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방 1회용 장갑 오히려 해로운 것 아냐?
더러워져도 바꿔 끼지 않고 닦지도 않아
전문가 “자주 씻는다면 손이 훨씬 위생적” 주장
라텍스 장갑은 일부 미국인 앨러지 고통도
식당 주방에서 일회용 장갑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장갑이 과연 질병의 전염을 막아주는지는 확실치가 않다. 장갑이 건강에 더 해롭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컬럼비아대학 간호대학 부학장으로 손 위생 전문가인 일레인 라슨은 “보통 사람 손에는 사람에게 해로운 것을 포함, 수백만마리의 균이 득실거리고 있지만 장갑을 끼면 대부분의 균이 음식으로 옮겨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단, 장갑이 청결할 경우에 그런데 문제는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장갑을 끼기만 하면 충분한 줄 알고 장갑을 바꿔 끼거나 닦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올바른 종업원 훈련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2005년에 국제 위생 및 환경보건지에 게재된 연구를 위해 실시된 조사에 응한 미국내 식당 종업원 수천명 중 날고기와 바로 먹을 수 있게 조리된 음식을 같은 장갑을 끼고 만진다는 사람이 3분의1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대부분의 장갑은 천연 고무성분인 라텍스인데 라텍스 입자는 장갑을 끼는 사람은 물론 그것을 낀 손으로 조리한 음식을 먹은 사람에게도 앨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3개 주는 식당에서 라텍스 장갑 사용을 금지시키는 법을 제정했다.
그래서 비닐 장갑으로 바꾼 식당도 많으나 비닐에는 갓난아이와 청년들에게 고환 손상을 일으킬 수 있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발암물질로 규정된 DEHP가 들어 있다. 일본은 2001년에 비닐 장갑을 끼고 조리한 음식에서 다량의 DEHP가 검출된 이후 식품을 취급하는 회사에서 비닐 장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켰다.
<장갑을 끼고 만든 음식이 더 안전할까? 뉴욕시 이스트빌리지 델리에서 한 직원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라텍스 앨러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비닐 장갑의 인기가 더해가고 있다. 그래도 아직 미국 정부는 어떠한 규제조처도 취할 계획이 없다. 2002년에 연방식품의약국(FDA)은 성장기 소년들은 의료장비에 사용된 비닐에 든 DEHP 접촉을 피해야 할 것이라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조리에 관한 한 FDA의 한 관계자는 DEHP는 기름에 녹지 물에는 쉽게 녹지 않으므로 수분 함량이 많은 식품을 만질 때 끼는 장갑에만 사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비닐 장갑이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하는 비닐업계 단체 ‘비닐 연구소’의 앨런 블레이키 대변인은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는 비닐 장난감의 안전을 검사했고 FDA는 비닐 의료장비의 안전을 평가했지만 두 기관 모두 문제점을 별로 찾아 내지 못했다”로 말했다.
식당에서 장갑을 쓰는 것은 연간 수천만명의 미국 사람들이 앓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식중독 중에는 식당 종업원의 손을 통해 전염되는 것도 있기 때문에 뉴욕을 비롯한 대부분의 주들이 식당 근로자는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질 때는 반드시 장갑이나 도구, 종이를 사용하라고 법으로 정해 놓고 있다.
1999년에 식당에서 라텍스 장갑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일 먼저 금지시킨 주가 로드 아일랜드다. 2001년에는 애리조나, 2003년에는 오리건주가 그 뒤를 따랐다. 소비자들의 고발과 라텍스 관련 앨러지에서 비롯된 근로자 상해보험 청구 건수 증가로 인한 결과였는데 현재 그와 비슷한 입법을 고려중인 주가 10여개나 된다.
<뉴욕시 이스트빌리지 델리에서 한 직원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음식을 만들고 있다>
미국 라텍스앨러지협회 수 록우드에 따르면 라텍스 앨러지는 미국 인구의 1% 정도가 앓고 있다. 어떤 사람은 라텍스를 사용하는 식당을 피해 다니지만 식당 직원들에게서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가 힘들어 매니저에게 장갑 상자에 쓰인 내용을 읽어 보라고 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한다.
뉴욕주의 애덤 브래들리 주하원의원은 지난 1월 식당에 라텍스 장갑 사용 여부를 알리는 경고판 부착을 의무화시키는 법을 제안했는데 미국에서 사용되는 대부분의 장갑을 만드는 말레이지아 회사들의 단체인 말레이지아 고무장갑제조사협회는 그와 같은 규제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실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맨손으로 만지는 것이 안전할 수도 있다고 식당주인들을 대표하는 단체로 장갑 착용의무 규정에 반대하는 전국식당협회의 부회장인 다나 개런 박사는 말한다. 물론 종업원들의 손씻기를 세심하게 감시할 경우에만 안전한데, 일부 보건 전문가들은 정규적으로 손을 씻는 편이 장갑을 착용하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마이애미대학 간호보건대학 교수로 고무 장갑의 효능을 20년 이상 연구해 온 드니즈 코니위츠는 “식당 근로자들이 장갑을 끼는 이유는 손을 자주 씻지 않기 때문인데 어느 패스트푸드 식당이건 들어가 잘 관찰해 보면 돈을 받고, 코를 닦은 손으로 샌드위치를 만드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식당 주인 중에도 장갑을 낀다고 안전해 질지를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맨손이어야 손에 무엇이 묻었는지를 알고 금방 씻을 수 있습니다. 장갑을 끼고 있으면 더러운 것을 만졌는지 아닌지 잘 몰라요” 매서추세츠주 프라빈스타운에서 시푸드 식당을 하는 데브라 실바의 말이다. 실바는 일년에 장갑 값으로 수천달러를 쓴다. 일주일이면 100개들이 상자 한두개가 없어진다.
한편 장갑이나 집개, 종이를 사용해야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스시맨들은 다수가 맨손으로 스시를 만든다. 장갑을 끼면 생선이 신선한지 아닌지 느낄 수가 없다는 한 주방장은 장갑을 끼는 것이 오히려 손님들을 덜 안전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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