쫙~ 땀 흘리고 나니 개운하긴 한데…
최근 한인 노인이 사우나나 집안에서 뜨거운 목욕을 하던 도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하는 경우가 잇달아 발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뜨끈뜨끈한 온돌문화를 좋아하는 한인들의 특성상 한인타운에도 찜질방, 사우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전문의들은 건강한 사람이라도 적절하게 이용하지 않으면 득보다는 오히려 화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강을 자신하던 사람도 자신의 상태를 잘 모른 채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이용하다가 숨지는 갑작스런 사고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건강식도 지나치면 해가 되듯이 사우나, 찜질방 이용도 ‘무조건 좋다’고 지나치게 이용하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고혈압이나 심장병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찜질방 이용시 주의할 점에 대해 알아본다.
<한인들 사이에 찜질방 문화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두어야 한다>
최근 노인층 심장마비 사망 잇따라
적절히 사용 안하면 득보다는‘화’입어
고혈압·심장질환자 특히 조심해야
#찜질방, 사우나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땀을 흘리고 온몸이 개운해지는 효과를 가져 오는 찜질방, 사우나는 피부 모공이 확대돼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고, 신진대사 및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하며, 온몸을 이완시켜 몸에 쌓인 가벼운 근육통증을 해소하거나 피로회복 및 스트레스도 날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증기를 이용한 사우나는 뜨거운 열기와 증기, 냉탕을 이용해 땀을 배출하고 온몸의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데, 찜질방 역시 뜨거운 열기를 이용해 땀을 내는 원리로 황토, 맥반석, 온돌, 게르마늄 등에서 나온 원적외선, 음이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사우나와는 조금 차이가 있는 점이다.
찜질방이나 사우나 모두 일종의 온열 치료를 기대할 수 있는 곳으로 근육통이나 허리통증, 어깨 결림, 관절통 등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로를 회복하러 갔다가 갑작스런 심장마비, 돌연사, 화상, 넘어져 2차적으로 생길 수 있는 뇌진탕 등의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사우나에서 땀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 몸에서 수분이 계속 빠져나가면, 몸의 모든 반응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질환자, 고혈압환자 특히 주의해야
심장병이나 고혈압환자의 경우 온도변화가 큰 뜨거운 사우나, 찜질방은 갑자기 혈압이 떨어져 크게 위험할 수 있다. 사랑의 병원 김일영 심장내과 전문의는 “건강한 사람은 온도 변화에 금방 적응해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고혈압, 심장병환자 등은 혈관벽이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며, 뜨거운 곳에서는 말초혈관은 늘어나고 전체 혈액양은 급격히 떨어져 혈압이 내려가고,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온도변화에 바로 적응하지 못해 어지럼증을 느끼면서 쓰러지거나 넘어져 뇌에 충격을 받는 뇌진탕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석태영 내과 노인과 전문의는 “사우나나 찜질방은 고혈압, 심장질환자나 노년층에게 금물”이라며 “뜨거운 곳에서는 혈압이 20~30% 떨어지고 기절하거나 심하면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찜질방은 황토, 맥반석, 온돌, 게르마늄 등에서 나온 원적외선, 음이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과도한 이용은 금물이다>
‘운동후 사우나’ 혈압환자는 금물
뜨거운 곳엔 오래 버티기보단‘짧게 있다 쉬기’반복
임신부는 찜질방 자제
또한 “나이가 들수록 온도 변화 적응 능력이 떨어지며 몸에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약간 따뜻한 정도의 온도에 가볍게 샤워하는 정도가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김일영 전문의는 “심장질환자는 온도 변화에 주의해야 한다. 동부에서는 겨울철에 급격한 기온변화 때문에 심근경색(heart attack) 환자가 늘어나기도 한다”며 “갑자기 뜨거운 곳에 들어가기보다는 미지근한 온도에서 서서히 온도를 높여가거나, 또한 갑자기 차가운 곳에 들어가기 보다는 서서히 온도를 낮추는 등 되도록이면 온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목욕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또한 “노년층의 경우 지병이 없더라도 주치의와 상담을 통해 현 건강상태를 살핀 후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수축기 혈압이 180 이상인 고혈압 환자, 관상동맥 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찜질방이나 사우나 이용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다. 특히 운동 후에 하는 사우나는 비만환자나 심장질환자, 혈압환자 등에게는 절대적으로 금물이다.
‘피부 좋아진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
감기환자 되레 체력 떨어져 악화될 수도
#피부 건강에는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땀을 쫙 흘리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중 하나다. 사우나에 오래 있으면 땀을 많이 흘리게 되는데, 수분과 함께 체내에 필요한 중요한 성분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인 등도 함께 배출된다. 그래서 사우나에서 무리하게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노폐물을 배출하면 피부의 미세혈관 확장과 혈액순환 촉진을 통해 피부미용에 다소 도움이 되긴 한다. 그러나 피부의 죽은 각질인 때가 땀과 함께 벗겨지면서 일시적으로 피부가 부드러워지기는 하지만 곧 새로운 각질이 재생되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오히려 너무 지나치게 다니면 피부가 손상될 수도 있으며 피부를 더 지치게 만들 수도 있고, 지나치게 피부의 수분을 빼앗아 피부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뜨거운 열기가 직접 얼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한 뒤에는 미지근한 물로 잘 씻어낸 뒤 얼굴은 차가운 미용팩이나 수렴화장수로 뜨거운 열에 달아오른 피부와 넓어진 모공을 진정시킨다.
#다이어트 효과는
사우나, 찜질방을 이용해 땀을 흘리면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사우나를 하다보면 온종일 앉아 땀을 빼고 다시 체중을 재어보면 3~5파운드의 감량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체지방이 빠졌다기보다는 체내 수분이 빠진 것. 운동을 하면 체지방이 분해되어 체중감량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한 살빼기는 체내 수분과 영양소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본격적인 체중감량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비만인 경우 빨리 살을 빼고 싶어 운동후 바로 사우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운동 전이나 후에 사우나나 목욕을 하게 되면 수분이 빠지면서 탈수증이 오게 된다. 혈류의 흐름이나 산소 공급도 떨어지고 동맥의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으며 이는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찜질방에 너무 오래 있지 말라
사람마다 자신에게 알맞는 적절한 이용시간은 다를 수 있다. 대부분 한인들은 ‘뽕을 뺄 정도’로 하루 종일 이용하곤 하는데, 지치거나 피로한 기색이 들면 그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뜨거운 사우나나 찜질방에 있을 때는 되도록 30분 정도 있거나 그 이상은 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사우나를 마친 후에는 30분~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건강에 좋다고 무턱대고 오래 있는 것이 ‘장땡’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한방옥토방 등에서는 오래 있는 것을 인내심 시험하듯 장시간 하면서 숨이 막힌다 싶을 정도로 하기보다는 쉬었다 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5~10분 정도 뜨거운 곳에 있다가 10분 정도는 휴식공간에서 쉬는 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편이 더 낫다.
#음주 후엔 위험
술을 마신 뒤 숙취 해소를 위해 찜질방을 찾는 것은 금물. 술을 마시면 탈수현상이 일어나므로 땀을 심하게 빼면 위험하다. 따라서 술 마신 뒤 2시간 이내에는 이용하지 않는 게 좋다. 음주 자체가 이미 맥박 수와 혈압을 올려놓는데, 거기다가 뜨거운 사우나나 찜질방에까지 들어가 있으면 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압과 맥박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술을 마시면 수분이 부족해지는데, 거기다가 땀까지 빼면 탈수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문의들은 “술과 뜨거운 온도가 한꺼번에 심장에 부담을 주면 평소 고혈압, 혈관질환, 심장질환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물론 평소 건강한 사람도 순환기 계통의 사고를 당하기 쉽다”고 조언한다. 또한 균형감각도 떨어진 상태라 넘어지거나, 미끄러운 곳에서 부상을 당할 위험도 있다.
#임신부는 피해야
체온이 올라가면 태아에게 큰 위험을 주거나 심하면 유산까지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임신했다고 활동을 지나치게 자제할 필요는 없지만, 임신부의 혈관은 모두 확장돼 있어 보통 사람보다는 온도변화에 민감하다. 또한 임신하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혈류량이 늘어난다. 평소에도 땀을 보다 많이 흘릴 수 있는데, 뜨거운 사우나나 찜질방에서는 충분한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한 차가운 물로 씻거나 온도차가 심하면 감기 등에 걸리기 쉽고 심하면 자궁 수축을 일으켜 조기 유산의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실내온도가 외부와 5도 이상 차이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임신 14주까지는 임신부가 사우나를 찾거나 고열을 앓으면 태아의 뇌 조직이 손상될 가능성이 6배 가량 높아진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임신부는 뜨거운 물로 목욕하기보다는 미지근한 물이나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는 것이 좋다.
#감기환자라면
감기환자로 뜨거운 곳이나 물에 오래 있으면 에너지 소비를 촉진해 오히려 증상이 심해질 수도 있다. 피부의 온도가 1도 올라가면 에너지 소모량은 10% 증가하는 만큼 감기환자의 경우 사우나나 찜질방 이용은 에너지와 체력을 떨어뜨려 증상이 심해지거나 피로회복에 더욱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또한 목욕 후 몸을 말릴 때 몸의 열을 빼앗기면서 옷을 입는 동안의 온도 변화로 더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건강에 좋다고 지나치게 사우나나 찜질방을 이용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사진은 드라마‘마이 걸’의 한 장면>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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