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학습능력→STAR성적’이라는데…
부모가 읽으면 자녀들도 읽지요
영재 고교 신입생 선발에도 적용되는 캘리포니아 표준학력고사(STAR) 시즌이 다가오며 독해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학습 기준 테스트(CST), 캘리포니아 학업 성적 테스트 6(CAT 6), CAPA 등으로 구성된 STAR 시험에서 점수를 잘 받는 아이들은 글을 읽고 창의적 생각을 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글 읽는 실력이 높다보니 시험 출제자가 문제를 통해 질문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능력을 좌우하는 독해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교육전문가들은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습관을 통해 능력이 길러진다고 말한다. 특히 이들은 자녀가 책 읽기를 즐기지 않는 아이들이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독해력을 높이는 것은 부모 몫이라고 강조한다. 수지 오 3가 초등학교 교장, 캐서린 최 오버랜드 애비뉴 초등학교 교감, 헬레나 윤 잔버로우 중학교 교감 등 교육 현장 일선에서 발로 뛰고 있는 한인 교육자들이 전하는 지도법을 정리한다.
■한인 교육자들의 조언
수준에 맞는 책이라야 아이가 흥미 느껴
문학·과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 접해야
STAR 성적표의 도서목록 권장번호 참조
■자녀 눈높이 맞추기
모든 부모들은 자녀가 같은 또래 애들보다 수준 높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동급생들보다 앞서가는 것만이 출세의 보증수표라고 믿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부모 기대는 욕심을 낳고, 이런 욕심은 자녀의 수준에 걸맞지 않은 독서를 강요하게 하며, 결국 자녀가 책과 멀어지게 만든다.
한인 교사들이 권유하는 것은 아이의 연령이나 수준에 맞게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책을 골라 줘서 즐겁게 책 읽는 습관을 붙여주는 지도법이다.
수지 오 교장은 “무조건 어려운 책을 읽히려고 하기보다는 수준에 맞는 다양한 소재를 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다양한 장르를 통해 지식과 감성이 균형 있게 성장 한다”고 말했다.
자녀의 글 읽기 수준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교사들은 캘리포니아 표준학력고사 실시 이후 집으로 우송되는 성적표 ‘STAR Student Report’를 좋은 잣대로 들었다.
각 과목의 분야별 성적 분석표 하단에는 ‘귀하 자녀의 캘리포니아 독서 목록(CRL) 권장 번호는 ○’이라고 표기된다.
1~13로 표기되는 숫자는 STAR 영어시험 결과에 따라 주어지기 때문에 같은 학년이라도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다.
■적합한 책 고르기
자녀의 글 읽기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것 또한 큰 고민이다. 독서량이 많아 자녀 수준에 맞는 책 제목들이 술술 머리에 떠오르면 좋겠지만 많은 부모들의 실정은 그렇지 않다. 또 책을 고르는 방법을 몰라 답답해하기는 늘 한국어만 사용하는 미국에서 교육 받지 않은 학부모들이나 영어가 문제가 되지 않는 1.5~2세 부모나 마찬가지다.
이런 부모들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캘리포니아 교육국은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 (www.cde.ca.gov/ta/tg/sr/readinglist. asp)에 접속해 ‘Search for Reading List’를 클릭하면 도서 찾기 창으로 연결된다. 새로 열린 창에서 ‘학년’과 STAR 성적표에 있는 ‘독서 리스트 번호’를 입력해 서치 키를 누르면 도서목록을 볼 수 있다. 주 교육국은 리스트에 실린 책 마다 적령 학년, 줄거리 등 관련 정보까지 제공하고 있다.
교육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려면 연령 및 발달 단계에 따른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4~5세 유치원생들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교사 또는 부모가 읽어주는 그림책을 보면서 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책을 처음 접할 때 이 연령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말의 세계’에 살다가 ‘글의 세계’로 들어가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단순 개념이 발달되는 시기인 만큼 단순하고 구조화된 줄거리로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초등학교 1~2학년들은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조의 그림책을 읽을 때 자신감을 갖는다. 특히 교육전문가들은 이 시기의 독서 경험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때 책을 읽으며 느끼는 재미있다, 지루하다는 느낌과 경험이 향후 독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3학년부터 4학년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5학년까지는 꿈속에서 읽은 책 주인공과 만나거나, 책을 읽으며 공상, 상상의 나래를 본격적으로 펼치는 능력을 기르는 시기다. 물론 책을 읽으며 지혜를 얻기 시작한다.
상급생으로 취급하는 5학년 이상부터는 역사와 위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위인전을 읽히기가 권장된다. 저학년 동안 읽어온 독서의 폭을 넓혀야 하는 시기이다.
■다양한 장르의 책 읽히기
책은 좋아하지만 편향된 독서를 하는 경우는 좋지 않은 독서 습관이다. 좋아하는 분야의 책만 읽는 것은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먹는 ‘편식’같이 나쁜 습관이다. 수지 오 교장은 “문학,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이 좋은 독서 습관”이라고 강조한다. 편식할 때 고른 영양분을 섭취할 수 없는 것 같이 한 방면의 책만 읽을 때는 지식 습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은 물론 제한된 안목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독후감 안쓰면‘반쪽 독서’
책내용 내것으로 만들려면
감상문·토론과정 꼭 거쳐야
만화책도 시야를 넓히는 독서의 한 장르가 될 수 있다. 캐서린 최 교감은 자녀의 만화책 읽기를 무조건 금지하기 전 내용과 특히 캐릭터들이 사용하는 단어수준을 확인하라고 권장한다.
만화를 좋은 독서 도구로 여기지 않는 교육자들은 폭력적인 내용과 저속한 단어를 그이류로 든다. 만화만 좋아하는 아이들의 경우 어휘력이 낮아 그림의 도움을 받으려하는 경우가 많다. 만화읽기 습관이 지나치면 어휘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상상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 따라서 내용이 건전하고 고급단어가 사용되는 만화라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부모의 솔선수범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모들은 자녀가 3~4학년 때 혼자서 책을 읽는 습관을 길러 주도록 애써야 한다. 이런 습관을 길러 주는 방법에 대해 수지 오 교장은 “1+1=2 같은 정답은 없지만, 부모가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늘 한국 연속극만 보면서 자녀에게 책 읽으라고 윽박지르는 부모가 있는 가정, 항상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모가있는 가정 중 독서 습관이 길러질 수 있는 곳은 후자라는 것이다. 그 원인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부모의 모범에 있다. 오 교장은 “애들이 책을 들면 부모도 TV는 끄고 같이 책을 집어 들라”고 신신당부했다.
부모의 과욕 또한 금물이다. 어휘력 부족으로 만화책만 열심히 있던 자녀를 갑자기 글자가 빼곡히 적힌 문자책으로 유도하면 능력적, 심리적 부담을 준다. 이럴 때는 만화와 문자책과의 중간에 있는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그림책에 재미를 붙이면 사고력이 놓아지고 생각하기 좋아하게 되어 쉽게 문자책으로 건너갈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너 오늘 1시간 책 읽어’라는 것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책을 멀리하고 살던 아이들의 경우 하루 5분 책 읽기부터 시작한다. 매일 5분씩 한 달 동안 꾸준히 책을 읽힌 후에는 7분 또는 10분 등 아이 흥미도에 따라 시간을 늘린다. 천천히 독서 시간을 늘려가다 보면 부모 간섭 없이도 아이가 밤새 책을 읽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독후감 없는 독서는 무의미
헬레나 윤 잔버로우 중학교 교감은 책을 읽고 난 뒤 독후감을 쓰지 못하는 것은 절름발이 독서법이라고 강조했다.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줄거리 읽기 중심이 아닌, 심층 독서, 감상 독서, 비판 독서를 시도하게 해야 한다. 이런 훈련은 혼자 하기보다는 부모나 교사, 또래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게 좋다. 즉,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을 통하여 생각을 키워가는 독서훈련을 하는 것이다. 저녁식사 시간은 이런 훈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독후감은 독해능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런 능력이 부족하면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른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어휘력, 이해력, 요약능력, 분석능력이 부족할 때가 많다. 특히 어휘력이 부족하면 내용이해가 불충분하고, 따라서 읽은 내용을 요약하기가 어려워진다. 어휘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다.
■STAR 영어시험
STAR의 영어시험(English - Language Art)은 읽기와 쓰기로 조합 구성돼 있다. 395~600은 동급생보다 앞 선 실력을, 350~ 394는 해당 학년 수업을 따라가기에 충분한 실력을, 300~349는 기초 수준은 되는 실력을, 271~299는 평균보다 낮은 실력을, 150~270은 최하위권 실력을 뜻한다. 예를 들면 600점 만점에서 500점을 받은 학생은 동급생들보다 영어 실력이 높은 것이다.
캐서린 최 교감은 영어 점수 확인 뒤에는 읽기와 쓰기 분야별 세부 점수를 파악하도록 권유했다. 최 교감은 “영어 실력은 읽기, 쓰기 분야가 합쳐져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402점을 받은 한 5학년 학생의 사례를 들었다. 동급생보다 수준이 높은 ‘최우수’로 구분됐지만 이 학생의 영어 실력은 고르지 않았다. 단어 구사력 부분에서 이 학생은 71%, 주어진 제시문을 읽고 문제에 대답하는 분야에서는 81%를 받았다. 또 다양한 예문의 분석능력은 92%를 얻었다. 분야별 실력이 들쭉날쭉한 것이다.
이 학생의 쓰기 실력도 분야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문법 분야에서는 94%란 고득점을 했지만 토픽 센텐스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실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분야에서는 81%를 받는데 그쳤다. 402점을 받은 영어 실력 최우수 5학년생이란 포장을 뜯어내고 보면 단어 구사력, 글로 자신의 생각 표현 등 보충해야 될 부족한 부분들이 많은 것이다.
<김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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