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니오 모리코네는 자신을 ‘세계 음악인’이라고 소개했다.
인터뷰 - 엔니오 모리코네
오스카 생애업적상 받은
이탈리아 영화음악 작곡가
지난 2월25일 거행된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업적상을 받은 이탈리아의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78)와의 인터뷰가 시상식 이틀 전 웨스트LA의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있었다. 학교 교장선생님 같은 모습의 모리코네는 통역을 대동한 인터뷰에 앞서 박수를 치는 할리웃 외신기자단을 향해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는 이탈리안 특유의 제스처를 써가며 통역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청산유수 식으로 말을 했다.
한달에 1곡 작곡, 바르토크 협주곡 가장 좋아
오스카음악상 후보 5번… 한번도 수상 못해
-처음 음악 공부를 시작할 때 어떤 음악을 듣고 영향을 받았으며 처음 산 레코드는 무엇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스크는 내 애인이 준 것이었다. 그 여자는 지금 내 아내인데 그 음반은 바르토크의 협주곡이었다. 나는 바르토크 외에 특별히 16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팔레스트리나를 좋아하고 스트라빈스키의 음악도 좋아한다.
-당신의 수상을 기념해 나온 음반 ‘우리는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를 사랑해’를 보면 메탈리카와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다양한 가수들이 당신의 곡을 노래한다. 어느 가수의 해석이 가장 이색적이었는가.
▲너무나 많고 다른 타입의 음악과 예술가들과 음성으로 짜여진 음반제작에 난 처음 반대했었다. 그러나 제작자가 고집을 부려 만들었다. 들어보니 모두가 자신들이 최선을 다 했다고 느꼈다. 대단히 동적이요 강렬한 음반이다. 내가 좋아하는 해석이 있지만 밝히지는 않겠다.
-당신은 할리웃 작곡가인가 아니면 이탈리아 작곡가인가.
▲나는 이탈리아 작곡가이자 미국 작곡가이다. 나는 스스로를 세계의 작곡가로 여긴다.
-음악은 어디서 작곡하는가.
▲할리웃 음악을 작곡할 경우 초본은 미국서 작곡하나 완성은 이탈리아의 스튜디오에서 한다.
-당신은 어디서 영감을 받아 작곡하는가.
▲그 건 미스터리다. 개인적으로 모른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두뇌에서 올 수도 있고 내가 공부한 이론에서도 올 수 있다. 또 내 개인적 사랑과 음악에 대한 정렬 그리고 영화 그 자체에서도 올 수 있다. 그것은 이치를 넘어선 것이다. 나는 굉장히 엄격한 스승에게서 음악을 배웠는데 그는 학생들로부터 최대를 요구했다. 나는 정말로 그 스승을 존경했었다.
-당신은 세르지오 레오네와 주세페 토나토레 등 같은 감독들과 계속 일해 왔는데 새 감독의 영화를 작곡할 때는 어떤 계기로 그렇게 하는가.
▲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작곡 제의를 모두 수락했었다. 어떤 도전이든 받아들이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조심해서 수락한다. 감독과 친구가 돼야 할 필요성을 느껴서이다. 영화음악은 영화의 흥행성공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과 그것이 음악인으로서 나 자신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하는가 라는 두 가지 문제를 늘 제시한다. 그것이 내가 감독의 신뢰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당신과 쌍벽을 이루는 니노 로타(‘길’ ‘태양은 가득히’)와는 친구 관계인가 또는 라이벌 관계인가.
▲로타와는 한 번도 라이벌이 된 적이 없다. 내 음악은 다소 아방가르드적이고 그는 전통적으로 서로 스타일이 다르다. 로타는 내 음악을 잘 이해하고 있다.
-당신은 반세기 가까이 작곡활동을 해왔는데 생존비결은.
▲특별한 비결은 없다. 나보다 더 다작인 작곡가들도 많다. 난 1개월에 1곡 정도 작곡한다.
-오스카 생애업적상 수상 소식을 받고 놀랐는가.
▲전혀 기대하질 않았었다. 내가 작곡할 때 상을 생각하고 작곡하지는 않는다. 난 과거 모두 5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는데 그것만 해도 행운이었다. 오스카상은 일종의 로터리 같은 것이지만 매우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영화에 제공한 작업의 전체를 위해 주는 이번 상은 내겐 참 좋은 것이다.
-지금 심정은.
▲기다리는 것이다. 기대 안 했던 것인데 지금은 오스카를 손에 쥐고 싶다. 나는 여러분이 주는 골든 글로브 등 전세계적으로 너무나 많은 상을 받았다. 오스카만 없었는데 이제 그 빈자리가 채워지게 됐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영화-TV주제음악 400여편 작곡
‘황야의 무법자’로 세계적 명성
엔니오 모리코네는 어릴 때부터 재즈 밴드와 오페라 오케스트라의 트럼핏 주자였던 아버지처럼 트럼핏을 불며 성장했다. 가끔 아버지를 대신해 재즈밴드에서 연주했다.
모리코네는 철저하고 폭 넓은 고전음악을 공부한 배경을 지녀 그의 영화 음악은 주제나 관현악 편성이 오케스트라음악을 닮았다.
모리코네는 “영화에는 음악이 과다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음악이 너무 많으면 음악의 진정한 심리적 아이디어와 목표를 파악치 못하게 된다”고 말한다.
모리코네는 1961년 첫 영화음악을 작곡한 이래 지금까지 400여편의 영화와 TV음악을 작곡했다. 그의 음악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세르지오 레오네가 감독하고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스파게티 웨스턴 ‘황야의 무법자’ 시리즈의 음악. 채찍질과 휘파람 소리를 섞어 만든 이 돌연변이 같은 음악으로 모리코네는 일약 세계적 영화음악가로 부상했다. 모리코네는 ‘시네마 파라디조’ ‘미션’‘옛날 옛적 서부에’‘옛날 옛적 미국에’‘언터처블즈’ 및 ‘말레나’등 모든 장르의 영화음악을 작곡했다. 그는 ‘천국의 날들’‘미션’‘언터처블즈’‘벅시’ 및 ‘말레나’ 등으로 모두 다섯번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었으나 상은 못 탔다. 골든 글로브상은 세 번이나 받았다.
모리코네는 클래시컬, 팝, 재즈, 록, 전자음악, 이탈리아 민속음악 등 모든 부문의 음악을 다루는 팔방미인이다.
모리코네는 오스카상을 받기 전인 2월12일 유엔에서 반기문 신임 사무총장을 위한 콘서트를 지휘했다.
연주곡은 자작곡 칸타타 ‘침묵으로부터의 소리들’로 이 곡은 9.11테러와 지상의 인간성 학살에 대한 모리코네의 응답이다.
한편 소니 클래시컬은 모리코네의 오스카상 수상을 기념, 음반 ‘우리는 모두 엔니오 모리코네를 사랑해’(We All Love Ennio Moricone)를 출반했다. 모두 17개 곡으로 짜여졌는데 셀린 디옹, 안드레아 보첼리, 르네 플레밍 등이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을 노래하고 첼리스트 요-요 마도 연주한다.
<모리코네가 음악을 작곡한 ‘좋은 남자, 나쁜 남자 그리고 추한 남자’(위)와 ‘언터처블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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