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훌쩍 저기서 킁킁, 꽃가루 훨훨 콧물 줄줄, 알러지의 계절이 돌아왔다. 알러지는 한때 봄의 불청객으로 불렸고, 또 수풀이 무성하거나 특정먼지가 많은 곳에서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제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고약한 불청객이 된지 오래다. 그래도 알러지의 기승이 심한 때는 역시 봄이다. 아주 오래된 골칫덩이이면서도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것 또한 불변의 알러지 법칙이기도 하다. 알러지의 이모저모를 알아본다.
알러지(Allergy)란 그리스어인 “allon argon”에서 유래되었는데 이는 “정상에서 벗어나 다르게 반응하려는”이란 의미이며, 1906년 프랑스 학자 폰 피케르가 처음으로 알러지란 용어를 사용하였다. 알러지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외부 이물질(항원, antigen)에 대응하는 면역 반응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보통 사람에게는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물질이 어떤 사람에게는 두드러기, 비염, 천식 등 이상과민반응(hypersensitivity reaction)을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알러지 질환은 봄철에 주로 발생하는 계절형과 1년 내내 증상이 나타나는 만성형 알러지 질환으로 나누며 계절형이 해마다 계속되면 만성형으로 발전할 수 있다.
알러지가 발생하는 원인은 화학 물질에의 노출, 실내흡연, 자동차 배기가스 증가, 신소재의 개발, 실내생활의 증가 등과 같은 환경적 변화가 유전적 요인(11번째 염색체 이상 등)과 함께 함께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환경위생의 발달로 우리의 몸이 병원체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짐에 따라 병원체와 알러젠(Allergen)을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알러지 질환이 증가하는 한 원인이라는 설이 있다. 기생충 감염이 많은 지역에서 알러지 질환이 적게 발생한다는 것이 그것을 입증한다. 즉, 어릴 적 세균이나 바이러스, 그리고 기생충 등에 감염되면 알러지 질환의 발생을 억제하는 Th1 세포가 만들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알러지 질환을 유발하는 Th2 세포가 생성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알러지가 발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알러젠이 우리 몸에 들어온다. 이때, 우리 몸은 IgE라는 항체(antibody)를 만들어 내는데 대부분의 IgE는 비만세포(mast cell)의 표면에 부착된다. 알러젠이 처음 침입했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지만 그것이 재차 침입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즉, 처음의 알러젠을 인식하는 IgE가 알러젠과 결합하면 비만세포에 화학물질을 생산, 분비토록 하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때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분비되는데 이 화학물질들이 두드러기, 비염, 천식 등과 같은 알러지 질환을 일으킨다.
그렇다면 알러지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현재 알러지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나 일부 환자들에 쓰이는 약물요법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완전치 않다. UC 데이비스에서 교환교수로 근무 중인 한림대학교 이비인후과 박범정 교수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는 특히, 봄철에 화분(pollen)에 의한 알러젠이 주로 문제를 일으킨다며 각종 나무(Maple, Oak), 잡초(Ragweed, Sagebrush), 및 잔디(Bent, Bermuda)등의 화분이 주 원인이 되므로 이에 민감한 사람들은 들이나 골프장으로의 외출을 자제하기를 당부했다. 그는 이어 알러젠을 피하는 것이 알러지를 피하는 어렵고도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같이 알러젠을 피하는 회피요법 외에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 약물요법(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약물 등), 그리고 면역요법(원인 항원을 지속적으로 소량을 피하주사하여 과민반응을 없애는 방법) 등이 알러지 치료방법으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캘리포니아 알러지 천식 메디컬 그룹(California Allergy & Asthma Medical Group Inc.)에서 제안하는 알러지를 피하는 20가지 대책을 소개한다. 매개체가 공기인 알러지의 경우, (1) 잔디를 짧게 깍는다. (2) 옷을 밖에서 말리지 않는다. 꽃가루가 옷에 부착되기 때문이다. (3) 곰팡이 알러지가 있다면 야외 활동을 늘린다. (4) 집과 일터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흡연은 알러지를 악화시킨다. (5) 건초열(알러지의 한 종류)이 있다면, 알러지 시즌 동안 야외 활동을 줄인다. 늦은 오후, 비온 뒤에 외출하는 식으로 스케쥴을 조정한다. (6) 자주 샤워를 한다. (7) 휴가를 계획할 때, 자신이 갖고 있는 알러지원이 되는 곳은 피하도록 한다. (8) 이사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알러지를 갖게 될 수 있다. (9) 만약 정원을 가꾼다면, 골든로드와 같은 작은 꽃을 가진 식물은 피한다. (10) 어디에 있든 창문을 닫도록 노력한다. 매개체가 곤충인 알러지의 경우, (11) 맨발로는 절대 밖에 나가지 않는다. 곤충 서식지, 벌집 등을 유의하도록 한다. (12) 파란색, 노란색, 그리고 꽃색을 닮은 색은 피한다. 흰색이나 황갈색의 옷을 선택한다. (13) 페인트칠, 밖에서 애완동물에 먹이를 주는 행위를 피한다. 곤충을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14) 향수, 헤어 스프레이, 썬탠 로션 등의 사용도 피한다. (15) 곤충이 몸에 앉아도 놀라지 말고 차분히 쓸어내도록 한다. (16) 곤충에 물렸을 때 반응이 있으면 의사를 찾아가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매개체가 동물인 경우, (17) 애완동물을 선택할 때 고양이보다 개가 안전하다. 물고기는 더욱 안전하다. (18) 개나 고양이를 선택하고 싶다면, 털이 짧은 종류를 선택하도록 한다. (19) 동물을 자주 씻기도록 하고 침실에는 들이지 않는다. (20) 새의 깃털이나 솜털로 제작된 베개나 이불 등은 사용을 피한다.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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