고 2004년에 네덜란드, 이탈리아, 캐나다, 벨기에가 3천 달러 수출국가로 진입했을 뿐이다. 2006년 한국의 수출 3천억 달러 고지 점령은 한민족이 자긍심을 가질 만한 업적이다. 한국의 수출 3천억 달러는 남미 대륙 38개 국가 전체와 비슷한 규모이며, 아프리카 53개국과 맞먹는 거대한 액수이다.
무역의 중요성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농민과 일부 노동자, 운동권이나 좌파단체, 진보주의자, ‘농민당’(농촌 출신 국회의원)들이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다. 손호철 교수 같은 분은 “노무현 정부는 또 하나의 도박 불평등조약을 하고 있다. 바다 이야기가 도박꾼의 패가망신을 불러 왔다면, FTA는 온 나라를 ‘패국망신’ 시킬 것이다”라고 질타했고, 법정스님은 “농업은 생명사업이다. 한미 FTA는 강자의 보호주의다”라고 비판했다. 여기까지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피해자와 농민을 향한 연민의 정으로 이해가 가지만, 논리가 ‘장갑차 사건’이나 반미운동처럼 너무 감정적이다. 한국에 고작 4천대의 자동차를 수출하는 미국은, 한국의 현대와 기아 자동차 80만대를 수입한다. 이것만 보아도 미국은 그래도 관대한 나라다.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적이며 무책임한 정치적 발언은 국민 공감을 얻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대권에 도전할 인물들이라면 역사 앞에 정직해야 한다. 대세를 읽지 못하면 역사의 낙오자가 된다. 무역국가 한국의 개방은 동북아의 허브 국가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왜? 한국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소고기를 먹어야 하는가? 더 이상 7% 농민의 보호를 위해 93%의 소비자가 볼모로 잡혀서는 안 된다. 일부는 단기적으로 고통을 받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전체공동체가 살아야한다. 한국 상품에 대한 미국의 수입관세가 낮아지거나 철폐되면 높은 관세를 내야하는 중국이나 일본과 경쟁에서 유리하다. 가뜩이나 ‘샌드위치’ 위기론이 대두되는 마당에. 또 미주한인사회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며, 미주한인들은 더 싼 가격에 한국 상품을 살 수 있게 되는 이점도 있다.
한미 FTA가 한국의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를 망라한 모든 분야의 선진화에 기여하기를 바라며, 조국 한국과 우리가 몸담고 사는 미국의 공동 번영을 가져오는 획기적인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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