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민이 주인된 세상이고, 가난이 뭣인지 잊은지 오래인 풍요로운 세월이라 해도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겨루는 싸움이다. ‘천하의 주인’이 되겠다고 뜻을 세운 자가 천하인심을 얻지 못하고, 따르는 무리가 없다면 뜻을 접는것이 순리일것이다.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야 있겠지만, ‘아무나’ 앉을 수 있는 대통령 자리는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지난 3월 19일, 손학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을 탈당했다. 스스로 ‘저평가 우량주’라고 말하며, 방방뛰던 ‘잠룡 손학규’가 등을 돌렸다.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지 않기 위해 대한민국의 장래와 국민의 희망에 등을 돌릴 수 없다며 등을 돌린것이다. 뭇매를 맞는다. 어찌 보면 정치 지도자로서는 끝장난 꼴이다. 그렇다면 손학규는 땡인가. 정말 죽었는가? 희망이 없다는 말인가.
먼저, 정치인으로서 손학규의 ‘색깔’을 물어야 한다. 말로야 보수라 하겠지만 한나라당 색깔은 아니다. 그는 1970년대 노동, 빈민운동에 앞장선 민주화 운동권 출신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정계에 뛰어든 진보성향의 정치인이다. 그 뿌리 탓인지 세(勢)가 불리하자 서슴없이 당의 변화와 정치개혁을 말한다. 지역주의, 이념갈등, 남북갈등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한나라당의 색깔이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보수를 위해 개혁이 필요한데 개혁적 목소리가 사라졌다. 한나라당이 실종됐다”고 아쉬워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며, 한미 FTA도 좋고 남북 정상회담도 좋다는 것이다. 여권 인사들도 반김(대중), 반노(무현)를 내세우는데도 말이다. 한나라당과는 색깔이 너무나 다르다. 왕따감이다.
대망의 정치인으로서 손학규의 ‘성깔’도 보아야 한다. 인화(人和)를 이룰 수 있는가? 이루었던가. 한나라당 집안 싸움에서 차지할 수 있는 자리를 챙겨보면 ‘빅 3’의 판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천시(天時)의 자리는 박근혜 전 대표, 박짱의 자리다. 탄핵 역풍 속에서 당을 지키고, 오늘의 기세를 키워온 공로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비롯한 산업화 세력의 대표성 때문이다. 지리(地利)의 자리는 이명박 전 시장, ‘명빡’의 몫이다. 언제부터인지 서울특별시 시장을 ‘소통령’이라 했다.
4년 동안 보여준 시정의 깔끔함도 돋보이지만, 청계천 역사가 보여주는 역동성, 전시, 경제성은 선점의 효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남는 자리는 인화의 자리다. 손 전 지사의 몫이다. 그렇다면 그가 인화의 묘(妙)를 살렸던가. ”100일 민심 대장정”때 지녔던 그 초심을 잃지않고, 더욱 더 낮은 자리로 내려가 사람 심고 얻기에 정성을 쏟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아마 “시베리아를 넘어가겠다”고 홀로 떠나며, 저렇게 ‘눈물’ 흘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나라당에서 손 전 지사는 비주류 중에서 비주류였다. ‘박짱’에 밀리고, ‘명빡’에 치였다. 이명박 전 시장으로부터 “(한나라당) 안에 남아도 시베리아에 있는 것이지만 나가도 추운데 가는 것”이라는 말을 들을만큼 혼자서 고군분투했다. 나가라는 말보다 더 가슴을 찌르는 말을 들었다. 피를 토(吐)할 노릇이다.
손학규 전 지사가 진정 “내가 무엇이 되는지 보지말고, 내가 무엇을 하는가를 지켜봐달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다면 ‘살 길’은 있다. 당장 가장 낮은 자리로 내려간다. 자리욕심을 버린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각자의 몫이 다를 뿐 당신이 말하는 “무능한 진보”도 없고, ”수구 보수”도 없다. 있다면 욕망에 가린 당신의 눈이 있고, 대통령 보고 ‘시체’, ‘송장’이라 막말하던 당신의 입이 있었을 뿐이다. 울화가 치밀어도 “원칙과 명분 없는 보따리 정치는 결국 국민들에 의해 몰락하고 말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지적한 노 대통령의 말을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기는 길을 찾고 인화의 묘를 살려 고개를 들겠다면 먼저 노 대통령과 화해하고, 앞으로 나가야 한다.
물론, 내일이라도 ”미래를 향한 새로운 길을 열겠다는 충정을 갖고 창업의 길”에 나설 수 있다. ”선진화 개혁세력”을 모으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나 ‘손학규의 진정성’을 드러내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무한히 참고 기다린다. 국민이 한 목소리로 부를 때까지 기다린다. 국가 지도자의 길을 걷겠다는 정치인으로서 ”매 맞고 죽더라도 새 정치를 하겠다”는 각오라면 국민말고 무서울 것이 무엇일까. 국민의 품을 떠나서는 죽는 길도 없다. 한반도의 주인, 국민과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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