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가치가 있는 전쟁인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일을 전후한 시즌만 되면 던져져 온 질문이다. 그 질문은 전쟁 4주년을 맞은 오늘 이런 식으로 바뀐 것 같다. ‘무엇이 잘못 됐나’-.
그저 들려오느니 시아파와 수니파간의 유혈충돌이다. 민주주의의 기대도 접었다. 도대체 소망이 없는 나라 아닌가. 이런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나오는 질문이다.
‘미국인들은 새뮤얼 헌팅턴을 믿는다’-. 해결기미가 잘 안 보이는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한 관측통이 내린 진단이다. 이슬람은 폭력을 조장하는 종교다. 이에 동의하는 미국인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서다.
2002년에는 미국인 중 14%만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 2006년에는 33%로 늘었다. 그리고 약간 비틀어 질문을 던졌을 때, 말하자면 다른 종교에 비해 더 폭력을 조장한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에 58%가 그렇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민주주의 확산은 세계 평화를 가져온다. 폴 울포위츠 등 이라크 전쟁 주도세력의 신념이다. 이라크 침공도 같은 명분에서 단행됐다. 이보다 근 10년 전 헌팅턴은 그러나 이렇게 말했다. “아랍세계에서 서방 민주주의는 반(反)서방 정치세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사람들은 염증을 낸다. 아랍 민주주의에의 이상이 시들해지면서 헌팅턴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사태를 과연 정확히 본 것인가.
“영국제국주의를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미국의 역할, 특히 1900년 이후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맡아온 역할은 분명 좋은 역할이었다. 부시 행정부의 해외정책도 그렇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영어가 모국어인 국민의 정치전통 주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국의 제국주의 전통을, 또 그 뒤를 있는 미국의 정책을 옹호하고 있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영어가 모국어인 두 나라의 정책에는 큰 오류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인류사에 긍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영국이 지배하던 곳에는 법과 질서, 민주주의라는 유산이 남겨졌다. 미국은 20세기 초 스페인과 독일제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많은 지역을 해방시켰다. 2차 대전을 통해서는 극동에서 유럽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파시스트 세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리고 전후 소련제국으로부터 독일을, 북한 공산군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한 것도 미국이다. 냉전을 승리로 이끌어 동구의 해방을 가져 왔다. 오늘날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즘으로부터 서구문명을 지키기 위해 거의 혼자 부담을 지고 있는 것도 미국이다.
거침없이 적극적으로 미국 옹호론을 펴고 있다. 앤드류 로버츠란 역사학자다. 그가 진단하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민의 20세기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여러 돌연변이 형태의 파시즘과 싸워온 역사라는 것이다.
그 최초이자 가장 원초적인 파시즘은 독일제국 군국주의다. ‘주축세력’으로 불린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일본 군국주의가 두 번째 싸운 파시즘 파워. 세 번째는 적색 파시즘이다. 미국은 이제 영미사회의 전통인 다원주의의 민주체제를 혐오하는 전체주의 이슬람 테러세력의 도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보는 이 전쟁은 흑과 백이 분명한 전쟁이다. 동시에 뒤로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다. 그 경우 스스로를 지키려는 윌파워(willpower)가 없음을 알리는 것이다. 과거의 숱한 제국들은 바로 이 윌파워의 상실과 함께 붕괴했다.
한낱 백면서생의 백일몽 같은 주장인가. 그게 아닌 것 같다. 그의 최근 저서 출판회가 열렸다. 그 출판회의 호스트는 다름 아닌 조지 W. 부시다. 그가 말할 때 부시를 포함해 많은 워싱턴의 사람들은 귀를 기울인다. 그 날도 로버츠는 부시에게 충고를 했다고 한다. ‘이라크에서 최후의 승리를 얻기까지 물러서서는 안 되고, 또 확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이슬람과 기독교 세계와의 투쟁은 십 수세기에 걸친 오랜 전쟁이다…. 그 전쟁의 양상이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다. 서방식 해석의 자유라는 개념이 이슬람권에 점차 확산되면서 그 개념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 이것이 이 전쟁을 희망적으로 보게 하는 유일한 요소다.”
중동문제의 세계적 석학 버나드 루이스의 말이다. 로버츠의 주장에 대한 ‘원호사격’이다.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자유민주주의 결국 승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였나, 세계적인 자문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은 고객들에게 이렇게 충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2008년 9월 이전 미국의 이란 공격 가능성은 60%다’고.
이라크 전쟁은‘기나긴 전쟁’(Long War)의 전반부인지도 모른다. sechok@koreatimes.com
<옥 세 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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