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단 호랑이 레드삭스
양키스 디비전 9년 아성 깰까
에인절스 다크호스 우승후보…중부조는 ‘빅 4’의 치열한 격전장
아메리칸리그(AL)의 디펜딩 챔피언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지만 올해도 역시 모든 시선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에 쏠려있다. 서로 상대방보다 앞서가려는 경쟁에 바람 잘 날 없는 두 팀은 지난 오프시즌에도 ‘Made in Japan’ 에이스 다이스케 마쓰자카를 놓고 정면충돌했는데 레드삭스가 종전최고기록(약 1,300만달러·이치로 스즈키)의 무려 4배에 육박하는 5,110만달러를 베팅해 협상권을 따낸 뒤 6년간 5,200만달러를 주고 계약, 일단 오프시즌 대결에서 기선을 잡았다. 양키스는 ‘꿩 대신 닭’이라고 한신출신 좌완 게이 이가와를 4,600만달러에 영입, 맞불을 놓았는데 이로써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대결은 마쓰자카 대 이가와, 마쓰자카 대 히데키 마쓰이 등 일본인 수퍼스타들의 맞대결 구도가 추가돼 더욱 흥미롭게 됐다.
하지만 AL 패권이 이들 둘의 맞대결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장담하긴 어렵다. 우선 현 타이틀홀더 타이거스와 미네소타 트윈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 중부조 빅4 가운데 최소 두 팀은 끝까지 이들에 만만치 않은 도전장을 낼 것이고 특히 단기전 플레이오프에선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작 거의 대부분 전문가들이 0순위로 꼽는 우승후보는 서부조에 있다, 바로 LA 에인절스. 정석에 충실하면서 동물적 육감도 갖춘 마이크 소샤 감독이 이끄는 에인절스는 양키스, 레드삭스에 비해 화려함이나 파워에선 떨어지나 파워피처들로 넘치는 선발 로테이션과 짠 소금 불펜, 눈부신 포텐셜의 젊은 선수들로 짜여있어‘올해의 타이거스’가 될 수 있다는 평이다.
서부조 : 철벽마운드 에인절스 패권도전
중부조 : 로열스만 빼고 모두 우승후보
동부조 : 레드삭스-양키스 끝없는 전쟁
<서부조>
오클랜드 A’s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선두 에인절스의 뒤를 쫓는 양상이 될 것이며 시애틀 매리너스는 바닥을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에인절스는 시즌 초반에 에이스 바톨로 콜론과 수퍼 영건 제로드 위버가 부상으로 뛰지 못함에도 불구, 5명의 선발 로테이션을 짜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두텁고 막강한 마운드가 강점이다. 콜론과 위버가 부상에서 벗어나 제 기량을 보여준다면 일방독주가 될 수도 있다. 블라드미어 거레로를 제외하고는 내세울만한 거포가 없다는 지적을 받지만 소샤감독의 공격은 어차피 거포보다는 팀 배팅에 포커스가 맞춰있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빅리그 최고의 GM 빌리 빈 단장 덕에 남들보다 훨씬 적은 돈을 쓰고도 늘 정상을 넘보는 A’s는 이번 오프시즌에도 이웃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부터 1억2,600만달러 딜을 받은 에이스 배리 지토를 비롯, 주포 프랭크 토마스, 외야수 제이 페이튼 등이 속속 다른 팀으로 떠나가는 것을 감수해야 했고 영입한 유명선수는 이미 전성기를 넘긴 캐처 마이크 피아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유망한 젊은 선수들을 알아보고 과감한 투자로 이들을 단기간에 믿을만한 빅리거로 키워내 온 빈 단장이 있는 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팀이 A’s다.
해마다 막강타선과 빈약한 마운드로 난타전끝에 지는데 이골이 난 레인저스는 꾸준한 마운드 보강작업을 통해 이제는 웬만한 팀과 어깨를 나란히 할 피칭스텝을 갖췄다. 하지만 LA 다저스에서 데려온 클로저 에릭 간예가 시즌을 부상자명단에서 시작하게 됐고 재기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은 올해도 레인저스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매리너스는 선발투수 미겔 바티스타와 제프 위버, 호세 기옌과 호세 비드로 등을 데려왔으나 대세를 바꾸기엔 역부족일 것이다.
<중부조>
최약체 캔사스시티 로열스를 빼면 나머지 4팀, 타이거스, 인디언스, 화이트삭스, 트윈스가 모두 우승후보로 메이저리그 6개 디비전 가운데 가장 치열한 레이스가 예상된다.
디펜딩 AL 챔피언 타이거스는 시속 100마일에 육박하는 파이어볼을 던지는 파워피처들이 즐비하게 포진한 피칭스탭이 고스란히 돌아오는 가운데 트레이드를 통해 거포 게리 셰필드를 영입, 중심타선의 파워를 크게 업그레이드하며 타이틀 방어 채비를 끝냈다. 지난 2005년 장장 88년에 걸친 우승가뭄을 해갈하고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화이트삭스는 우승을 경험한 라인업을 주축으로 2년만에 정상 탈환을 노린다. 오프시즌 대런 어스테드가 가세해 스캇 파세드닉과 함께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게 됐다.
지난해 정규시즌 마지막 날 타이거스를 와일드카드로 밀어내고 중부조 타이틀을 따냈던 트윈스는 현 메이저리그 최고 에이스 요한 산타나와 지난해 리그 MVP 저스틴 모노, 타격왕 조 마무어 등이 버티고 있으나 노장 브래드 랙키의 은퇴와 좌완투수로 지난해 루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프란시스코 릴리아노의 부상으로 인해 무너진 선발진이 얼마나 버텨줄지가 관건이다. 인디언스는 탄탄한 선발 로테이션과 균형잡힌 타선으로 중부조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 올해 우승 가능성이 충분함을 느낀 인디언스는 추신수라는 뛰어난 탤런트가 성장하기를 기다리는 대신 총 1,400만달러를 투자해 노장 트랏 닉슨과 데이빗 들루치를 영입, 미래보다는 당장 우승을 노리는 길을 선택했다. 그 전략이 얼마나 들어맞을 지 궁금하다.
<동부조>
양키스와 레드삭스가 시즌내내 선두자리를 놓고 치열한 격전을 펼칠 것이다. 특히 중부조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나올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들 두 라이벌 중 패자는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떨어질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자존심 유지를 위해 안간힘을 다할 것이고 탬파베이 데블레이스는 올해도 꼴찌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키스는 마쓰자가 영입전에서 진 뒤 대신 이가와를 잡고 베테랑 앤디 페팃을 영입한 것 외에는 비교적 조용한 오프시즌을 보냈다.
반면 레드삭스는 커트 쉴링, 자시 베켓에 이어 ‘괴물’ 마쓰자카가 3번선발로 가세했고 다저스에서 J. D. 드루를 빼내 거포 데이빗 오티스와 매니 라미레스의 뒤를 보호했고 또 다른 다저스 출신 숏스탑 훌리오 루고에게 톱타자 역할을 맡기는 등 전력이 한층 강화됐다. 올해 선발전환을 고려했던 지난해 클로저 조나단 파펠본이 다시 마무리로 복귀할 예정이어서 유일한 약점이던 뒷문단속에도 문제가 없게 됐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에서 양키스의 9연속 디비전 우승에 제동을 걸 모든 준비가 끝났다.
반면 양키스는 이가와가 시범경기에서 그다치 인상적이지 못했고 지난해 다승왕인 에이스 왕치엔밍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DL(부상자명단)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돼 출발시점의 분위기는 그리 개운하지 못하다. 양키스의 저력이 숙명의 라이벌 레드삭스의 추월을 막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레드삭스에 온 다이스케 마쓰자카는 올 해 양키스의 이가와, 마쓰이와 흥미로운 대결을 펼치게 됐다.
>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피칭 트리플 크라운(다승·방어율·탈삼진 1위)을 따낸 트윈스 에이스 요한 산타나. >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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