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칼리지가 가져다 준 축복
아내 만학 즐거움, 자녀는 학과 혜택
우리가 미국에서 살면서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커뮤니티 칼리지 제도다.
가주에서 가주대학으로 4년제 대학 편입생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커뮤니티 칼리지의 하나인 엘카미노 칼리지(El Camino College) 옆에 거주한다는 우연 때문에 자녀들도 어렸을 때부터 대학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게 되었다.
목사인 나로서는 “[하나님의 백성들은] 들어와도 복을 받고 나가도 복을 받으리라”(신명기 28:6)라는 약속의 말씀의 산 체험을 한 것 이다.
아내의 가족은 장인이 정년퇴직한 뒤 이민 왔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도미한 아내는 대학 진학이 용이하지가 않았었다.
우선 언어부터 배워야 했다. “노느니 나가서 배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녔다. 영어와 사무기능만 배운 것이 아니라 직장까지 알선을 해주었다. 풀타임 직업을 가지며 대학 진학은 무기한 연기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아내는 한국에서도 아주 공부를 잘해 상도 많이 받아가면서 고교 졸업을 했는데 미국의 물정을 잘 배우기도 전에 그런 직업훈련소에 발을 잘못(?) 들여놓는 바람에 아주 엉뚱한 길로 들어서게 되었던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것은 덕분에 그 직장에서 한 악질 과장을 만나서 그 과장을 자기가 다니던 교회로 인도하게 되었고 그 과장이 변화를 받아 큰 축복을 받게 해주었는데 그 대가로 본인은 그 변화 받은 남자와 결혼을 해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편을 얻는 축복을 받았지만 말이다(!).
하도 열렬한 사랑과 축복 속에서 결혼을 하다 보니까 신혼여행 아기(속칭 ‘Honeymoon baby’)를 얻게 되었고 그 후 내리 4년 동안 매년 아기를 받는 축복을 받게 되어 그야말로 완전히 아이들에게 묶여 살게 되었었다.
아내는 결혼 생활 10년이 지난 후 막내가 마침내 유치원에 들어가며 정말 오랜만에 해방감을 온 몸에 느꼈다. 아이들을 학교에 떨어뜨려 놓고 그 길로 바로 집 옆에 있는 대학에 가서 몇 과목 등록을 하게 되었었는데 그것이 엘카미노 커뮤니티 칼리지였다.
10여년을 벼르다가 그것도 아이들을 키워가며 오전시간과 밤에 아이들이 잠에 든 후에나 억지로 틈을 내어 하는 공부가 되어서 그랬었는지 너무나도 꿀맛 같이 맛있게 만학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내가 이 대학을 다니면서 예상치도 못하던 많은 축복을 받게 되었었다.
다섯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며 살림하며 짬짬이 한 공부였기에 옆에서 봐도 “아니 공부가 저렇게도 재미난 것이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그 결과로 등록금은 물론 책값까지 학교에서 받을 수 있었고 몇 학기부터인가 신청도 하지 않은 격려금이 아주 요긴한 때에 날아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졸업식에도 많은 상과 축하를 받는 기쁨도 만끽할 수 있었고. 졸업 후 UC계열의 대학은 어느 곳이라도 원하는 곳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전액 장학금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마침 남편의 교회 사정으로 꿈을 잠시 접어놓았던 것이 오늘에 이르게 되었지만 말이다.
더 큰 축복은 아이들이 받았다. 칼리지 다니는 엄마, 신학 공부하는 아빠가 매일 책만 붙잡고 씨름을 하는 모습을 보며 어린놈들이 저희들끼리 모여서 열심히 책을 보고 공부를 했다. 컴퓨터 게임보다 또 어떤 연속극보다 공부가 더 재미있어 보였었던 모양이다.
하루는 아이들 피아노 선생이 그 대학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아이들 엄마한테 간곡히 부탁을 하더란다. 이번 학기 학생 등록이 부진해서 까딱 잘못하면 반 폐쇄위기에 있다고.
당신 자녀들이 많다니까 제발 모두 자기 반에 등록시켜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런 것이 가능한 줄도 몰랐던 우리에게 길을 열어 주어서 우리 아이들은 물론 이왕 하는 김에 조카애들까지 모두 등록을 시키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우리 아이들은 수영, 영어, 스패니시, 미적분 등 학원 대신 수업료도 안 내고 맘껏 그 대학을 활용하게 되었다.
자녀들이 AP과목을 그렇게 많이 할 수 있었던 한 이유는 택하고 싶은 AP가 서로 겹치거나 하면 일부를 대학에서 미리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다닌 사실은 대학 입학원서에 자랑할 수가 없지만, 아이들이 대학에서 짬짬이 택한 과목들은 자랑스럽게 마음껏 뽐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미국에서 사는 사람들은 커뮤니티 칼리지를 너무 잘 이용하고 사는 것을 본다. 우선 장학금을 받을 만큼 성적이 뛰어나지 않았을 때에는 집 근처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며 제2의 기회를 엿볼 수 있다.
UC계열의 대학은 신입생 수가 많아서 교양 과목들은 몇 백 명이 한꺼번에 큰 강당에서 강의를 듣는다.
이런 과목들은 본인만 충분히 하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오히려 더 잘 배울 수도 있고 또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몇 년 전 한 한인 학생이 우수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암환자 아빠의 병간호, 엄마 위로와 동생을 보살피려고 4년제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커뮤니티 칼리지로 진학했다.
미담에 감동한 한 독지가는 특별 장학금을 설립해 그를 초대 수상자로 삼았다. 그 학생은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믿는다.
황석근 목사 <마라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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