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오락 뜻밖 새 고객
게임업계 ‘놀라운 기쁨’
“정신 맑아지고 손 안떨려”
특히 할머니 게이머 급증
미시시피주 채타와 인근 언덕 위 울창한 숲속에 자리잡은 파인즈의 성 메리 수녀원. 노트르담 학교 수녀회 소속 은퇴 수녀 52명이 19세기부터 이어져온 전통대로 살고 있는 곳이다. 매일 다섯차례 기도하는 틈틈이 독서하고, 정원 가꾸고, 강에 나가 고기 잡고, 바느질을 하는 이들중 다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덕분에 손도 떨리지 않고 정신도 맑다고 수녀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그 취미는 다름 아닌 비디오 게임. 7개의 터미널이 있는 수녀원 내 ‘컴퓨터 코브’에서는 매일 ‘비주얼드’‘북웜’‘처즐’등 컬러풀하고 비폭력이며 비교적 단순한 게임들이 격렬하게 치러지곤 한다.
<파인즈의 성 메리 수녀원에서 진-마리 스미스 수녀가‘북웜’게임을 하고 있다>
이렇게 외딴 곳에사는 수녀들뿐만 아니라 요즘 미국에는 비디오게임을 하는 베이비붐 세대와 그 부모세대, 특히 여성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노화로 인해 치르게 될 정신적 대가에 불안감을 느끼는 노년층들이 신속한 사고가 요구되므로 두뇌활동에 자극을 주는 비디오 게임으로 눈을 돌려 젊었을 때보다 한 박자 늦어졌을지언정 볼링, 테니스, 골프등 디지털 오락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닌텐도’의 ‘위’ 게임 시스템이 특히 노년층에 인기를 모으자 볼티모어에 본부가 있는 ‘에릭슨 리타이어먼트 커뮤니티즈’는 총 1만9,000명이 거주하고 있는 전국의 18개 시설마다 게임 콘솔을 설치하고 있다. ‘노위지언 크루즈 라인’도 보유하고 있는 모든 배에 이 시스템을 설치중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성 메매리 수녀원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게임의 제조사인 시애틀의 ‘팝캡 게임즈’에 따르면 이 회사가 창립된 2000년 이후 게임이 다운로드된 횟수는 2억번이 넘는데 작년에 실시한 고객 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고 이 회사 대변인은 말했다. 이 게임을 하는 사람은 71%가 40대 이상, 50대 이상이 47%로 나타났으며 전체 팝캡 플레이어의 76%가 여성이었다.
나이든 플레이어들은 젊은 세대보다 비디오 게임을 더 자주할 뿐만 아니라 한번에 플레이하는 시간 또한 길다. 골수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전쟁이나 스포츠, 전략 게임보다 대체로 덜 복잡하고 쉬운 게임을 제공하는 웹사이트 Pogo.com을 운영하는 게임 퍼블리셔 ‘일렉트로닉 아츠’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이 사이트를 찾은 사람중 50대 이상 연령층은 28%였지만 그들이 이 사이트에서 보낸 시간은 전체 방문자가 머문 시간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평균적으로 여성들이 매일 이 사이트에서 보낸 시간은 남자보다 35%가 더 길었다.
Pogo.com의 마케팅 담당 디렉터 비어트리스 스페인은 “베이비 붐 세대와 그 이상 노인 세대 이용자들이 가장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여자들은 처음엔 게임하러 들어 왔다가 잡담을 하기 시작하면서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게임은 수다 떨기 위한 방편이 되는 거죠. ‘마이스페이스’의 노인판이라고 할까요?”라고 말한다.
하모니카 연주회에 가기 전 컴퓨터 앞에 앉은 퇴직교사 진-마리 스미스 수녀(61)는 두 시간 동안 ‘북웜’ 게임을 하면서 무려 34,755,180점이란 놀라운 점수를 냈다. 작년 여름에 이 수도원에 들어오고 나서야 게이머 대열에 합류한 스미스 수녀는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앓고 있어 아무 것에도 집중할 수가 없었는데 ‘북웜’도 처음에는 금방 지고 말았지만 양방향적이고 경쟁적인 게임의 특성 덕분에 차츰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수녀원에 게임을 도입한 마리 리차드 엑컬 수녀(71)는 “처음에는 컴퓨터를 본 수녀들마다 “나는 못해요”란 말을 연발했지만 금방 할 수 있게 되고 사실 좋아하게 됐다”고 흐뭇해했다.
게임업계는 이 새로운 고객층을 발견한 것을 놀라운 기쁨으로 여기고 있다. 큰 게임회사중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여전히 젊은 남자 고객이 위주지만 ‘닌텐도’와 기타 쉬운 게임 제조사들은 특별히 노년층 플레이어들을 위한 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노인들을 게임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는 최근에 나온 2가지 닌텐도 게임 시스템인 휴대용 DS와 가정용 ‘위’ 콘솔이 큰 역할을 했다. 점점 복잡해지는 업계 추세를 단호히 거스르고 대신 단순하지만 나이와 능력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을 사로잡는 체험을 제공하는 ‘위’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은 단추와 제동기를 복잡하게 조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콘트롤러를 휘두르거나 비틀기만 하면 된다.
일리노이주 크레스트 힐의 노인 주택단지에 사는 반은퇴한 사업가 딕 노우드(61)는 작년 12월 몰에서 ‘위’를 처음 봤다. 집에서 다른 커플과 함께 ‘위’로 볼링 게임을 해본 후 동네 이탈리아 식당 ‘지오바노’의 주인을 설득해서 매주 목요일에 ‘시니어즈 온리’ 위 볼링 리그를 만들었다.
<일리노이주 크레스트힐 소재 지오바노 식당에서 열린‘닌텐도 위’볼링 리그에서 빅터 로벨로(63)가 경기에 열중하고 있다>
“처음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술집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볼링을 하자는 말이냐고 비웃던 사람들이 일단 오면 6시간씩 게임에 빠집니다. 비디오게임은 아이들이나 하는 것인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이 나이에 진짜 볼링 게임을 하면 다음날 온몸이 쑤시고 아프지만 비디오 게임으로 하면 운동 잘 하고도 다음날 아프지 않지요”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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