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창고처럼, 오래된 미술작품으로 가득한 폴 게티 뮤지엄이(Paul Getty Museum)이 젊어진다.
요즘 게티 뮤지엄 웹사이트 www.getty.edu를 찾아 홈페이지의 ‘전시’(Exhibitions)라는 제목을 클릭한 사람들은 조금 놀랄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회를 소개하는 타이틀이 ‘팀 호킨슨의 최근 작품들, 전후 일본의 미술, 지그마르 폴케의 사진세계, 그리고…’(New works by Tim Hawkinson, postwar Japanese art, photographs by Sigmar Polke, and more)이기 때문. 1960년에 태어난 캘리포니아 작가의 작품과 1950~1960년대 일본 전위예술의 폭발, 지난 40년간 독일의 가장 중요한 예술가중 한 사람의 사진 실험 등이 게티 뮤지엄에서 소개됨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게티 뮤지엄의 요즘 전시가 요즘의 예술을 향해 작은 발걸음을 떼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을 만하다. 게다가 ‘그리고…’란 말 속에는 폴케의 친구로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독일 미술가’라는 비공식 타이틀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화 작품 12점도 포함돼 있다.
물론 게티 뮤지엄에서는 여전히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그밖의 시대 미술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영랑 시인이 노래했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이 우아한 미술관 건물에, 카페에, 가든에 부서지는 봄,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찾아가 한 나절을 즐기기에도 그만인 게티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미술 전시회를 소개한다.
<바다 괴수의 머리 부분에 무릎 꿇은 인간의 형상에 붙어 있는 팀 호킨슨의 작품 ‘리바이어던’ <팀 호킨슨>>
팀 호킨슨 작품 등
현대미술 전시회 잇달아
새로운 변신 시도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까지
전시기간은 4월29일까지. 게티 뮤지엄과 ‘드레스덴 스테이트 아트 컬렉션스’와의 파트너십으로 마련된 전시회. 180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는 ‘걀르리 뉴에 마이스터’ 미술관의 가장 소중한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여기서 드레스덴 출신의 가장 유명한 화가 2명의 그림 18점을 만날 수 있다. 독일 로맨티시즘을 대변하는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와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들이 그것이다. 프리드리히의 작품들 중에는 한인들에게도 익숙한 그림인 1809년 걸작 ‘산 속의 십자가’(Cross in the mountains)도 있으며, 리히터는 리히터의 추상화 작품 12점으로 남가주 주민들을 만난다.
이밖에도 칼 구스타브 카루스, 조한 크리스천 달, 오토 믹스, 칼 시미트-로트루프 등의 작품들이 독일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지그마르 폴케: 사진, 1968-1972
5월20일까지. 1941년 독일에서 출생한 지그라르 폴케의 사진 작품 35점 가량이 벽에 붙는다. 1968-1972년 사이에 작업한 것으로 스튜디오에서 발견한 정물들의 구도에서부터 대중문화에서 발췌한 그 무엇, 다중 노출 사진, 서로 연관성이 없는 여러 물체의 층층 등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그의 창작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것들이다. 작품들에게 사진을 촬영한 도시 이름이 타이틀로 붙어 있으며, 표현의 포텐션을 가진 매체로서의 사진을 추구했던 그의 초기 작품경향을 보여준다.
예술, 반예술, 비예술: 전후 일본의 실험
6월3일까지. 전시회는 연합국의 점령이 공식적으로 끝난 1951년과 오키나와의 반환으로 전쟁의 실질적인 종결이 이뤄진 1972년 사이 젊은 일본 예술가들의 새 정체성에 대한 미적 탐구를 읽게 한다.
원자폭탄을 맞고 쑥대밭이 된 나라의 혼란한 정신 세계들 보여주듯 게랄라 극장, 정크들의 조합 등 단명한 이벤트들을 기록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 악보, 포스터 등 기록물들에 국한된 것이 아쉬운 점이지만 게티 뮤지엄이 글로벌 현대 예술의 다양한 분야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참신하다.
줍시아(Zoopsia): 팀 호킨슨 새 작품들
9월9일까지. 1960년생으로 LA를 중심으로 활동중인 세계적 아티스트 팀 호킨슨은 집과 공장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물체를 이용, 소리를 내거나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도발적 작품으로 유명하다. 전시작들 중에는 세상에 처음 내보이는 작품 4점이 들어있다. 이 가운데 초대형 조각 작품 ‘에로르간’(erorgan)은 풍선과 뿔로 만든 스스로 연주하는 워크인 오르간 모양을 한 채 박물관 입구 천장에 걸려 LA 데뷔를 하고 있다. 눈길을 끈다. 또 다른 작품 ‘위베로르간’은 전시 장소마다 모양이 변하는 작품으로 이미 매서추세츠와 뉴욕에서 소개된 바 있다.
<‘예술, 반예술, 비예술’에 선보인 일본작가 아쓰꼬 타나카와 알란 카프로우의 ‘전기 드레스’<게티 리서치 연구소>>
<위대한 독일 작가 카스파 다비트 프리드리히의 걸작‘산 속의 십자가’>
게티 뮤지엄
▲주소: 1200 Getty Center Dr., LA
▲입장료: 무료. 단, 주차료 8달러
▲개관 시간: 화~목, 일요일 오전10시~ 오후6시, 금~토요일 오전10시~ 오후9시. 월요일은 휴관
▲문의: (310)440-7300, www.getty.edu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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