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음식 먹으며 느끼는 즐거움
한 식탁 앞 화목한 가정, 행복을 나눠요
옛날 서부영화, 즉 ‘카우보이’들이 광활한 서부 개척지를 활보하며 엮어가는 드라마를 저녁마다 TV 앞에 모여 앉아 흥미진진하게 보았던 적이 있었다. 존 웨인, 게리 쿠퍼, 리처드 위드마크 등 발음하기도 힘들었던 이름들이 어린 우리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중에 서부극이 사실성이 전혀 결여된 한낱 할리웃의 창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얼마나 실망을 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전부가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는 아니고, 실제로 ‘카우보이’라는 사람들이 수천마리의 소 떼를 끌고 넓은 서부의 광야 건너가기는 했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난 사실은 실제로 카우보이들이 수천마리의 소를 몰고 대장정에 나설 때에는 많은 일손들이 필요했었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신경을 써서 구하고 또 가장 많은 보수를 주어서 스카우트하는 사람은 총잡이도, 말을 제일 잘 타는 사람도, 기운이 제일 센 사람도 아니었다고 한다. 아무 데서나 아무 재료를 가지고도 항상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조리할 수 있는 일류 조리사였다고 한다.
1980년 초반에 음식점으로 출하되는 식료품이 수퍼마켓을 통해서 팔리는 식료품보다 더 많아 졌다고 하는 소식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미국사람들이 집에서 먹는 것이 급격히 줄어들고 주로 외식을 많이 하게 된 경향의 반영이었다. 물론 부부가 모두 일하는 가구가 훨씬 더 보편화 된 지금은 그 때보다도 외식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고 저녁에 한 가족이 함께 한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워가며 식사를 하는 경우는 연속극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자고로 남자 가슴으로 가는 지름길은 배라고 했고 미인은 박명이지만 음식을 잘하는 며느리는 절대 안 쫓겨난다고 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식사가 가정이 가정다워질 수 있는 중요한 행사이고 따라서 온 가족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식단을 짤 수 있는 기술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주 중요한 재산이 되는 것이다.
대학시절에 ‘기루다’와 ‘마이티’라는 카드게임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그 게임을 광적으로 즐기던 그룹에 속했던 나는 그것을 먹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선배들에게 초대받는 영예(?)를 얻었던 적이 있었다.
무슨 명절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한 명절에 Reno에 사는 그 분 집에 가서 사흘을 밤낮으로 ‘마이티’만 하다가 온 적이 있었다. 그 선배의 부인은 그리 돋보이는 것이 없는 분이었는데도 사흘을 밤낮으로 놀고 오는 폐를 끼치고 나서는 그 분이 얼마나 돋보이고 그 선배를 부러워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사흘 묵는 동안에 끼니면 끼니때마다, 그리고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간식으로 얼마나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을 해 주었는지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선배가 부러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 것이다.
몇 주 전 명문대학에 조기입학 받을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잘한 학부형들과의 인터뷰에서 학부모들이 공통적으로 한말은 “공부할 때 힘내라고 먹을 것을 열심히 만들어 준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이 없다”였다.(본지 3월12일자 교육 2면) 이것은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꼭 비싼 음식으로 해준 것도 아니고 단지 바쁜 스케줄에 눈코 뜰 새 없이 열심히 다니는 아이들을 옆에서 보고 있기만 하기가 안쓰러워서 단지 염려하는 마음으로 해준 것이 음식인데 아마 그 염려가 사랑으로 그대로 전달되어 큰 힘이 되어 주었나 보다.
아이들이 올망졸망 다섯이다 보니까 결혼 후 10년은 아내가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어야 했고 그 아이들을 끌고 음식점을 가는 것도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으니까 주로 모든 식사를 집에서 했는데 그 많은 식구가 같이 먹다 보니까 식욕들은 좋아서 음식을 투정할 새가 없었고 그냥 해놓는 대로 진공소제기로 빨아들이듯이 정신없이 먹어치워 주었다. 음식도 전혀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지만 뒤돌아보면 무척 유행을 탔던 것 같다. 한 때는 그렇게 부침개를 해먹었던 적이 있다. 신김치가 있어서 밀가루를 넣고 부쳐주었던 것을 맛있다고 정신없이 먹어 치우기에 그 다음에는 파 밖에 없어 파만 넣고 부쳐주어도 역시 그것도 싹싹 핥아 먹었다. 그래서 한동안 무엇이든지 넣고 부쳐 먹고, 넣을 것이 없으면 그냥 밀전병으로도 해 먹였다. 그러다가 한 때는 감자 부침개, 고구마 부침개도 많이 해 먹었고, 그 다음에는 국수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적도 있었다. 마당국수, 소바, 그러다가 생국수, 짜장, 스파게티, 울면, 짬뽕 등등. 그리고 한 때 전골의 시절도 있었다. 규격을 갖춘 것이 아니고 한번 교회 손님들을 대접하느라 제대로 끓였던 것을 그 때 그 맛이 그리워 식구끼리 먹으려니까 그냥 있는 것만 넣고 기분을 냈는데도 너무나 비슷하니까 그냥 아무거나 있는 것을 넣고 끓여서 그 때 그때 이름만 그럴싸하게 지어주는데 그 재미로 또 많이 끓여 먹었었다.
그리고는 한 때 만두에 맛을 들였었던 적도 있고, 또 튀김에 맛을 들였다가 아이들이 하도 게걸스럽게 잘 먹어 대서 한번은 도매시장에서 냉동새우 4파운드짜리를 사서 100마리를 모두 한 번에 다 튀겨가지고 다시는 새우튀김 해달라고 하지 못하도록 배가 터지도록 먹였는데, 그래도 무슨 날만 되면 또 안 튀겨주나 하는 눈치들이였다. 그리고 아이들이 외국으로 선교여행을 다녀오고는 외국 음식이 식탁을 장식했다. 아프리카 음식, 인도 음식, 쉬시커밥 등등.
이제는 그것도 한날의 추억에 묻히고, 아이들은 온 세계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이때에 아이들은 가끔 각자의 웹페이지에 자기들이 먹은 음식을 사진을 찍어 올려놓고는 한다. 그리고 혹 명절에 집에 들를 때 그 중 오지 못한 아이에게 집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든 음식을 사진으로 올려주고는 한다. 각자 자라가고 변해가는 이때에 음식은 아직도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그 무엇인가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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